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도 삽니다

30~40대, 그시절 상품 다시 찾아 뮤지컬·만화·입맛까지 옛날로
인터넷에서는‘추억 산업’ 급부상
  • 등록 2007-02-09 오전 8:49:37

    수정 2007-02-09 오전 8:49:37

▲ 31년만에 재개봉 된 로보트 태권 V

[조선일보 제공] 직장인 최모(40)씨는 오늘도 아침 컴퓨터를 켜자마자 온라인 경매사이트 코베이(www.kobay.co.kr)에 접속했다. 버스 승차권이나 LP 음반 등 추억의 물품들이 경매로 올라오는 사이트다. 그는 ‘도전자 하리케인’ ‘오똑이 대행진’ 등 1970년대 소년잡지 부록이 매물로 나왔는지 한참을 찾아다녔다.

최씨는 “옛날 풍선껌 안에 들어 있던 만화도 가끔 경매에 올라온다”며 “당시 단행본으로 인기 있었던 ‘클로버 문고’는 8만원을 썼는데도 낙찰에 떨어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씨 같은 열혈회원들로 이 사이트 회원 수는 2002년 5000여명 안팎이던 것이 최근 3만8000여명으로 급증했다.

이미 불혹(不惑, 40세) 안팎의 나이에 들어섰지만 1970~80년대 유년시절 딱지치기와 갤러그(전자오락게임)에 빠져 살던 동심(童心)을 간직한 사람들. 그들이 이제 추억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추억 산업’도 급부상하고 있다.

◆1970년대와 접속한 어른들=영화계에 새로운 기록이 생겼다. 1976년에 개봉됐던 만화 영화 ‘로보트태권 V’가 31년 만에 재개봉돼 13일 만에 관객 수 5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애니메이션 관객 동원 신기록인데, 2월 말까지 최대 100만명이 볼 것으로 예상된다.

㈜로보트태권 V의 김소연씨는 “1976년 첫 개봉 당시 초등학생이던 30대 후반~40대 초반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오는 비율이 전체의 90%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여세를 몰아 태권 V 캐릭터 사업과 테마파크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추억’은 뮤지컬 시장도 이미 점령했다. 70년대 인기 팝그룹 아바와 비지스 음악을 각각 배경으로 한 ‘맘마미아’와 ‘토요일 밤의 열기’가 폭발적인 인기를 업고 3~4년째 장기 공연 중이고, 작년 말엔 80년대 유명가수 동물원의 노래로 만든 ‘동물원’이 나왔다. 이어서 80년대 인기 방송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과 김광석·이문세·산울림 등의 노래도 뮤지컬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입맛도 추억에 갇혔다. 인터넷 쇼핑몰 ‘가자 추억의 백화점(www.oldgift. com)’은 30~40대가 어린 시절 즐겼던 추억의 ‘불량식품’을 팔고 있다. 연탄불에 구워먹는 ‘쫀드기’부터 아폴로, 월드컵어포까지 갖췄다. “임신부인데 신호등 사탕이 갑자기 당겨요”라든가 “연필 깎이 달린 만능 필통 구해주세요”라는 등의 이색 주문이 들어오면 전국을 뒤져 상품이 있는지 여부를 알아본다. 사이트 운영자 기태호씨는 “60개 정도 품목으로 시작했는데 최근엔 400여 개로 늘어났다” 고 말했다.

▲ 그때 그 시절, 아폴로(가운데) 한 봉지와 만화책(푸른꿈은 가득히) 한 권이면 부러울 것이 없었다. 사각성냥(왼쪽)으로 연탄 불을 피워 어쩌다‘쫀드기’라도 구워먹는 날은 외식이라도 한 기분이었다. 이런‘추억’도 돈으로 살 수 있다. 추억의 물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온라인 경매사이트와 쇼핑몰이 성업 중이기 때문이다.



 
 
 
 
 
 
 
 
 
 
 
 
◆추억에 몰입하는 이유=추억을 소비하는 30~40대들은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현대적 게임을 즐기는 ‘키덜트’(아이들의 문화를 향유하는 어른들)와는 달리 철저히 ‘추억’에 몰입한다. 외국에서는 옛 인기 가수가 신곡을 발표해도 여전히 팬들의 사랑을 받지만, 과거 한국 ‘가수왕’들의 새 음반은 번번이 실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음반 관계자는 “대중이 원하는 것은 옛날 가수들이 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옛날 노래를 그때처럼 열정적으로 불러주길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상민 연세대(심리학) 교수는 “한국의 30~40대는 전후 세대와 달리 처음으로 대중문화의 수혜를 입은 사람들”이라며 “그러나 외환위기와 구조조정 등 격렬한 사회변화를 체험해 다른 나라에 비해 좀 더 과거에 대한 향수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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