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up보험]'100세人' 현실로…액티브시니어가 뜬다

  • 등록 2014-10-07 오전 8:47:12

    수정 2014-10-07 오전 8:47:12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100번째 생일날 한 노인은 양로원 창문을 뛰어넘어 도망치기로 했다. 창문을 사뿐히 기어오를 수 있는 근력과 바닥에 떨어질 때의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 무릎 관절, 안락한 양로원을 탈출하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길 만한 열정까지 갖춘 이 노인은 ‘노인’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지 모른다.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주인공 ‘알란’의 얘기다.

이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건 노인이 아닌 ‘100세인’ 알란의 모습이다. 그는 공동묘지를 바라보며 “비록 몸뚱이는 늙어서 삭신이 쑤실지라도, 실컷 돌아다니는 일이 이 친구처럼 여섯 자 땅 밑에 누워 있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지 않은가”라고 자문한다. 그리고 그동안 양로원에 웅크리고 앉아 ‘인제 그만 죽어야지’라고 되뇐 것은 잘못이었다고 반성한다.

“나이는 숫자일 뿐”…액티브 시니어가 뜬다

젊은이 못지않은 ‘활동력’을 과시하는 실버세대. 이들은 노인ㆍ은퇴자ㆍ실버인구ㆍ실버마켓 같은 말을 체질적으로 거부한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핫 에이지(Hot Age)’라는 별칭이 붙었다.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의 윌리엄 새들러 박사가 처음 명명한 이 단어에는 은퇴 이후 30년의 삶을 ‘활동적이고 자부심을 느끼며 안정적으로 사는 세대’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피터 래슬릿 영국 트리니티대 교수 역시 이 같은 노년기를 ‘제3기 인생(The Third Age)’이라고 지칭했다.

50~70대 중장년층은 요즘 소비업계에서 떠오르는 큰 손이다. 자신의 건강과 외모에 관심이 많고 여가와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투자에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젊음ㆍ문화ㆍ교양에 지갑을 연다. 특히 10~20대와 달리 충분한 소비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맞춘 다양한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부터 ‘No more Uncle(Aunt)’를 의미하는 노무족(노마족), 외모에 관심이 많은 로엘족과 루비족, 자신과 가족을 가꾸는데 아낌이 없는 나우족까지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도 한둘이 아니다.

액티브 시니어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부머 세대를 가리킨다. 714만여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3%를 차지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니어 산업의 성장규모는 2002년 12조8000억원에서 2010년 43조9000억원, 2020년에는 약 148조6000억 원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격렬한 레저나 스포츠,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에 거침없이 참여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은 육체적 나이는 물론 정신적 한계도 쉽사리 뛰어넘는다. 그들에게 나이란 그저 나이에 불과하다.

철도공무원으로 정년 퇴임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여성태(72)씨. 그는 요즘도 일주일이 멀다 하고 백두대간을 오르내린다. 현직에 있을 때부터 꾸준히 운동해온 덕분에 산행에 함께 나서는 젊은이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날렵한 몸매와 근력을 자랑한다. 요즘은 여씨를 모범 삼아 그의 동년배, 전직 동료도 속속 등산동호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나흘에 한번은 가벼운 등산을 하고 한 달에 한번은 지역 산악회와 함께 백두대간을 오른다는 여씨는 “여유롭고 건강하게 노년을 즐기려면 등산만 한 것을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전혜정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정신과 신체가 건강한 노년층을 중심으로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뉴 실버 문화가 창출되고 있다”며 “과거의 노년층이 수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맡기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며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하면서 젊은 시절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액티브 시니어는 퇴직 후에도 취업시장에서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경험과 능력은 물론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월 현재 50대 고용률은 73.6%로 지난 2009년에 비해 3.3%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20대 고용률은 56.0%로 5년 전보다 2.2%포인트 줄었고, 30대 고용률은 73.0%로 1.7% 상승했지만 50대에 미치지 못했다.

현 정부가 목표로 하는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성을 중심으로 50대 이상의 고용률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정부는 50·60대를 위한 다양한 고용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들을 한국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재취업·창업 현실적 장벽 넘기 위해 40대부터 준비

성기홍(53)ㆍ정혜선(52)씨 부부는 지난 4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서 다육식물을 길러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1999년 회사를 그만둔 정씨는 취미생활로 다육식물을 키워왔다. 10년 가까이 다육식물을 수집하고 키우면서 갖게 된 지식은 웬만한 전문가 뺨칠 정도다.

지난해 연말부터는 이런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남편 성씨가 30여년간 근무하던 대기업에서 은퇴하고 함께할 사업을 찾다가 창업을 택하게 됐다. 정씨는 “단순히 취미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사업하려면 사회 경험이 많은 남편의 도움이 필요했다”며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가면서 사업을 운영하기로 하고 창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베이비 부머들은 자본도 넉넉하지 않고 자신감이 부족한데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두려움까지 겹치면서 선뜻 창업에 나서지를 못한다. 한국창업경영연구소가 57~63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창업을 망설이는 이유로 ‘자본부족’(38.0%)이 1위로 꼽히고 ‘경험부족’(25.4%), ‘실패에 대한 두려움’(24.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창업할 때 성공에 대한 자신감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39.2%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생계를 위한 창업하는 베이비부머 수는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사업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이상의 창업은 2012년 125만5762개에서 2013년 139만8954개로 14만3192개(11.4%) 늘었다. 60대 이상은 60만1087개에서 62만7530개로 2만6443개(4.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사업체 중 50대 이상이 대표자인 사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51.6%에서 55.1%로 확대됐다.

문제는 준비하지 못한 창업은 곧 실패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감을 느끼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은퇴에 앞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틈틈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사업에 나설 때 철저한 계획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은 “성공창업이란 차별화된 마케팅, 나만의 경쟁력, 철저한 준비, 진심 어린 서비스가 이루어졌을 때 성공할 수 있다”며 “창업 전 사업계획서를 쓰는 사람이 15%에 불과한데 직접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철저한 시장조사와 소비자 접근 전략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 “컨설턴트들의 말만 믿지 말고 이전 동료나 지인 중 직접 창업해본 이들의 조언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업 리스크가 부담스럽다면 취업을 노려볼 만하다. 취업전문가들은 은퇴 이후 재취업을 원한다면 은퇴 이전에 일하던 곳보다 눈을 낮춰 취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과거 경험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원한다면 은퇴 이전부터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혜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퇴준비가 양호할수록 인적 네트워크 확대나 취미할동, 자격증 취득, 정보화 교육 수강 등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는 반면, 은퇴준비가 취약할수록 은퇴 후 일자리를 준비하려는 노력이 미흡했다”며 “나이의 제약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인 만큼 구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준비를 미리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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