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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3D TV가 어느새 사라졌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현재 3D TV를 생산하지 않는다. 미국의 일부 소비자들이 3D TV를 다시 만들어 달라며 온라인 서명운동까지 벌여보지만 소용이 없다. 삼성과 LG는 3D TV를 다시 만들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3D TV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2010년대 초반 3D TV는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기술로 통했다. 2010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3D 영화 ‘아바타’ 흥행이 결정적이었다. 그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D 풀HD LED TV를 내놓자 LG전자와 샤프 등 다른 TV 제조사들이 너도나도 3D TV를 선보이며 경쟁에 돌입했다. 시장도 급성장했다. 인터넷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2010년 3월 2%였던 국내 3D TV 판매량 점유율은 그해 10%를 넘더니 2014년 5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3D 영상을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3D 안경을 써야 한다는 불편함이 컸다. 일반 TV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도 발목을 잡았다. 3D 콘텐츠의 양과 질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3D 안경을 착용하면 화질이 떨어지고, 어지러움을 느끼는 문제도 있었다. 소비자가 외면하면서 한때 시장의 절반을 넘어섰던 3D TV 점유율은 2016년 8%까지 곤두박질쳤다.
사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실처럼 실감나는 TV에 대한 수요는 높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더는 3D TV 출시할 계획이 없다. 대신 TV 시장은 8K TV로 빠르게 넘어갈 분위기다.
8K TV는 초고화질 TV다. 해상도 7680×4320, 3300만 화소를 자랑한다. 가로 화소 수가 8000개에 달한다는 의미에서 8K로 부른다. 풀HD(200만 화소)에 비해 4배 이상 뚜렷한 4K(800만 화소)보다 4배 더 선명하다. 극한 고화질은 TV가 아닌 실제로 보는 듯한 현실감과 몰입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8K TV를 실제로 접한 소비자들도 ‘마치 3D TV를 보는 것 같다’고 반응한다. 안경을 쓰지 않아도 돼 생생한 화질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어지러움이나 눈의 피로 또한 없다. 8K 콘텐츠가 아직 부족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저해상도 콘텐츠를 변환, 고화질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AI는 음향까지도 영상에 맞춰 개선해 현장감을 더해준다. 기존 3D TV가 현실감만을 강조했다면 8K TV는 화질과 몰입감을 더하면서도 불편함을 없애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다만 8K TV의 높은 가격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IFA 2018’에서 공개한 ‘8K QLED TV’ 출시 가격은 화면 크기에 따라 650만~194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향후 대형 8K TV 패널 수율이 안정화될 경우 가격도 점차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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