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없으면 보호소가 필요 없죠, 제발 버리지 마세요"

유기견 훈련·입양 전문 도우미견나눔센터 가보니
“앉아·엎드려” 복종·사회성 훈련 후 하루만에 입양 가능
하루만에 파양하는 경우도 “견주 교육·제도 보완 필요”
  • 등록 2020-08-21 오전 6:00:00

    수정 2020-08-21 오전 8:24:48

[이데일리 조민정 인턴기자]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에 위치한 도우미견나눔센터(나눔센터). 문을 열고 들어서니 처음 보는 사람에 놀란 강아지 두 마리가 짖어댔다. 옆에 있던 센터 직원은 “(견사에) 갇혀 있다가 나오면 많이 짖는다. 그래도 천천히 다가가면 방문객을 반겨준다”고 귀띔했다. 5분 정도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자 한 마리가 슬그머니 다가와 발목을 핥더니 이내 무릎 위에 올라탔다.

18일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에서 유기견들이 사람이 다가오자 반기고 있다.(사진=조민정 인턴기자)


‘1견 1실’ 옹기종기, 주인 찾을 때까지 보호

경기도청이 직접 운영하는 나눔센터는 2013년 문을 열었다. 오갈 곳 없는 유기견을 돌보고 훈련해 사람들에게 무료로 분양하는 일을 한다. 일정 기간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하는 다른 유기견보호소와 달리 주인을 찾을 때까지 ‘무기한’ 유기견들을 돌본다.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해 가능한 일이다.

수의사와 훈련사로 이뤄진 센터 직원은 주기적으로 유기견보호소를 방문해 유기견을 선발한다. 대상은 안락사 대상 중 사납지 않고 5~6살 미만의 어린 유기견이다. 유기견이 센터에 입소하면 전문 훈련사로부터 앉아, 엎드려 같은 기본 복종훈련부터 배변훈련, 사회성훈련을 받게 된다.

유기견을 키우고 싶은 사람은 직접 나눔센터에 방문해 마음에 맞는 유기견을 찾으면 당일 입양도 가능하다.

유기견을 입양하지 않고도 일정 기간 동안 돌보거나 봉사활동 형태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파양 후 입양이 오랫동안 되지 않은 유기견 대상으로 장기 임시보호제도를 운영 중인데 최대 2개월까지 가능하며 기간도 연장할 수 있다. 나눔센터를 찾아와 청소와 배식, 산책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봉사활동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유기견 분양이 크게 늘어났다. 나눔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분양한 유기견은 336마리로 이미 지난해 수준(335마리)를 넘었다.

그러나 나눔센터를 거쳐 가족을 찾은 개들은 매년 수만 마리씩 쏟아져 나오는 유기견 중 극소수에 불과한 운좋은 케이스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유기 또는 유실하는 동물들도 늘어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인을 잃어버렸거나 버려졌다가 구조·보호된 개와 고양이만 13만 마리가 넘는다.

18일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에서 유기견이 견사에 앉아 있다.(사진=조민정 인턴기자)


“유기동물 없다면 보호소 필요 없어” 책임의식 요구

유기동물이 늘어나면서 보호소들은 이미 포화상태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받는 나눔센터마저도 인력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돌보고 있는 유기견은 약 70마리고 분양을 통해 매달 50여 마리가 들어오고 나간다. 그러나 직원은 수의사 3명과 훈련사 5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유기견 관리와 훈련부터 분양 업무까지 도맡고 있다.

유기견 봉사활동을 하는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그럭저럭 운영해 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주중에는 봉사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나눔센터 직원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유기동물 관리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받는 체계적인 보호소가 늘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철 나눔센터장은 “보호 동물 관리가 잘 되고 안락사를 하지 않는 보호소는 분양도 잘 된다”며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을 입양했다가 무분별하게 버리거나 방치하는 행태가 근절돼야 하다는 것이다. 나눔센터에서도 유기견을 입양했다가 하루 만에 파양을 결정하는 가정도 있다고 한다.

한번 주인을 잃었다가 어렵게 새주인을 찾았는데 파양되면 반려동물들도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나눔센터는 안전장치로 입양 전 2주간의 임시보호 기간을 운영 중이다. 일종의 완충기간이다. 성급한 입양 결정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김 센터장은 “애초에 유기동물이 없다면 보호소도 할 일이 없어지고, 정부 지원도 필요 없어진다”며 “유기되는 동물이 사라지도록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에 대해 교육이 필요하고 함부로 (반려견을) 버릴 수 없도록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

*주소: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마도공단로1길 181-15(쌍송리 704)

*방문 가능 시간: 평일 9시~16시(점심시간 12시~13시), 주말 10시~12시

*가는 방법: 대중교통 이용 시, 400-4번 버스를 타고 40분 가량 도보로 이동. 다만, 시내와 떨어져 있고 교통편이 좋지 않아 자가용 이용이 편리.

*기타: 전화상담 가능, 다음 카페 ‘경기도 도우미견 나눔센터’에서 세부정보 확인 가능.

18일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의 견사에 방문하자 그 중 한 마리가 머리를 내밀고 반기고 있다.(사진=조민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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