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茶의 고향 ''하동''

처년의 세월이 우려낸 녹색바다 속으로
  • 등록 2007-05-18 오전 11:20:00

    수정 2007-05-18 오전 11:20:00

[한국일보 제공] 꽃봄이 지나간 섬진강변에는 지금 초록이 넘실거린다. 곧 누렇게 익을 청보리가 마지막 초록을 출렁이며 봄빛을 부수고, 나무마다 돋은 신록이 지난 4월 황홀했던 꽃들 이상으로 곱게 물들었다. 경남 하동은 산(지리산)과 바다(남해), 강(섬진강)을 한데 품은 천혜의 경승지. 산 깊고 물 맑은 하동 땅으로 초록 사냥에 나섰다.

쌍계사 가는 십리벚꽃길을 들어가 만난 화개골 산비탈은 온통 초록 융단이다. 차나무, 이다. 연두빛 신록 위로 오월 햇살 무르익으면서 차밭은 지금 햇차를 따는 손길로 무척 바쁘다.

하동의 차역사는 1,0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지리산 자락에 심었다고 한다. 하동군은 김대렴의 차나무를 처음 심은 곳이 바로 이곳 하동군 화개골이라 이야기한다. 기후나 토양 등 차가 자랄 수 있는 여건을 보면 이곳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또 화개골에는 수령 1,000년으로 추정되는 차나무가 살아있어 차 시배지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리산에서 남으로 뻗은 몇 안되는 골짜기중 하나인 화개골은 호리병 모양으로 남쪽에서 들어온 따뜻한 공기를 오래 머물게 한다. 연간 1,800mm에 달하는 강수량도 차가 필요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준다. 자갈이 많은 풍화토 지형이라 차나무가 2, 3m 이상 깊게 뿌리를 박아 땅속의 영양성분을 고르게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

보성의 녹차밭이 산자락을 타고 긴 초록뱀이 열지어 기어가는듯한 통일감을 주는 디자인이라면, 급경사의 산비탈에 듬성듬성 쿠션마냥 한 두 그루씩 봉긋 솟은 하동의 차나무 밭에선 비정형의 미를 발견할 수 있다.

하동의 차는 비싸다. 기계화한 다른 지역의 차와 달리 대량생산 대신 가내 수작업 형태의 고급차 생산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추사 김정희가 ‘중국의 최고차인 승설차 보다 낫다’고 했고, 초의선사가 ‘신선같은 풍모와 고결한 자태는 그 종자부터 다르다’고 격찬했던 차가 하동의 차다.

화개동천 계곡을 낀 산비탈에 밀집해 자라는 차나무 주변엔 대나무가 큰 숲을 이루고 있다. 대밭의 아침이슬을 머금고 자란 이곳 차나무는 ‘죽로차(竹露茶)’란 멋진 별명을 얻기도 했다. 계곡을 따라 늘어선 많은 다원에서는 무쇠솥에서 덖고, 멍석 위에서 손으로 비벼 만든 수제차를 사거나 맛볼 수 있다.

화개골에서 나와 섬진강을 따라 남쪽으로 10여분 달리면 갑자기 넓어진 들판과 만난다. 대하소설 <토지>의 주무대인 악양면 평사리의 너른 벌판, ‘악양무딤들’이다. 들판은 넓기도 하거니와 지리산 골짜기 까지 깊숙이 뻗어있어 ‘거지가 밥동냥을 하며 다 돌려면 1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경지 정리 잘된 벌판은 지금 몬드리안의 추상을 보듯 청보리밭과 보랏빛 자운영꽃밭이 만들어내는 색의 조화로 황홀하다. 자운영은 겨울철 소먹이로 논에 심었던 한해살이 풀. 모내기를 앞두고 갈아엎으면 자연스레 퇴비가 돼 친환경농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자운영과 함께 바람결에 눈부신 빛의 물결을 일으키는 청보리밭도 지금 가장 짙고 풍성하다. 들판 한가운데 부부 소나무 두 그루 서있어 들판 위 허공으로 달아나려는 시선을 붙들어맨다.

악양들판을 한 눈에 담고 싶다면 고소산성에 올라보자. 섬진강과 어우러진 악양벌이 넉넉하게 가슴으로 들어온다. 고소산성은 삼국시대에 쌓은 성으로 백제군과 나당연합군이 격돌했던 곳이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변한 형제봉(해발 1,115m) 정상에서도 악양들판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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