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희의 핫스팟)일본이라는 복병

  • 등록 2001-12-17 오후 12:13:34

    수정 2001-12-17 오후 12:13:34

[edaily] ▶ 바로 옆에 있지만 와닿지 않으면서 또한 무시하는 나라, 일본 주식투자자를 위한 어느 설명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전망 이야기를 하는 과정 속에서 일본의 경기 침체 심각성을 10여분간 이야기하자 마자, 나이 드신 어느 투자자가 대뜸 질문을 던진다. 일본이 경기 침체에 빠진 사실이 우리 주식시장에 무슨 영향을 미치는 건가요?”라고 묻는 질문에, 일본의 경기 침체가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표정이 숨겨진 것 같았다. 문득 마음 속으로 ‘아, 이거 어떻게 설명해야지 피부로 와 닿게 설명할 수 있을까?’하는 순간적인 고민 끝에, 마누라 이야기를 했다.“제 와이프(Wife)가 외국계 화장품 면세점 계통에서 일하는데요, 국내 면세점의 화장품 매출의 70∼80%가 바로 일본 관광객에 의해 발생됩니다. 그런데 요즘 일본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면세점 매출이 상당히 재미없다고 합니다.” 면세점 매출에서 가장 큰 수입원을 갖고 있는 호텔신라의 주가가 「월드컵 수혜주」니 「경기 수혜주」니 하면서 저점 대비 50% 이상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답변을 질문자가 어떻게 받아 들일지 궁금하기만 하다. 【2001년 이후 달러/엔 환율과 원/달러 환율의 변화 추이】 기관투자가와의 시황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도 이러한 현상을 가끔씩 겪게 된다. 심화되고 있는 일본의 경기 침체 상황이나, 일본 경기 침체가 지역 경제에 일정부분 타격을 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면, 종종 받는 질문이 있다. “일본에 대해서는 이미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이 있지 않는가?” 이러한 질문 이면에는 ‘일본 경기 침체가 지역 경제에 일정부분 타격을 줄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먼저, 중국의 경우 향후 5년간 경제활동인구의 자연스런 증가와 더불어 국영 부문 정리에 따른 실업자와 농촌의 잉여 노동력 흡수를 위해서는 매년 100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7%대의 안정적인 성장세 유지가 필수적이다. 내년 중국의 성장률을 7%대 중반 정도로 내다 보는 의견이 현재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망이 전제하고 있는 것은 美 경제가 내년 2/4분기 이후 회복될 것이라는 (확실하지는 않은) 전망을 깔고 있다.(사실 중국의 경제 성장 향방은 상당부분 미국의 경기 회복 여부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중국과 관련하여 한국 투자자들이 막연한 기대로 인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중국의 잠재적인 성장에서 혜택 받을 수 있는 국가로는 같은 화교 국가이며 중국에 대한 자본 투자가 활발했던 『대만과 싱가포르』를 1차적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중국시장의 1차 수혜국인 대만이 3/4분기에 전년 동기비 -4.2% 성장세를 보이며 26년래 최악인 상황을 보이고 있고 싱가포르 경제도 올 3/4분기에 -5.6% 성장한 이후 4/4분기에도 -8.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마당에, 한국은 중국시장에 대해 너무 낙관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일본은 자국産 경기침체를 수출하려고 안달이 나 있다 일본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보자. 달러/엔 환율은 지난 98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하면서, 『일본 경기 침체가 지역 경제에 일정부분 타격을 줄 가능성』이 막연한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부 발빠른 투자자는 인식하는 듯 하다. 일본은 자국의 경기침체를 환율 평가절하를 묵인하는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이제 타국에 수출하게 될 것이다. 「일본産 경기침체의 수출」구도가 우리나라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최근 발표된 일본 경제지표를 분석해 보면, 좀 더 명확해진다. 일본은행이 지난12월12일 발표한 12월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 短觀)를 면밀하게 살펴보면, 기업의 경기 체감을 나타내는 업황판단지수(DI) 측면에서 非제조업은 마이너스 22를 기록한 반면 대기업 제조업에서 마이너스 38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産 경기침체의 수출」의 무게 중심은 단연코 일본의 대기업 제조업 부분이 가장 큰 수혜를 보도록 의도될 수 밖에 없다. IT수요의 감소에 허덕이는 전자기계 부분이 무려 마이너스 63을 기록하고 있고, 지난 9월 조사에서는 마이너스 2에 머물렀던 자동차가 마이너스 14까지 떨어지며 대폭 하향 조정된 사실을 주목해야겠다. 일본의 10월 완전실업률이 사상 최악인 5.4%를 기록하고 있고, 민간설비투자의 선행지표가 되는 "선박, 전력을 제외한 민간수요"의 수주액(계절조정치)이 전월비 10.1% 감소하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평가절하를 통한「일본産 경기침체의 수출」구도의 무게 중심은 바로 전자기계 부분과 자동차 부문에서 일본의 희생양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産 경기침체의 수출」구도의 무게 중심은 바로 전자기계 부분과 자동차 부문일 듯.