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참 나쁜 사람'의 '참 좋은 복수'

  • 등록 2017-06-12 오전 8:20:25

    수정 2017-06-12 오전 8:21:08

[이데일리 고규대 문화·레저산업부장]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쪽 뺨마저 내어놓아라.” 폭력에 맞서는 2가지 방법이다. 어느 것 하나 쉽사리 선택하기 어렵다. 폭력에 맞서는 폭력 역시 적당한 위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용서라는 해결책은 비범한 사람조차 지키기 어려운 일이다. 세상이 폭력과 그 폭력에 대한 응수가 무한히 연결된 이유다.

2011년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인 ‘인어베러월드’(In A Better World·원제 Haevnen)는 폭력에 대한 반응을 복수와 용서라는 두 가지 차이로 설명한다. 한 소년은 동급생의 폭력을 받아들이다가는 결국 계속 맞고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폭력으로 복수한다. 한 어른은 비폭력의 힘을 믿고 대화를 통해 폭력에 대한 용서를 선택한다. 영화 속에서 극단적으로 보이는 한 장면이 있다. 한 무뢰한으로부터 뺨을 맞으면서도 설득과 타협으로 결국 사과를 받아낸 어른을 향해 소년은 말한다. “그는 졌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퇴출’ 1년 만에 복귀한 노태강 차관

나종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 이어 노태강 2차관이 임명됐다. 노태강 신임 차관은 2013년 체육국장 재직 시절 정유라 판정 시비 관련 승마협회 감사 보고서를 작성하며 최순실 씨 측에 대한 불리한 평가를 담았다.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참 나쁜 사람’으로 지목당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직으로 좌천됐다. 지난해엔 박 전 대통령이 관심을 가졌던 ‘프랑스 장식 미술전’에 특정 패션업체의 제품 전시에 상업성이 짙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가 단장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그 사람 아직도 있어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1년 1개월 만의 극적인 그의 생환을 두고 외부의 시각은 각양각색이다. 비정상의 정상화, 불의에 불복한 정의의 승리 등 드라마틱한 의견이 대부분이다. 국장급에서 차관급으로 승진한 게 특혜라는 주장은 트레이너를 하다 청와대 3급 행정관으로 발탁된 전 정부의 예를 차치하더라도 노 차관이 체육 분야 전문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하다.

◇“적폐 바로잡겠다” 기대감

노 신임 차관은 “정식으로 부임을 하게 되면 (체육계에도 문화계와 유사한 블랙리스트가) 있는지도 살펴서 잘못된 것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바로 잡듯이 바로 잡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노 차관 발언이 가진 함의의 해석은 제각각이다. 문체부 내 일부 적폐의 해소가 급선무라는 주장부터 명분을 위한 복수는 또 다른 폭력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어베러월드’는 소년의 성장영화라는 외적 틀 속에서 윤리적·사회적 내적 논쟁을 촉발시켰다. 폭력이 복수를 낳고, 복수가 또 폭력을 낳는 무한한 순환고리를 끊을 수 있는 건 희망이라고 말한다. 영어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더 나은 세상 안에’ 사는 게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폭력에 물리적 복수를 지지하지 않지만 비폭력으로 일관된 대응이 혹여 낳을 위험도 동시에 비판한다.

해답은 명확하다. 문체부든 또 다른 각 부이든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묘안찾기가 필요하다. 복수극은 당연히 문제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 용서도 정답은 아니다.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은 없어야 하고, 불의와 사익에 부역한 이들은 먼저 일소해야 한다. 블랙리스트처럼 이익을 위한 부당한 장벽과 지시도 사라져야 하고 경기 승부조작비리 등 못다 푼 부정부패도 손을 봐야 한다. 불의가 횡행하는 시대라면 ‘복수할 때 인간은 그 원수와 같은 수준이 된다’는 베이컨의 주장은 맞지만 ‘용서할 때 그는 그 원수보다 위에 서 있다’는 그의 또 다른 주장은 허망한 경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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