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하-3> 궁지의 그린스펀, 다음 수는?

  • 등록 2001-08-22 오전 9:46:49

    수정 2001-08-22 오전 9:46:49

[edaily] 지난 90년대초 불황이후 미국 경제를 10년동안 사상 최장의 경기호황을 이끈 장본인으로 칭송받던 앨런 그린스펀 연준의장이 그야말로 궁지에 몰렸다. 지난해만해도 일부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미조정(fine tuning)의 귀재"라는 호칭을 받아가며 미 대통령 다음으로 인기있는 인사로 부각됐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린스펀 의장을 보는 세간의 시각이 여간 매서워진게 아니다.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화폐가치의 안정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지난 2년간에 걸친 지나친 긴축정책이 결과적으로 전세계적인 불황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금리인상 자체가 급속한 경기침체의 모든 이유는 아니다. 연준이 Y2K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에 대비 99년 하반기부터 크게 늘였던 통화량을 지난해 상반기중 회수하면서 주식시장이 붕괴하기 시작했고 외부적 요인으로 유가급등, 전력위기, 그리고 달러화 강세 등이 미국 경제를 침몰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과도한 금리인상이었다는 점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공감하는 사안이다. 그린스펀의 고민은 90년초의 불황기보다도 더 적극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효과가 영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실제로 올들어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는 지난 91년을 전후한 불황기 때보다도 공격적인 것이다. 지난 91년에는 1월부터 8월까지 다섯차례 인하한 이후 추가로 다섯차례 더 인하, 1년동안 총 10회에 걸쳐 300bp를 인하했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는 9개월동안 7차례에 걸쳐 300bp를 인하했으니 연준이 얼마나 다급한 상황인지 짐작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금리인하효과가 일반 경제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데에는 다소간의 시차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야할 변수들이 꼼짝도 안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연방기금금리를 그토록 인하했지만 장기금리는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달러화의 경우도 약세를 보여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꾸준히 강세를 지켜온 후 최근에 들어서야 소폭 약세로 돌아섰다. 더구나 그 역시 지속성도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또 금리인하는 향후 인플레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금과 상품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상식인데 오히려 이들 가격은 지속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정책이 아직까지도 긴축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 연준 임원이었던 웨인 앤젤은 현재 M2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주로 은행의 저축성 계좌에 퇴장돼 있을 뿐 유동성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우려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바로 지나친 긴축정책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는 연준 재임시절 금융정책에 예민한 10개 품목의 가격으로 산정한 지수를 고안했는데 지난해 5월 마지막 금리인상 당시 129였던 지수가 올 1월에는 105까지 떨어졌고 최근에는 113을 기록, 지속적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상승폭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나친 긴축정책의 결과 유동성이 퇴장되면서 악순환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아직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주장하는 의견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최소한 다음 공개시장위원회까지 경기회복의 시그널이 확연하게 나와주지 않을 경우 그린스펀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질 수 밖에 없다. 이미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린스펀에 대한 폄하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다 경기회복이 더디면 더딜수록 지난 2년간의 긴축정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발표된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 회의 결과문에서 경기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내용이 발표되자 증시는 곧바로 폭락세로 돌아섰다. 그만큼 증시가 경기회복의 징후를 목타게 찾고 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보다도 경기회복 시그널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바로 그린스펀 의장일 것이다. 얼마전에는 그린스펀 의장이 사임할 것을 고려중이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지만 불명예 퇴진이라는 굴욕을 감당하기에는 지난 14년간 연준을 이끌어온 그린스펀 의장의 명성이 너무 화려하다며 아예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고 주변에서는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비판적인 인사들은 최근들어 그린스펀 의장이 경기회복에 지나치게 급급하고 있는 자체는 퇴진을 염두에 둔 체면회복을 통한 모양새 갖추기가 아니냐는 비아냥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현 상태에서 그린스펀 의장의 선택의 폭은 별로 넓어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접어들고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상황이 온다면 세간에 끓고 있는 비판의 목소리도 점차 잠잠해질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경기둔화는 지속되면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금리인하의 영향으로 인플레가 고개를 드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비난의 수위는 차원을 달리할 것이고 이는 그린스펀 의장으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 뻔하다.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들을 모아 본다면 결국 한때 루머로 치부되었던 불명예 퇴진이라는 굴욕적인 상황도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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