다소 느리지만 또박또박 대답하는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청중은 숨을 죽였다. 두번째 영문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영문제목: I’ll be right there)’의 3일 출판을 기념해 5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독자들과 만남을 가진 소설가 신경숙 씨는 소설의 시대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I‘ll be right there’는 정윤과 미루, 명서, 단 등 젊은이 4명이 가진 각자의 상처와 어두운 기억들을 조명하고 그들의 좌절과 방황, 상실, 치유 과정을 그려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신 씨가 지난 2011년 ‘엄마를 부탁해(영문명 Please look after mom)’로 미국 출판시장에 데뷔한 뒤 두번째 도전작이다.
이날 만남에는 관객 80여명이 좌석을 빼곡히 채워 신씨 인기를 실감케 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관객들 가운데 한국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도 상당수였다는 점이다.
영문판 제목에 대해 신 씨는 “비극적인 것을 감싸안는 그런 의미가 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본래 한국에서 처음 출간될 때도 출판사 측에서 ‘내가 그쪽으로 갈게’란 제목을 권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한 것 같다”며 “한국에선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I’ll be right there’라는 어감이 ‘내가 네 곁에 항상 같이 있겠다’는 것이어서 그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소설의 프롤로그가 ‘내가 그쪽으로 갈까’이고, 에필로그가 ‘내가 그쪽으로 갈게’란 점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독자들의 질문이 빗발치는 가운데 신 씨는 “작가를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했었고 다른 직업을 갖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하지만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다신 작가를 하고 싶지 않다. (이번 생에) 다 쓰고 가겠다”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