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22일자 35면에 게재됐습니다. |
2005년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펴낸 3인이 다시 뭉쳤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운영위원, 이종태 `시사IN` 경제·국제팀장. 7년 전 금융자본주의 폐단, 복지국가 대안 등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논의를 더 키웠다. 산더미 같은 난제를 품은 한국경제에 직설화법으로 던진 대담을 묶었다.
신자유주의의 허점과 과오를 낱낱이 뽑아내는 길목에서 저자들은 우선 한국이 혼동하는 `자유주의`를 들춰냈다. `자유(liberal)`란 어감에 말려 자유주의를 마치 진보인양 착각하지 말라는 경계다. “자유주의도 근본적으론 시장주의”라는 거다. 자유주의가 가진 본질적 위험성은 신자유주의와 다르지 않단 말이다.
경제·사회 현안들에 비판과 처방을 쏟아냈다. 하지만 다다른 곳은 한 자리, 복지다. 마침 총선·대선 바람을 타고 마치 모든 장애를 처리하는 `마스터키`처럼 거론되는 `닥치고 복지` `왜곡된 복지`에 제동을 건다. 일단 개념이다. 복지는 공짜나 무상이 아니다. 육아·교육·의료 등을 세금으로 싸게 공동구매하는 것이다. 가격을 낮추고 질을 끌어올리는 장치란 얘기다. 더구나 가난한 이들만을 위한 제도란 생각은 아예 버리는 게 좋다. 그래서 빈자들만 골라 시혜 주듯 지원하는 미국식은 아니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유럽식을 지향해야 한다. 그렇다면 세금은 어떻게 되나. 당연히 늘어난다. 세금 증액 없는 복지란 공허한 구호라고 못 박는다. 그러나 세금을 단순히 정부에서 갈취하는 돈으로 여기는 건 잘못이다. 부담이 아니라 혜택이 느는 것이라 했다.
책이 인쇄되는 동안 한·미 FTA가 발효됐다. 그 시기에 임박해 저자들은 노동자와 농민에게 필연적으로 돌아갈 폐해를 언급했다. “시장개방으로 농업이 불리해질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가뜩이나 취약한 서비스업이 시장개방으로 경쟁력을 키울 것이란 논리는 어떻게 가능하냐”고 꼬집는다. 그리고 “가장 좋은 FTA 대책 역시 복지국가”란 결론을 낸다. 복지 강화로 그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수와 진보 양쪽을 향해 날선 칼날을 세웠다. 7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먹고 사는 일이 바쁜데 복지가 뭐냐`던 분위기는 그새 완전히 바뀌었다. 저자들은 이제 `이래도 복지국가가 이상주의기만 한가` 되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