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은행합병 전망과 시나리오

  • 등록 2000-05-29 오후 5:18:48

    수정 2000-05-29 오후 5:18:48

은행합병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무엇 하나 손에 잡히는 것은 없지만 은행들의 마음은 이미 ‘짝짓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 29일 일부 언론이 하나-한미은행의 합병 추진을 보도하면서 은행권의 합병 분위기는 일단 어려운 한걸음을 뗀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양 은행은 일제히 부인공시를 냈지만 하나은행의 부인 강도는 예전과 분명히 달랐다. ◈ 합병 분위기 확산 배경 금융계에서는 하나은행한미은행과의 합병추진 사실을 흘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같은 추정은 지난 26일 김상훈 국민은행장의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과는 합병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기인하고 있다. 사실 김상훈 행장은 이날 재경부를 방문해 이헌재 장관과 얘기를 나눴다. 김 행장은 이 자리에서 "공적자금 투입은행과의 합병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프라이빗뱅킹에 강한 은행과 합병하는 것이 낫다"는 자체 결론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얘기는 최근 정부가 ‘우량 + 공적자금투입은행’의 합병 가능성에 부정적 시각을 보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하나의 지주회사내로 묶는 합병안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따라서 김 행장의 이날 재경부장관 면담은 최소한 정부가 정말 ‘우량 + 공적자금투입은행’의 합병 시나리오를 철회했는가를 확인하는 자리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국민은행이 ‘프라이빗뱅킹에 강한 은행’을 지목함으로써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사실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제외하고 프라이빗뱅킹에 강한 은행은 신한 하나 한미은행 등이다. 주택은행에 대해서는 이미 양 은행이 ‘중복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반기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으로 하나은행은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신한은행은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해서인지 전날(25일) 지주회사 설립안을 발표함으로써 합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렇다면 하나·한미은행 뿐인데 하나은행이 훨씬 더 무거운 중압감을 느꼈을 것은 불보듯 자명하다는 설명이다. 하나은행의 반응 하나은행은 부인공시를 내기는 했지만 많은 얘기를 덧붙이고 있다. 하나은행 임원은 “여러 합병안중의 하나”라며 적극적인 부인을 자제했다. 그는 “하나은행이 독자생존 방침에서 합병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이번 합병추진 보도가 의도된 ‘작품’일 가능성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이 임원은 나아가 “하나은행의 정서상 갈 길이 정해지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애매한 입장을 드러냈다. 또 다른 임원은 국민은행과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 상대적으로 한미은행에 합병을 타진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이 임원은 “국민과 장은의 합병을 보지 않았느냐”며 “하나·보람이 합병하면서 비교적 볼륨이 커지긴 했지만 국민은행의 문화가 분명히 드러난 이상 국민측과의 합병을 희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못박았다. 따라서 하나은행측의 얘기를 종합하면 합병을 통한 생존방안에 무게중심이 옮겨졌으며 국민보다는 한미은행이 낫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결국 피합병 대상으로 지목되는 한미은행전방위 압박을 가함으로써 시장의 반응을 보자는 계산이 깔려 있는 듯 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한미은행이 여러 측면에서 주택은행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주택은행보다는 우리(하나은행)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공개적으로 현실론을 펴기도 했다. ◈ 앞으로의 전개 방향은 일단 은행 합병의 기본 구도는 짜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조흥·한빛과 외환은행 등은 모두 정부의 손아귀에 있는 은행으로 정부의 의사결정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은행은 모두 독자 생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지만 전적으로 정부의 의중에 강제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국민 →하나’, ‘하나 →한미’, ‘한미 →?’의 구애전선으로 요약이 가능해진다. 현재 의중이 파악되지 않은 은행은 한미은행주택은행이다. 항간의 소문처럼 한미은행주택은행을 선호하고 주택은행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구도는 더욱 선명해진다. 은행들이 이처럼 자율적인 합병을 이끌어내면 진일보한 구조조정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금융계 일부에서는 어떤 조합도 정부의 은행 대형화 목표에는 미달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합병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은행들의 이같은 자율적인 합병이 정부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최소한 지방은행을 한곳씩 떠안아야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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