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육아]한달 분유값 30만원…3배 비싼 산양분유 효능은 "글쎄"

작은육아 2부 ‘출산부터 돌잔치까지’
산양분유 영양성분 47종, 반값 젓소분유 성분은 57종
원가 하락에도 불구 분유가격은 올라..독과점 구조탓
  • 등록 2017-03-17 오전 6:30:00

    수정 2017-03-17 오전 9:47:38

(사진=픽사베이)
이데일리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와 함께 ‘적게 쓰고 크게 키우는 행복한 육아’라는 주제 아래 연속 기획을 게재합니다. 해마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육아 부담을 줄여 아이를 키우는 일이 행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작은육아’ 기획시리즈에 많은 독자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지난 달까지만 해도 4만원대였는데 금세 5만원대로 올랐네요. 아이 먹거리라 마냥 싼 걸 살 수도 없고”

서울 구로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소라(32)씨는 태어난지 6개월된 아들에게 먹일 분유의 가격표를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가 고른 것은 한통(800g)에 5만원이 넘는 산양분유다. 김씨 아이는 한달에 6통을 먹는다. 한달에 분유값으로만 30만원이 넘는 돈을 쓴다는 얘기다.

‘모유와 가장 유사하다’, ‘일반분유보다 더 많은 영양 성분을 함유했다’는 제조·판매업체의 공격적인 홍보에 힘입어 많게는 일반 분유의 3배가 넘는 고가에도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산양분유. 업체들은 산양분유에 함유된 영양성분이 일반 젖소 분유가 함유한 성분보다 더 모유 성분에 가깝고 우수하기 때문에 유아의 성장 및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산양분유 업체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모유수유가 쉽지 않은 엄마들의 죄책감과 모성애를 자극해 폭리를 취하는 상술이라는 것이다.

산양분유 5만4800원 VS 이마트 분유 1만 5400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 중인 영유아 부양 가구 450곳이 분유 비용은 분유 한 통(800g) 기준 평균 2만 8887원, 한 달에 분유를 소비하는 양은 평균 4.5통이다. 가구당 평균 13만원 정도를 분유값으로 쓴다는 얘기다.

분유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수입조제분유를 포함해 국내 주요 분유 제품 15개를 조사한 결과 이마트가 PB상품으로 판매 중인 ‘스마트분유1~3단계’(800g)가 1만 5400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프리미엄 분유 제품의 경우 남양유업의 ‘임페리얼분유XO1단계’(800g)가 2만 5121원, 매일유업에서 판매하는 ‘앱솔루트명작1단계’(800g)가 2만 5302원이다.

산양분유는 일반 분유보다 많게는 3배 이상 비싸다. 산양분유 중에서는 일동후디스가 판매하는 ‘프리미엄산양분유 1단계’(800g)가 5만 4800원으로 가장 비싸다.

10개월 아들을 둔 주부 서정민(32)씨는 “산양분유가 일반 젖소 분유보다 아이 성장발달에 좋다고 해서 쓰고 있기는 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좋은 지는 모른다. 가끔 업체 상술에 놀아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비싼게 뭐라도 좋겠지’라는 심정으로 산양분유를 쓴다”고 말했다.

美·日 제품보다 국산이 영양성분 더 다양

그러나 가격이 비싸다고 영양성분이 더 다양한 것은 아니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지난 2012년 외국 프리미엄 분유 3개와 국내 분유 8개 등 11개 제품의 영양성분 종류를 분석한 결과 가격이 가장 저렴한 ‘매일 앱솔루트 프리미엄 명작플러스(당시 2만3620원)’가 57종, 가격이 가장 비싼 ‘일동후디스 프리미엄 산양분유(당시 5만1900원)’가 47종의 영양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산 분유의 품질이 국산보다 우수하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 4만원대인 엔파밀과 시밀락 등 미국 프리미엄 분유의 영양성분 종류는 각각 28종, 2만7000원대인 일본 와코도 제품은 35종으로 국산 분유보다도 함유 성분 종류가 적다.

