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거든 길지 말거나, 푸르거든 희지 말거나

담양 가사(歌辭) 여행
  • 등록 2009-06-11 오전 11:38:00

    수정 2009-06-11 오전 11:38:00

[조선일보 제공] 요즘 같으면 카페나 호텔이 들어섰을 경치 좋은 자리에 옛 사람들은 정자(亭子)를 지었다. 담양은 우리 말과 글을 사용해 우리의 느낌을 표현했던 조선 시대 대표 문학인 가사(歌辭)의 중심지로 송강 정철(1536~1593)과 그의 스승 면앙정 송순(1493~1593) 등이 오래 머물며 한글 문학의 '명주실'을 뽑아냈던 곳이다. 이들이 풍류를 즐겼던 정자들은 지형이 변해 옛 모습을 많이 잃었을지언정, 바람 좋고 나무 좋은 옛 문인들의 감성에 기대볼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한다. 
 
▲ 구비구비 계곡과 어우러지게 정자와 정원을 만든 소쇄원은 조선시대 민간 정원의‘대표’로 꼽힌다./조선영상미디어

 
오래전 풍경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은 한국가사문학관(061-380-3240·남면 지곡리 319번지) 바로 옆 언덕에 있는 식영정(남면 지곡리 산75-1)이다. 송강 정철이 담양 성산의 경치를 노래한 '성산별곡'이 탄생한 정자에 서면 해질 무렵 나무 너머 반짝이는 광주호의 풍광이 마음을 씻어준다. '푸른 시내 흰 물결이 정자 앞에 둘렀으니/ 직녀의 좋은 비단 그 누가 베어 내어/ 잇는 듯 펼치는 듯 요란도 하는구나…'('성산별곡' 중) 같은 아름다운 표현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을 듯하다.

송강정(고서면 원강리 산1)도 있다. 송강 정철이 4년가량 머물며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을 쓴 정자 주변엔 굵은 소나무들이 오랜 세월을 증언한다. 서울 출신인 정철은 정치적 위기에 몰릴 때마다 담양군 봉산면에 있는 송강(松江)을 찾았다고 전해진다. 송강정과 가까운 면앙정(봉산면 제월리 402)에선 가사문학의 백미라 여겨지는 송순의 '면앙정가'가 탄생했다. '옥천산 용천산 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에 올올이 펴지는 듯/ 넓거든 길지 말거나 푸르거든 희지 말거나/ 쌍룡이 뒤트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면앙정가' 중) 지금은 앞에 큰길이 뚫려 옛 정취를 찾기 힘들지만 모든 글 쓰는 이들의 무릎을 치게 하는 기막힌 문장이 탄생한 정자에 올라 소리 내어 가사 읽는 여유를 부려봐도 좋겠다.

한국가사문학관(입장료 1000원)에선 가사 18개를 원문·현대역·해제와 함께 실은 책 '담양의 가사문학'을 5000원에 판매한다. 가사문학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엔 조선시대 민간 정원의 '대표' 격인 소쇄원(061-382-1071·남면 지곡리 123·입장료 1000원)이 발걸음을 이끈다. 옛 한옥에 등을 기대고 앉으면 '운치 여행'의 여운이 마음을 울린다.

자가용: 호남고속도로 광주 나들목→88올림픽고속도로 담양 나들목→29번 국도 타고 10㎞쯤 가다 보면 '금성산성' 표지가 나온다.

대중교통: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 터미널에서 매일 오전 10시10분, 오후 4시10분 담양 가는 버스(성인 편도 1만6200원부터)가 출발한다. 센트럴시티 터미널에서 5~1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광주광역시 터미널행 버스(1만6100원)를 타고 광주터미널에 내려서 약 1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담양행 버스를 타도 된다.

승일식당(061-382-9011)은 숯불에 구어 내주는 숯불 돼지갈비(1인분 9000원)가 유명하다. 식당에 들어서면 줄지어 앉아 양념 돼지갈비를 주물러 굽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덕인관은달콤짭짤한 떡갈비로 유명하다. 담양읍사무소 부근에 있던 본점은 공사 중이고 담양읍 백동리 신관(061-381-7882)이 문을 열고 있다. 떡갈비 1인분 2만2000원.

◆금성산성 부근 담양리조트는 스파 시설과 호텔, 리조트를 겸한 복합 숙소로 인근 숙소 중 가장 고급스럽다. 주중 11만9250원부터, 주말 15만9000원부터. (061)380-5000, www.damyangspa.com. 담양읍에 있는 그린파크모텔(061-383-5858, www.greenparkmt.co.kr)은 이 부근에 촬영 온 연예인들이 많이 묵은 깔끔한 숙소다. 주중 3만원, 주말 4만원부터.

◆담양군청 문화관광과  (061)380-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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