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K' 하차 이후…이명세 감독이 대학로 찾은 이유는?

연극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예술감독 참여
"무대에 올라간 '사랑' 이야기 어떨지 궁금해"
'미스터K' 하차 이후 "인생의 한 과정으로 생각"
내년 영화 신작 촬영…"상품 아닌 작품 만들고 싶어"
  • 등록 2017-06-13 오전 8:18:56

    수정 2017-06-13 오전 8:18:56

연극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이명세 감독(왼쪽)과 연출가 정태영이 지난달 중순 서울 종로구 동숭동 자유빌딩에서 진행한 연습 공개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쇼빌컴퍼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충무로를 대표하는 비주얼리스트. 이명세(60) 감독을 따라다니던 수식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형사-듀얼리스트’(2005), ‘M’(2007) 등 그가 발표하는 영화들은 뛰어난 영상미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12년 ‘미스터K’(2013년 개봉한 ‘스파이’의 원제) 촬영 중 제작사와의 갈등으로 감독직에서 하차하면서 한동안 이 감독의 신작을 만날 수 없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이 감독을 만났다. 그는 ‘미스터K’ 하차 사태 이후의 시간을 “인생의 한 과정이었다”고 돌아봤다. “물론 그때는 힘들었다. 하지만 열심히 하려고 애썼음에도 잘 되지 않은 것에는 나름의 뜻이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때 신께서 ‘진짜 너의 것을 하라’는 메시지를 내게 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다.”

이 감독을 대학로에서 만난 것은 그가 연출한 영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연극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개막한 연극  ‘나의 사랑 나의 신부’(7월 30일까지 대학로자유극장)다. 이 감독이 최진실, 박중훈 주연으로 1990년 발표해 흥행한 동명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무대로 옮겼다. 그룹 2PM 멤버 황찬성과 배우 김산호·이해준·김보미·이아영·신윤정 등이 출연한다.

이 감독은 이번 연극에 예술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 감독은 “실제로 제작에 참여한 부분은 많지 않다”며 웃었다. 그는 “감독으로 영화 작업을 할 때 외부에서 간섭을 받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 이번 연극에서도 몇몇 아이디어만 냈을 뿐 작업에 개입하지는 않았다”며 “내 아이디어가 연극에 반영됐는지도 공연을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이 연극으로 제작된 것은 이명세 감독과 제작사 가치플레이어스의 김주오 대표와의 인연 때문이다. 3년 전 김 대표와 연극 ‘날 보러와요’를 함께 본 이 감독은 술자리에서 흘러가듯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연극으로 올리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기억한 김 대표가 연극 제작을 제안한 것이다. 이 감독은 “‘사랑’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소재이기에 무대에 올라갔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했다”고 털어놨다.

연극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한 장면(사진=쇼빌컴퍼니).
이 감독은 서울예대 영화과 출신이다. 그러나 연극 무대도 낯설지 않다. 대학을 다니면서 연극도 함께 공부했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의 판토마임 공연을 한 극단 에저또 단원으로 공연 제작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 이 감독은 “연극 무대는 열정이 있어서 좋았다”며 “대학에서도 연극 연출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연극 작업에 참여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영화와 연극의 차이를 ‘시간’과 ‘공간’으로 설명했다. 영화가 시간의 예술이라면 연극은 공간의 예술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본 연극 중 기억에 남은 작품은 ‘노이즈 오프’다. 무대와 백스테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극이었다. 이 감독은 “만약 연극 연출을 하게 되면 공간을 이용해 다양한 실험을 할 것 같다”고 했다.

‘미스터K’ 하차 이후에도 이 감독은 영화 작업을 놓지 않고 있었다. 현재는 내년 크랭크인을 목표로 신작 영화의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감독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연출했을 때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보다 일상적인 내용의 영화를 선보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연극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작업을 지켜보면서 얻은 자극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감독은 “한 달 가까이 리허설을 하는 연극의 시스템을 영화에도 적용하면 어떨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드라마는 TV 화면을 보다 잠시 고개를 돌려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요즘은 영화도 드라마와 비슷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드라마가 아닌 ‘진짜’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본다. 자본으로 만든 상품이 아닌, 내가 생각한 ‘작품’으로서의 영화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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