지근억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일부 업체들이 산양유당(락토스)가 일반젖소유당에 비해 모유와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사람의 몸에 더 적합하다는 식으로 홍보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유당은 어디서 나오든 모두 동일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 산양분유의 성분들이 일반 젖소 분유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분유업체의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산양분유 제조사들은 영양성분의 개수가 적고 유당에 효능이 없다는 등 일부 내용만으로 산양분유 자체의 우수성을 깎아내리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산양분유업계 관계자는 “산양유 단백질은 우유와 달리 아기의 소화를 방해하는 α(알파)-s1 카제인 단백질이 없고,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β(베타)-락토글로블린도 적어 유아식에 적절하다. 또 산양유 지방은 우유지방에 비해 20분의 1 수준으로 크기가 작고 중쇄중성지방산(MCT)가 많아 소화 흡수가 빨라서 위장기능이 덜 발달한 영유아에게 좋다”고 반박했다.

FTA 타결 무관세에도 가격 그대로

특히 지난 2015년 산양분유 원료인 산양유를 주로 수입해오는 뉴질랜드와 호주와 FTA를 체결해 일정 물량에는 아예 관세를 부과하지 않아 제조원가가 크게 낮아졌다. 이에 일부 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최대 40%까지 인하했다. 그러나 산양분유 업계 1위인 일동후디스가 판매가격을 그대로 유지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동후디스는 산양분유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같은 산양분유라도 구성 성분이나 생산방식이 달라 이들과 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분유 원료를 수입할 시 무관세가 적용되는 물량에 제한이 있다. 가격을 내린 업체들은 수입 물량이 적어 무관세 혜택이 크지만, 일동후디스는 수입물량이 무관세 적용 물량을 훨씬 넘어서서 사실상 혜택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고객이 느끼는 가격부담이 크다는 점은 알고 있는 만큼 관세 혜택이 어느 정도 돌아오는 대로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16년 5월 남양유업·매일유업 분유제품 유통업체별 가격 편차(자료=한국소비자협의회 물가감시센터)
유통경로 따라 가격편차 최대 64.3%

어떤 유통경로를 거치느냐에 따라 같은 회사 같은 브랜드 제품이라도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가격은 차이가 크다.

한국소비자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지난해 5월 국내 분유업계 1, 2위를 차지 중인 남양유업 분유와 매일유업 분유를 대상으로 쿠팡과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와 국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에서 판매되는 분유 가격의 편차를 조사한 결과, 각 제품의 유통업체별 최저가 최고가 간 차이가 최소 20%대에서 많게는 60%가 넘었다.

매일유업의 ‘앱솔루트 명작 3단계’(800g)는 가장 비싼 홈플러스 구매가(2만 5967원)가 최저가인 쿠팡(1만 5807원)에 비해 64.3%(1만 160원)나 비싸다.

이에 대해 분유업체 관계자는 “남품가격의 문제라기 보다는 소비자 가격을 결정하는 유통업체들이 적용하는 할인율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민단체에서는 유통 채널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크다는 것은 분유업체들이 그만큼 분유 가격 자체를 인하할 여력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소비자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분유의 주재료인 분말우유의 재고량이 2012년 연평균 9만 6233톤에서 지난해 기준 24만 2874톤까지 무려 152.1%나 증가했음에도 분유 소비자가격은 같은 기간 2만 4142원에서 2만 7099원으로 올랐다”며 “분말우유 재고량이 늘어났는데도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업체들의 독과점 구조에 때문인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분유업체 관계자는 “낙농가의 안정적인 소득보장을 위해 고정가격으로 분말우유를 공급받고 있어서 분말우유 재고가 늘어났다고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우리 엄마 맞아?
  • 토마토에 파묻혀
  • 개더워..고마워요, 주인님!
  • 공중부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