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탄핵·대선 ‘불확실성 3각 편대’..손발 묶인 총수들

  • 등록 2017-01-04 오전 6:00:00

    수정 2017-01-04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보경 윤종성 성문재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탄핵과 특검, 대선으로 이어지는 ‘불확실성 3각 편대’가 기업들을 옥죄면서 재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황에 놓였다. 의사 결정을 해야 할 기업 총수들이 검찰 조사로 인해 경영에 신경을 못써 정유년(丁酉年) 첫 스텝부터 꼬이더니, 아직 경영계획조차 확정짓지 못한 기업이 태반이다.

주요 대기업의 투자와 채용은 늦춰지거나 미정이다. 한 해 성과를 좌우할 인사, 조직 개편 등도 뒷전으로 밀리면서 조직은 온통 뒤숭숭하다. 바짝 엎드려 있던 재계에서는 조금씩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다가올 조기 대선이라는 커다란 불안 요인도 재계의 큰 걱정거리. 5년 전 ‘경제민주화’ 홍역을 치뤘었기에 또 다시 정치 싸움에 휘말려 기업들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비선실세 최순실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관들이 지난 11월 8일 오후 ‘정유라 특혜지원 의혹’과 관련해 삼성 서초사옥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물품을 가지고 사옥을 나서고 있다./권욱기자
멈춰선 1등 기업..기약없는 사장단 인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출국금지 조치 후 삼성의 ‘경영 시계’는 멈췄다. 사장단 인사를 비롯해 조직개편,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 사장단 워크샵 등 연말연초 연례행사 일정들이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사장단 인사가 미뤄지면서 투자, 채용 계획은 ‘안갯속’이다. 삼성은 지금의 경영 상황을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삼성의 사장단 인사가 해를 넘긴 것은 8년 만이다. 지난 2008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특검을 맞은 삼성이 이듬해 5월 사장단 인사를 낸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그룹 전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줘야 할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은 해체가 예고돼 손을 놓고 있는 상황. 오너와 미전실 지시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던 삼성 계열사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요즘 삼성은 당장의 경영 리스크보다는, 이 부회장의 특검 소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경영 계획을 논할 여유 조차 없어 보인다는 얘기다

목표치 최대 현대車..실행할 임원이 없다

임원 인사를 내지 못한 것은 재계 2위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그룹 임원 인사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재가를 해야 하는데 특검 등의 영향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해 말 신년 정상 업무를 위해 부장급 이하 인사만 실시했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 2일 시무식에서 올해 825만대의 그룹 출범 이후 최대의 판매목표를 발표한 상태.

글로벌 자동차 산업수요가 1.9% 증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해선 다각적인 전략이 필요하지만, 임원 인사가 주춤하면서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해 판매 부진 여파로 많은 수의 임원 변동 및 교체가 예상되는 현대차그룹이기에 인사가 나지 않은 채로 현직 임원의 책임 아래 판매 전략을 짜는 것이 난감한 상황이다.

특검에 발목잡힌 최태원·신동빈..경영일정 차질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17일 최순실 게이트 특검팀으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받으면서 글로벌 경영에 발목이 잡혔다. 최 회장은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 해외 주요 인사들과 글로벌 네트워킹을 다지고 협력방안을 모색해왔다. 특히 올해 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을 강화할 구상이었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꿰인 것.

다만 특검팀이 한시적으로 최 회장의 출국금지를 해제해준다면 다보스포럼 참석이 가능해진다. SK그룹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 정유, 석유화학 등은 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그룹도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시계제로’ 상태다. 1년 이상 지속된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면세점 사업 선정과 관련한 대가성 여부에 대해 특검 수사가 이어지면서 아직 조직개편과 인사도 하지 못했다. 신동빈 회장은 작년에 만신창이가 됐던 그룹의 분위기를 다잡고 새로운 롯데로 거듭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재계 관계자는 “국가 시스템이 흔들리고 총수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거래 지속에 대해 우려할 수 있다는 것도 글로벌 경영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새해 경영 계획보다 수사 대응이 우선순위가 돼버렸다”며 “대내외 불안요인이 어느 해보다도 많아 보이지만, 특검팀만 바라볼 수밖에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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