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김밥 속재료에서 초밥 재료로 올라선 이 음식은?

日서 개발한 게맛살, 원조 유래 엇갈려
우리나라선 오양이 최초로 맛살 개발
한성기업, 크래미로 고급 맛살 시장 공략
  • 등록 2020-11-21 오전 11:00:00

    수정 2020-11-21 오전 11:00:00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소시지와 함께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반찬으로 각광받는 것이 ‘게맛살’이다. 게맛살은 이름 그대로 게살이 아니라 게살의 맛을 내는 어묵이다. 처음엔 김밥, 산적 등의 부재료로 사용되던 값싼 식재료였던 게맛살은 최근 질을 높여 샐러드나 초밥 등 고급 음식에도 사용되고 있다.

게맛살이 처음 탄생한 것은 일본이다. 게맛살의 발명에는 여러가지 설이 존재한다. 먼저 1972년 일본 수산가공업체 스기요가 개발했다는 설이 있다. 당시 스기요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음식재료인 해파리의 수입량이 줄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다만 끊임없는 개발에도 결과물은 양념과 접목했을 때 해파리와는 전혀 다른 식감이 났다는 게 문제였다.

대규모 투자를 해 신상품을 개발하던 스기요는 발명품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꾸준히 응용법을 연구하던 스기요는 시제품을 다져먹었을 때 게맛이 난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때부터 스기요는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해당 제품을 게살과 비슷하게 만들고 색깔도 게살이 나도록 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게맛살의 원조라는 주장이다.

오양맛살(사진=사조그룹)
한편에선 오사카 수산이 게맛살을 발명했단 이야기도 있다. 당시 오사카수산은 다양한 어묵을 제조하는 업체였다. 오사카수산은 어묵을 생산하다 우연히 게살 육수에 스며든 어육을 맛보게 됐고, 여기서 게살맛 어묵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오사카 수산은 1974년 게살맛이 나는 어육을 게살처럼 보이게 색깔을 입혀 ‘피쉬스틱’을 출시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게맛살의 원조란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게맛살을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사조그룹이다. 사조그룹 소속인 오양수산은 1982년 생선살에 게향, 게엑기스 등을 첨가해 게맛살을 출시했다. 당시 고가의 프리미엄 식재료였던 일본산 게맛살을 현지화시키겠단 전략에서다. 현재 사조그룹에 속한 사조와 오양의 일반 맛살 시장점유율은 확고부동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맛살 브랜드에서도 꾸준히 인지도 1위를 기록 중이다.

다만 오양맛살의 등장 이후 다양한 식품업체들이 맛살 제조에 뛰어들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가격 경쟁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고급 식자재 취급을 바던 게맛살이 외려 국내에선 값싼 재료로 취급받았다. 김밥, 산적 등에 고기 대용으로 사용되는가하면 간단히 계란물을 묻혀 지져먹는 용도로 이용됐다.

한성기업의 크래미 진 오리지날(사진=한성기업)
그러나 2000년 들어 게맛살도 변혁의 시기를 맞았다. 국민의 소비수준이 올라가면서 고급 식자재를 찾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2001년 2월 수산품가공업체 한성기업은 고급 맛살 ‘크래미’를 선보였다. 일반 맛살에 들어간 어육이 55~60%대인 것에 반해 크래미는 무려 78%를 어육으로 채워 맛과 식감을 고급스럽게 바꿨다.

이에 따라 처음 타깃팅한 고객들도 고소득자였다. 한성기업은 일반 마트나 슈퍼마켓이 아니라 백화점에서 크래미를 한 달 간 선판매했다. 당시 크래미는 같은 양의 맛살에 비해 5배 이상 비쌌지만 큰 인기를 얻었고 선판매 한 달 동안 3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냈다. 크래미는 출시한 2001년에만 50억원 어치가 넘게 팔렸다. 지난 2016년까지 고급 게맛살 시장에서 크래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다.

전통강자인 사조그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조그룹은 그룹 계열인 사조대림에서 2018년 고급 맛살 제품 ‘대림선 킹(KING) 시리즈’ 2종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들은 출시 1년 8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2500만개를 돌파했고, 사조대림은 지난해 1월 기준 고급 맛살 부문 시장점유율에서 약 47%를 차지하는 강자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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