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느림보·400㎜ 물폭탄' 카눈이 한반도에 남긴 것들

오전 6시 평양에서 카눈 소멸…오후 소강
'남→북' 수직 북상한 이례적 사례로 기록
시속 20㎞ 역대급 느린 속도에 피해 커져
  • 등록 2023-08-11 오전 9:55:21

    수정 2023-08-11 오전 9:55:21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10일 오전 9시20분 경남 거제에 상륙했던 제6호 태풍 ‘카눈’이 11일 오전 6시 북한 평양 부근에서 소멸했다. 전국에 내려졌던 태풍주의보도 모두 해제됐다. 카눈은 상륙 이후 약 21시간 동안 한반도에 머물면서 큰 피해를 줬지만 이날 오후부터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비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이날 오전 6시 북한 평양 인근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해 완전히 소멸됐다. 기상청은 “수도권과 강원 북부 내륙은 이날 오전까지 태풍의 영향을 받겠다”며 “전국이 대체로 흐리겠다”고 예보했다.

카눈은 애초 예상한 ‘한반도 종단’까지는 아니지만 변칙적인 경로로 북상하며 한반도를 남에서 북으로 지나간 이례적 사례로 기록됐다.

카눈은 지난달 필리핀 동쪽 열대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뒤 중국 남부로 향했으나, 이달 초 동중국해에서 일본으로 이동경로를 바꾸더니 곧장 한반도로 북상했다. 우리나라 서쪽과 동쪽에 자리한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에 막히자, 두 고기압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가 ‘빈 공간’이 됐고 카눈은 이 공간을 길처럼 이용한 것이다.

더욱이 상륙 시점 기준 시속 34km로 진입한 카눈은 시속 20km 내외의 느린 속도로 북상하며 피해를 키웠다.

특히 경상권과 강원 동해안에 강한 비바람을 퍼부었다. 9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집계된 누적 강수량에 따르면 속초엔 402.8㎜ 비가 내렸고, 삼척 387.0㎜, 양산 350.0㎜, 강릉 346.9㎜, 북창원 338.6㎜ 등으로 나타났다. 부산 가덕도에서는 순간 풍속 초속 34.9m의 기록적인 강풍도 관측됐다.

전국 곳곳에서는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6시 현재 공공시설 184건, 사유시설 177건의 피해가 집계됐다고 밝혔다.

도로 침수·유실은 64건(부산 39건, 경북 11건 등)이며 토사 유출은 6건, 제방 유실 10건, 교량 침하 1건, 가로수 쓰러짐을 포함한 기타 98건 등이다.

주택 침수는 30건(강원 19건, 대구 11건)이며 주택 파손은 3건이 집계됐다. 상가 침수는 16건(대구 15건)이며 토사 유출은 8건(부산 7건), 간판 탈락 등 기타는 118건이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집계했다. 다만 전날 대구 군위군에서는 하천에서 67세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으며, 대구 달성군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60대 남성이 소하천에 추락한 후 실종됐다. 이들은 태풍 인명피해가 아닌 안전사고로 집계됐다.

태풍으로 일시대피한 사람은 17개 시도 125개 시군구에서 1만1705가구 1만5862명이다. 경북이 9804명으로 가장 많고 경남은 2967명, 전남은 977명, 강원은 869명이다. 국립공원·공항·철도 역시 시설 점검 후 운영이 재개된다.

물벼락으로 도내 곳곳에서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각 지자체는 복구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긴급·응급복구에 나서는 한편 피해를 지원해 조기 수습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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