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일본産 경기침체의 수출 대상 후보로는 1차적으로 미국과 중국보다는 한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겠다. 중국과 일본의 무역 전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평가절하는 아시아 주변국에게 가장 큰 위협 요인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일본에 이어 세계 제 2위 규모인 2,000억달러(10월말 현재)에 이르고 있고 중국과 일본의 주력 산업구조도 아직까지는 차이가 많아,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도 일본의 경제 불안이 갖는 국제적 함의에 대한 미국의 심각한 우려를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는데다, 日銀 해외자산 인수나 통화 증발 등을 통한 엔화 약세 시도의 필요성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뉴욕 외환시장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 증시 재료 측면에서 향후 한국이 질 수 있는 두 가지 잠재 부담 요인들 환율 평가절하를 통한「일본産 경기침체의 수출」구도의 무게 중심은 바로 전자기계 부분과 자동차 부문에서 일본의 희생양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면, 한국은 두 가지 점에서 잠재적인 부담요인을 질 것 같다. (물론, SKT와 NTT도코모와의 외자 유치 협상 결렬과 같은 사건도 결국에는 ‘일본産 경기침체의 수출’구도에서 간접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①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 인수와 관련하여 약속된 최종 시한인 올해 연내 성사가 사실상 깨어지고 있는데다, 인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에 대해 CNN등 외신이 국내 언론보다 오히려 더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포드도 포기한 대우차 인수를 만약 GM도 포기한다면, 현실적으로 대우차에 대한 청산보다는 현대차 그룹에 어떠한 형식으로든 타진할 수 밖에 없는 방안만 남을 수 있다. ② 도시바와 인피니언의 D램 사업부문 통합 계획이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된 상황에서, 12조4,000억원에 달하는 하이닉스의 막대한 부채 규모로 인해 하이닉스와 마이크론과의 전략적 제휴 방안이 합병으로 귀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미국 최대 에너지기업 엔론이 다이너지가 합병 인수를 철회한 후 급격한 상황 변화를 겪었고, 당초 기대를 부풀리게 했던 HPㆍ컴팩 합병 계획안이 지금은 포춘紙에 의해 「올해 "최악"의 결합」으로 선정되고 일부 대주주들이 합병에 반대하며 뒤늦게 급격한 상황 변화를 역시 겪고 있다는 점을 새겨 볼 만 하다. 일본 경기 침체가 지역 경제에 일정부분 타격을 줄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고, 환율 평가절하를 통한「일본産 경기침체의 수출」구도의 무게 중심은 바로 전자기계 부분과 자동차 부문에서 일본의 희생양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엔화의 환율 평가절하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은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에게 섣부른 추격 매수의 위험성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 미국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변화될 조짐이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소위 「War against Terror」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뭔가 변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9월 11일 테러 이후 미국 주식시장의 참여자는 기업실적 점검이나 전망과 같은 Bottom-Up 접근을 도외시하고 더 이상 최악은 없다는 식의 「심리적 애국주의」와 공격적 금리 인하로 인한 유동성 논리에 편중한 Top-Down 방식만 바라보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12월 들어 기업실적 점검이나 전망과 같은 Bottom-Up 접근을 보려는 예전 속성이 다시 나타나는 경향이 강해 보인다. 사실 주식이 채권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시장 구조가 너무 부각되며 최근 채권 매도세가 부풀려지고 있고, 기업 수익의 뚜렷한 개선 조짐이 요구되어야 현재의 주가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시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아직까지 국내외적으로 정책 대응이 의도된 효과를 창출하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키친 싸이클(Kitchen Cycle)과 같은 짧은 경기순환적 관점에만 집착하여, 지금처럼 세계화된 경제에서 경기 회복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과거에 비해 훨씬 어려워지고 있는 구조적 배경을 너무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주당순익(EPS)이 가속화되어야 된다는 측면에서, 국내외 기업실적 점검과 향후 전망에 대해 좀 더 냉정하게 점검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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