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추진해온 5차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 가운데 최종에너지소비 감축 목표에 미달했다. 에너지이용 효율성의 척도인 ‘에너지원단위’ 목표 달성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국 가운데 33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7월 한국판 뉴딜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그린뉴딜을 발표하고 2025년까지 73조원을 쏟아부어 ‘탄소중립(넷제로)’ 사회를 지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재탕, 삼탕 정책을 또다시 꺼내들었다고 비난했다. ‘뉴딜’이 아니라 ‘올드 딜’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왔다. 사업 면면을 살펴보면 과거 정부가 추진한 ‘창조경제’나 ‘녹색성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현 정부의 그린뉴딜 종합계획엔 ‘탄소 중립’을 지향한다는 선언과는 달리 온실가스의 대대적인 감축을 위한 목표와 실행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 그린피스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그린뉴딜 종합계획안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커녕 탈 탄소 사회로 향하는 목표 설정과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도 “정부의 그린뉴딜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부재하다”고 했다.
유럽에선 고탄소 제품 수입 시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를 논의 중이고 미국도 수년 내에 도입할 전망이다. 우리로서는 새로운 무역 장벽에 맞닥뜨릴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는 2050년 넷제로 언급도 없지만 좌초위기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도 없다”며 “좌초위기산업은 탄소 집약도가 높은 산업인데 구체적인 지원 정책이 없다면 결국 대량 실직 등 지역 경제가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제사회에서 기후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라스 감염증(코로나19)만큼이나 촌각을 다투는 의제다. ‘기후악당’이라는 오명과 함께 기후위기의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부가 ‘건곤일척(乾坤一擲)’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한 결과를 후손에게 대물림할 순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