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는 현재진행형..세계 젊은이들이 공감했으면"

소설가 신경숙, 미국서 두번째 영문판 소설 출간
"I'll be right there'는 곁에 항상 있겠다는 의미"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아름다움 보여주고파"
  • 등록 2014-06-08 오후 1:31:45

    수정 2014-06-08 오후 1:31:45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시대를 변화시키기 위해 젊은이들이 목숨을 내놓고 군대에서 고문 당하고 시위를 하고 그랬던 일들이 지나간 시대 이야기로 생각될까봐 일부러 시대 배경을 지웠습니다.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지금 젊은이들이 암울한 시대를 뚜렷이 알지는 못해도 시대 비극들이 함께 있다는 걸 어렴풋이 기억해준다면 굉장히 행복할 것 같습니다.”

다소 느리지만 또박또박 대답하는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청중은 숨을 죽였다. 두번째 영문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영문제목: I’ll be right there)’의 3일 출판을 기념해 5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독자들과 만남을 가진 소설가 신경숙 씨는 소설의 시대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신 씨는 “이 소설은 비극적인 시대 배경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누군가를 만나고 예술을 하고 꿈꾸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그런 열망이 담겨져 있는 소설이다. 앞으로 10년 뒤 혹은 20년 뒤에 이 소설을 읽을 때 옛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처한 그 시점에서 공감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가졌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I‘ll be right there’는 정윤과 미루, 명서, 단 등 젊은이 4명이 가진 각자의 상처와 어두운 기억들을 조명하고 그들의 좌절과 방황, 상실, 치유 과정을 그려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신 씨가 지난 2011년 ‘엄마를 부탁해(영문명 Please look after mom)’로 미국 출판시장에 데뷔한 뒤 두번째 도전작이다.

이 소설은 영문 출간에 앞서 허핑턴 포스트가 ‘2014년 당신이 읽어야 할 책 30권’에, 서평지 라이브러리 저널이 ‘올 봄 놓쳐서는 안될 책 12권’에 각각 선정됐으며 출판 다음 날 4일에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 닷컴에 현지 독자 서평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날 만남에는 관객 80여명이 좌석을 빼곡히 채워 신씨 인기를 실감케 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관객들 가운데 한국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도 상당수였다는 점이다.

영문판 제목에 대해 신 씨는 “비극적인 것을 감싸안는 그런 의미가 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본래 한국에서 처음 출간될 때도 출판사 측에서 ‘내가 그쪽으로 갈게’란 제목을 권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한 것 같다”며 “한국에선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I’ll be right there’라는 어감이 ‘내가 네 곁에 항상 같이 있겠다’는 것이어서 그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어둡지만 희망을 보여주는 그의 의도는 소설에서뿐 아니라 대화에서도 묻어난다. 그는 자신의 소설이 행복한 밝은 이야기보다는 어렵고 고통스런 이야기를 다루는 데 대해 “주로 동시대인들의 생활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데 특히 헤쳐나갈 수 없는 난관에 있거나 이미 패배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영감을 많이 준다. 어릴 때 그런 소설들을 읽으며 내가 성장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아름답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이번 소설의 프롤로그가 ‘내가 그쪽으로 갈까’이고, 에필로그가 ‘내가 그쪽으로 갈게’란 점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독자들의 질문이 빗발치는 가운데 신 씨는 “작가를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했었고 다른 직업을 갖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하지만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다신 작가를 하고 싶지 않다. (이번 생에) 다 쓰고 가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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