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st SRE][Best Report]“감춰진 리스회계 영향, 동료 덕분에 증명했죠”

공동 3위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 인터뷰
  • 등록 2020-11-18 오전 7:25:00

    수정 2020-11-18 오후 2:33:15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서울대 경제학부와 동대학원 졸업 후 2016년 한기평에 입사했다. 입사 이후 현재까지 해운·물류 업종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신 리스회계기준은 올해 자본시장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2조5000억원 규모 아시아나항공(020560) 매각이 무산된 것은 재무 악화 때문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아시아나의 부채가 인수 계약을 맺었던 지난해 6월 말 대비 4조5000억원 급증해 기업 가치가 훼손됐다고 문제 삼았다. 그러나 채권단은 리스 회계 처리 기준이 바뀐 영향이라고 반박했다.

인수·합병(M&A) 시장도 혼란을 겪었다. 리스 회계 기준 변경에 따라 회사의 이익이 불어나는 착시 효과가 나타나 매수자와 매도자가 적정 기업 가치와 거래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던 것이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리스 회계 기준을 공식 과제로 선정했던 것은 2006년이었습니다. 이미 14년 전에 이를 공식화했지만 회계 기준의 변화가 산업에 미칠 영향은 많이 논의되지 못했죠.”

신 리스회계기준 도입 이후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국내 35개 기업의 재무제표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한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김 선임연구원의 보고서는 31회 SRE에서 베스트리포트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 206명 중 35명(17%)이 가장 인상적인 연구 보고서로 꼽았다.

리스 회계 기준의 변화가 기업 재무제표에 미친 영향은 컸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리스 계약을 통해 영화 상영관을 늘려온 CJ CGV(079160)의 2019년 초 부채는 3조5068억원으로, 회계 기준 변경 전(1조6839억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2019년 상반기(1~6월) 영업이익은 470억원으로 같은 기간 종전 리스 회계 기준을 적용해 계산한 추정치(382억원)보다 23% 많았다.

새 회계 기준 도입으로 기업의 부채와 이익이 함께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업종별로 영화관, 항공, 유통, 호텔·면세, 해운업 순으로 리스 회계 기준 변경이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리스를 많이 이용하는 기업일수록 감춰진 부채가 장부에 드러나면서 큰 변화를 겪은 셈이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보고서 공개 후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면서 “세부 분석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과 CJ CGV, 현대상선(011200), 이마트(139480) 등 보고서에서 언급한 대기업들은 영구채 발행, 유상증자 등 실제 자본 확충에 나섰다.

SRE 베스트리포트 작성자에 처음 선정된 김 선임연구원은 입사 5년 차의 경제학 전공자다. 그는 회계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해운업 담당자인 자신이 전체 산업 업종에 걸친 재무 분석 보고서를 쓸 수 있었던 것은 회사와 동료의 도움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최초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항공·유통·영화 등 다른 업종을 담당하는 연구원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줬다”며 “최근 여러 산업 업종을 아우르는 크로스 섹터(Cross-Sector) 연구를 강조하는 회사의 시스템과 연구 역량이 녹아든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기업평가가 앞선 2018년 말 발간한 리스회계기준 관련 선행 보고서가 초석이 됐다. 김 선임연구원은 “리스 회계 기준 변경의 영향이 컸던 업종이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타격도 많이 받았다”면서 “회계 기준 변경 전과 후의 재무제표가 크게 달라진 만큼 앞으로 기업의 리스 계약 구조와 재무 비율 변화 추이 등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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