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정운찬 교수 "내가 본 한국경제" 강연

  • 등록 2000-11-16 오후 12:18:13

    수정 2000-11-16 오후 12:18:13

서울대학교 정운찬 교수는 16일 "현대건설을 비롯한 부실기업은 과감하게 퇴출시켜야한다"며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음은 정 교수가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 조찬에서 강연한 "내가 본 한국경제" 의 요약이다. ◇2001년 경제전망 현재 한국경제의 성장률, 물가, 국제수지 등 거시지표는 좋은 상황이다. 내년도에도 현재 추세를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성장 측면에서는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이 성장을 주도, 불균형이 심하다. 수요 측면에서는 내년도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분배의 불균형이 소비수준을 더 떨어뜨릴 것이다. 수출은 미국 경기와 관련이 있다. 미국의 10년 호황에는 거품이 있어 경착륙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는 대외적으로는 고유가가 문제다. 대내적으로는 98년 가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총통화가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국제수지는 GNP의 3% 수준인 150억달러 흑자가 적정하고 외환보유고도 수입액의 25%인 300억달러면 적정한 것으로 얘기하지만 위기상황이므로 이 기준을 넘어서도 좋다고 본다. 다만 외환보유고 950억달러의 많은 부분이 차입인 것은 문제다. 높은 금리로 달러를 빌려서 낮은 금리를 받고 외국은행에 묻어둔 외환보유고는 의미가 없다. ◇기업구조조정 기업의 이익(영업이익 등)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을 보면 이미 94년부터 이 비율이 1미만인 기업수가 전체 기업의 30%인 1000여개 달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상태가 3년간 계속되면 퇴출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재벌기업의 경우 계열사 지원을 통해 기업이 퇴출되는 것을 막아줬다. 은행도 기업퇴출을 과감하게 하지 않았다. 정부도 책임이 있다. 정부는 재벌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해결하라는 정책을 폈다. 최근 경제부처 책임자가 혼선과 실망을 주고 있다. 재벌에게 계열분리를 하라고 주문하면서 현대건설이 위기에 몰리니까 형제들에게 도와주라고 한다. 한국은 그냥 놔둬서 다 망하느냐, 일부만 망하느냐 선택의 기로에 있다. 현대건설이 살기 힘들면 청산해야 한다. 현대는 벌써 수차례 자구안을 내놨다. 잘 되는 기업에 돈을 주고 내실을 기해야한다. 실업 걱정을 하지만 노동자들에게 실업수당을 주고 다른 길을 모색하도로 하면서 구조조정을 해야한다. ◇금융구조조정 기업이 부실화되면서 은행까지 엄청난 부실채권을 떠안았다. 케인즈는 이렇게 말했다. "1천 파운드 빚을 지고 있으며 밤에 잠이오지 않는다. 10만 파운드 빚을 지며 은행원이 잠을 자지 못한다." 우리 은행들은 부실기업과 난파선에 동승한 형국이다. 외환은행이 현대에 끌려다니고 있다. 은행장이 나서서 현대가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다닌다. 은행의 부실채권이 100조원 정도 될 것이라는 분석에 동의한다. 은행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데 인색할 필요는 없다. 과거 40년간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건 적건 국민들이 수혜를 봤다. 다만 성장의 과실을 많이 딴 사람은 공적자금 부담도 많아야 한다. ◇은행 퇴출과 합병 공적자금을 쓰는데 인색하지는 않지만 쓰는 방법은 달라져야한다. 98년 은행구조조정을 할 때 이른바 클린뱅크 정책이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바뀌었다. 큰 은행이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퇴출시켜야한다. 부작용을 줄이는데 공적자금을 써야한다. 은행합병에 대해서는 (우량은행간 합병을 제외하고) 반대한다. 부실 더하기 부실은 당연히 부실이다. 우량은행 더하기 우량은행은 우량은행 또는 부실은행이다.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을 한다고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에서도 은행간 합병은 성공확률이 30%로 낮다. 은행합병의 모티베이션은 효율을 위해 각 은행이 최대한 노력한 다음, 그래도 다시 효율을 위해 합병을 선택하는 것이다.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이 합치고 또 다른 우량은행과 합친다고 하는데 성공확률은 더욱 떨어진다. 과거 제일은행과 서울은행 처리는 외환위기 당시 청산을 하거나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1원에 사가라고 했어야 했다. 질질 끌다가 처리가 어려워졌다. ◇현대건설 지금 국민여론을 조사해보면 현대건설을 살리자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쉬운 길을 택한 것이다. 개인적으로(학교에 있는 사람으로서) 현대건설을 청산시켜야한다고 생각한다. 현대건설 처리를 놓고 외국에서 문의가 많았는데 (처리방향이)너무 많이 바뀌고 있다며 우려했다. 현대건설은 법정관리도 안된다.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은 경재업체를 죽이는 역효과가 있다. 법정관리를 받으며 저금리로 회사를 운영하고 덤핑으로 물건을 판다. 될 수 있으면 잘 안되는 기업은 청산시켜야 한다. ◇노동문제 기업을 퇴출시키면 대량 실업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실업수당을 제공하면서 재출발 기회를 줘야한다. 노동 분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노동시장이 좀 더 유연해져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노동자의 항의를 무조건 나쁘다고 해서도 안된다. 대통령이 정치적 의지를 보여줘야한다. DJ는 못사는 사람, 노동자의 지지를 받았다. 이들을 섭섭하게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나서서 "잘못하면 다 죽는다. 노동자도 그만 요구하라"는 식으로 정치적 리더쉽을 발휘해야한다. ◇기업퇴출은 필요조건 현대, 대우를 무너뜨리는 것에 대해 "역사가 중요하지 않나", "그동안 잘한 것도 있는데"라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이는 폐쇄경제 시절에 경쟁상대가 없을 때 얘기다. 92년을 계기로 세장이 바뀌었다. 냉전기간중에는 미국이 한국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한 표본으로 생각했다. 어느 정도 봐주는 것이 있었다. 냉정이후에는 동반자(Equal Partner)로 같이 가자는 식으로 바뀌었다. 미국을 포함한 외국시각은 삼성그룹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보고 한국경제에 실망했을 것이다. 현대가 금강산 관광하는 것을 보고 외국금융기관이 대출을 끊었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세계 전파라는 방향을 가지고 있다. 부실기업을 퇴출하지 않으면 모두 무너진다. 기업퇴출은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충분조건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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