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의 경제가 행복을 준다

GDP 포함 안되는 돌봄 활동
화폐경제 못지 않게 중요
"개인 성과급제 피하고
성년되면 자본금 지급해야"
…………………………………
국가의 숨겨진 부
데이비드 핼펀|440쪽|북돋움
  • 등록 2012-04-06 오전 11:26:33

    수정 2012-04-06 오전 11:26:4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05일자 32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이제 인간은 창조된 이후 처음으로 진정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복리와 과학이 안겨준 여가로 어떻게 현명하고 즐겁게 살 것인가.”

케인스의 예측은 맞았다. 80여 년 전인 1930년 그가 발표한 `손자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은 이제 우리 몸에 딱 붙는 현실이 됐다. 먹고사는 일이 절박했던 대공황을 넘어선 혜안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미 `증손자세대` 쯤이 된 지금에도 경제적 압박은 인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사안이다. `국가의 드러난 부`인 국내총생산(GDP)으로 환산되는 번영의 가치 말이다.

그렇다면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숨겨진 부`가 뭐냐는 거다. 간단하다. GDP에는 잡히지 않는 사회적 자본이다. 그 부를 거론해야 하는 까닭도 복잡하지 않다. 국민의 행복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이 논제는 경제성장으로 축적한 국가의 부가 정말 국민을 행복하게 하느냐를 꼬집는 첫 단추인 셈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사회정치과학부 교수를 거쳐 노동당과 보수당에서 정책 입안자로 활동했던 저자의 논지는 한마디로 `국민의 행복` 운운하며 GDP에 목숨 걸지 말라는 거다. 국민의 행복이란 건 결코 GDP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 끌어온 건 `이스털린 패러독스`. “국가경제의 성장이 개인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단순치 않다. GDP가 성장해도 국민이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도대체 정책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 건가.

그 매듭을 저자는 `사회불평등 완화` `시민 간 연대의식 강화`로 푼다. 그리고 다소 파격적인 방안을 꺼낸다. 개인 성과급제를 피하고, 성년이 된 청년들에게 자본금을 일괄 지급하며, 자녀가 아닌 손주나 증손주에게 상속하도록 유도하고, 서비스나 물품을 교환할 수 있는 보완적 화폐를 만들어낸다 등이다.

핵심은 한곳에 모인다. 국가의 부는 경제성장률보다 사회규범과 구성원 간 신뢰 같은 사회적 자본으로 쌓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막연한 얘기가 아니다. 시장서 제값 주고 물건을 사고, 빌려준 것이 제때 돌아오고, 열심히 일하면 나은 미래가 보장될 것을 의심치 않게 하는 거다. 이때 만들어지는 것이 `연대적 복지`다. 누구나 하루의 많은 부분을 GDP에 포함되지 않는 영역에 쓰게 되는데, 그런 활동이 이뤄지는 범위가 확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려의 경제`를 키우자는 말이다.

눈치 챘겠지만 여기엔 전제가 깔렸다. 사회는 혼자 사는 곳이 아니란 인식이다. 가족·친구·동료 등 나와 관계를 맺은 일원이 다 들어 있다. 그래서 관계는 `배려의 경제`에 기본이다. 가령 그 안에선 친구를 위해 선물을 산다든가, 동료에 대한 신의 때문에 직장을 옮기지 않는 행동, 싼 가격을 포기하고 지인에게서 물건을 사는 일 등이 수시로 이뤄진다. 그리고 이것이 `진짜 경제`의 상당 부분을 이루고 있는 알맹이라고 말한다.

참으로 일관되게 낙관적인 것도 책의 특징이다. 안 될 땐 어떡하나 따위로 속 끓일 고민은 일단 접어뒀다. `배려의 경제` 하나면 환경·빈부격차·실업·경제위기쯤 북어 엮듯 한 쾌에 해결할 수 있단 입장이다. 이상론이 드세지만 시사점도 적잖다. 한국사회서 요즘 같은 선거철만큼 `국민의 행복`을 요란하게 들먹이는 때도 없다. 그런데 그들의 국민 중 누가 행복하다 하는가. 더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더 행복해지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뒤집어야 할 이유가 설득력을 얻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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