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TX다롄 담보 미설정’ 신한·우리銀, 산업銀 상대 손배소 패소

신한·우리銀 등 산업銀 같이 3000억 대출
STX다롄 파산…담보권 설정 실수, 회수 불가
우리銀 등 “권한 위임” vs 산은 “의무 없어”
재판부 “산은, 대리인이지만 역할 제한적”
  • 등록 2024-01-01 오후 12:10:13

    수정 2024-01-01 오후 7:23:41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중국 STX다롄 조선소 파산 후 청산 과정에서 대규모 공동 대출을 내줬던 신한은행·우리은행이 “담보권 설정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주채권은행 산업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300억원대 규모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지난 2015년 소송 제기 후 8년여만에 나온 법원의 첫번째 결론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사진=이데일리DB)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김지혜)는 지난달 21일 우리은행·신한은행이 산업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약 316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우리은행·신한은행·국민은행은 2007년 산업은행의 주선으로 STX다롄 조선소에 신디케이트론으로 선박 건조를 위한 건조시설 건설 관련 1억2000만달러와 선박 블록 생산을 위한 제조시설 등 약 2억8000만달러, 총 4억달러를 대출하기로 했다. 신디케이트론이란 다수 은행으로 구성된 차관단이 공통 조건으로 차입자에게 융자를 내주는 중장기 대출이다. 이후 실제로는 3000여억원의 자금이 조선소 건설 목적으로 대출됐다.

당시 대출약정상 주간사은행은 산업은행으로, 산업은행 광저우 지점이 STX다롄의 현지 자산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을 대리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중국의 경우 중국 국내에 위치하는 채무자가 중국 밖에 있는 채권자에게 담보권을 설정하는 경우 중국외환당국에 이를 신고해야 하는 대외담보등기 제도가 있는데 이것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며 STX다롄은 2015년 3월 결국 파산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신디케이트론으로 돈을 빌려준 산업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등은 약 3000억원의 자금만큼의 담보를 처분해 회수하려 했지만 담보권 설정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일부 자금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이에 우리은행·신한은행은 산업은행을 상대로 손해금인 약 316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주간사은행인 산업은행이 부동산에 관한 담보권 설정, 유효한 담보권의 취득 등 일체의 권한을 위임받았음에도 중국의 제도를 제대로 숙지 못해 유효한 담보권을 취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은 주간사은행이자 담보대리인이긴 하지만 각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 설정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산업은행뿐만 아니라 우리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모두가 유효한 담보권 취득을 위해 대외담보등기 제도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산업은행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대출약정에 따르면 담보대리인은 담보서류와 관련한 대주들과 차주 간의 연락을 담당하고 오로지 관리자격·사무관리 범위에 한정해 대주들의 대리인으로서 행위하는 것으로 간주된다”며 “대주의 수탁자 등으로 간주되서는 안 되고 담보대리인은 계약에 규정된 것들 이외의 임무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즉 대출약정에 의해 규정된 내용에만 한정돼야 하기 때문에 그 외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어 “이 사건 대출약정상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부동산에 대한 저당권 설정은 모두 차주인 STX다롄 측의 의무로 규정돼 있다”며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유효한 담보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 것은 STX다롄이 각 대출약정 및 저당권설정계약의 채무를 불이행한 것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은행·신한은행 등이 담보권 취득에 대해선 상세한 의견을 제시했지만 대외담보등기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 점 역시 산업은행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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