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오세훈의 결자해지 "속죄하는 마음…서울시장 승리해 정권교체"

17일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서 공식 출마 기자회견
10년 전 서울시장직 중도사퇴 거론 "속죄하는 마음"
"반드시 승리해 2022년 정권교체 소명 이뤄낼 것" 각오
"文대통령, 광화문광장에 엎드려 국민께 사과해야"
신율 "야권 후보는 많을수록, 단일화는 늦을수록 좋아"
  • 등록 2021-01-18 오전 6:00:00

    수정 2021-01-18 오전 6:00:00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속죄하는 마음으로, 더 큰 책임감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반드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해 국민 여러분과 함께 2022년 정권교체의 소명을 이뤄내겠습니다.”

서울시장 중도 사퇴, 두 번의 총선 패배 등으로 정치 생명에 상처를 입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재기를 노린다. 대선 잠룡으로도 꼽히던 그가 사실상 눈을 낮추면서까지 사활을 걸었지만 여전히 앞길은 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등 강력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정치 인생을 재개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17일 오전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공식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10년 전 서울시장직 중도사퇴로 서울시민 여러분과 우리 당에 큰 빚을 진 사람이 이렇게 나서는 게 맞는지 오랜 시간 자책감에 개인적 고뇌도 컸다”면서도 “절치부심하며 지낸 지난 10년은 저 자신을 돌아보고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실패를 통해 더 유연하고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물러났던 과거에 대한 반성이면서, ‘결자해지’(結者解之·일을 맺은 사람이 푼다)의 자세로 시장직을 탈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출마 선언을 한 장소인 북서울꿈의숲은 그가 서울시장 재직 시절에 조성한 시민공원으로,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다. 인근 장위동 또한 오 전 시장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해 개발을 추진했었다. 그는 “잘 되던 뉴타운을 박원순 전임 시장의 재개발·재건축 탄압 정책으로 중단된 상태에서 머물고 있다. 전임 시장의 실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공적과 박 전 시장의 과오를 극명하게 대비할 수 있는 곳이야말로 연설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 정권을 향해 “부동산 광풍으로 문재인정부 3년 동안 서울의 아파트 중윗값이 52%나 폭등했고, 상승폭은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과 비교할 때 4배 이상 커졌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전 각료와 함께 광화문 광장에 엎드려 국민께 사죄하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일 오전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대권 생각 없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직에 ‘사활’

10년 전만 해도 그는 보수 야권에서 잘 나가던 소장파 정치인이었다. 2006년에 만 45세라는 젊은 나이에 민선 4기 서울시장직을 꿰찼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재선까지 성공했다.

그의 불행은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개표 가능한 투표율을 충족하지 못해 오 전 시장은 결국 서울시장직에서 스스로 중도 사퇴했다. 이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내리 3선에 성공하면서, 오 전 시장은 본의 아니게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장기집권 체제를 마련해준 장본인이 됐다.

정치 행보를 다시 시작하고자 나선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서울 종로에 출마해 정세균 당시 민주당 후보에 졌다. 지난해 21대 총선에는 정치 신인인 고민정 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했다.

그는 “마흔다섯 젊은 나이에 최연소 민선시장이 되어 5년 동안 수도 서울의 행정을 이끌며 값진 경험과 경륜을 쌓을 수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미숙한 선택도 있었고, 미처 다하지 못한 과제들도 남아있다. 그래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더 큰 책임감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솔직한 심경을 내비쳤다.

야권의 대선 후보로도 거론됐던 그는 “이제 내 앞에 대권에 대한 생각은 없다”며 단호히 말했다. 서울시장직을 되찾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오 전 시장은 “이번 보궐선거에 당선되면 내가 내놓게 될 공약은 전부 5년짜리 공약이다. 1년짜리가 아니다”며 “서울시민 여러분이 동의해준다면 5년간 열심히 뛰는 시장으로서 나를 자리매김할 것이다. 5년 간 대통령 선거 도전은 머리에서 하얗게 지우겠다”고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1차 정책발표 회견을 열고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지원 및 경영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오세훈·나경원 ‘3자 구도’…“단일화, 늦을수록 좋아”

오 전 시장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으로, 야권의 후보 지형도는 ‘안철수·나경원·오세훈’ 3자 구도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안 대표와 나 전 의원이 잇달아 공약을 제시하면서 오 전 시장보다 치고 나가는 중이다. 안 대표는 서울시의 가장 큰 현안인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5년 간 총 74만 6000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나 전 의원은 코로나19로 경영 위기를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6조원 규모의 민생긴급구조기금을 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장 관건인 후보 단일화 논의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논의를 위해 안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했던 오 전 시장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런 제안은 불필요하다며 당내 후보가 결정될 때까진 통합·합당 논의는 없다고 입장을 밝히자, 바로 (안 대표로부터) 이런 상태에서 만나는 게 의미가 있겠냐는 연락을 받았다”며 “나도 잘 알겠다고 답했고 그 이후에 다시 만나자고 한 적은 없다. 그걸로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그는 재선 시장으로서 5년간의 시정 경력을 내세웠다. 시정 경험이 없는 안 대표와 나 전 의원을 겨냥한 셈이다. 오 전 시장은 “빈사 상태의 서울은 아마추어 초보시장, 1년짜리 인턴시장, 연습시장의 시행착오와 정책 실험을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 서울시장에겐 당장 선거 다음날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서울시정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경선 과정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컨벤션 효과를 불러일으킨 뒤, 최대한 늦은 시점에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분석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야권 입장에선 사람이 많이 나올수록 흥행이 되니 좋은 거다. 후보는 단일화가 될 것이다.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면서 “안 될 것처럼 그러다가 (단일화가) 되는 것이 극적인 효과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얘기하는 건 너무 이르다”고 전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7일 서울 종로구 사직 2구역 재개발지역을 방문, 조합관계자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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