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화학그룹인 KPX의 계열사인 진양산업이 동일인(양규모 회장) 장남(양준영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게 베트남 현지 계열사에 대한 수출 영업권을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에 대해 과징금 16억35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KPX는 2019년 공정위가 중견그룹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제재 감시를 강화한다고 밝히면서 처음으로 타깃이 된 회사다. 공정위가 영업권 무상 양도에 대해 부당지원 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양사업은 지난 2015년 8월 자신이 수출하던 스폰지 원료 폴리프로필렌 글리콜(PPG)의 수출 영업권을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게 무상으로 양도했다. 진양산업은 PPG 등을 국내업체로부터 매입해 베트남 현지법인 비나폼에 수출했다. 비나폼은 진양산업이 100% 지분을 보유한 해외 자회사다.
문제는 PPG에 대한 안정적인 수출 물량이 확보돼 있는 터라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진양산업에게 일종의 권리금인 영업권에 대한 대가를 전혀 지불해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PPG수출 물량 이관은 두 회사에 동시 재직하던 진양사업 대표이사와 전무이사에 의해 이뤄졌다.
공정위는 약 36억7700만원에 달라는 PPG 수출 영업권이 무상으로 양도됐고, 수출 경험이 없던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재무상태가 개선됐다고 봤다. 2011년 기준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매출액은 부동산임대업으로 3억2700만원에 불과했다. PPG 수출 물량이 이관되면서부터 매출액이 크게 늘고 지난 2018년 기준 매출액은 76억8600만원까지 불어났다. 이중 상품수출업 매출이 67억9500만원이다.
아울러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수익을 지주호사인 KPX홀딩스 지분 확보에 활용하면서 장남의 경영권 승계 발판을 마련했다고 봤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집단국 공시점검과장은 “대기업집단에 비해 중견기업의 경우 내·외부의 감시와 견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지만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만큼 엄정 조치했다”면서 “공정위의 감시망을 중견 기업집단까지 넓혀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는 엄정한 법 집행 및 건전한 경쟁질서 확립의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