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만에 강아지 엑스레이 판독…SK엑스칼리버 경험해보니(영상)

AI기반 수의영상 진단 보조 솔루션
반려인구 700만인데 영상의학과 전공 수의사는 300명에 불과
월 30만원 구독료로 무제한 영상 판독…시간도 단축
엑스레이 적게 찍어 진료비 절감 효과
  • 등록 2022-10-23 오후 2:56:30

    수정 2022-10-24 오전 8:45:49

오이세 인천SKY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 19일 대박이의 관절을 AI 기반 수의영상 진단 보조 솔루션 ‘엑스칼리버’를 활용해 진단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인천 = 글·사진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전국에 엑스레이 기기가 있는 동물병원이 2900개가 있는데 영상의학을 전공한 국내 수의사는 300명에 불과합니다”

지난 19일 인천SKY동물메디컬센터에서 만난 오이세 원장은 “사실상 영상 의학을 전공하지 않는 분들이 2600대의 엑스레이 판독을 하는 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의사와 달리 전문의 제도가 없다. 6년간 학부를 졸업하고 면허를 취득하면 바로 수의사로서 활동할 수 있다. 좀 더 전문화된 공부를 하고 싶으면 대학원에 가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엑스레이와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판독하는 법을 배우는 영상의학과이다.

이처럼 영상의학과를 전공한 수의사가 적은 탓에 동물의 엑스레이를 보내 판독을 의뢰하는 원격판독 자문서비스가 발달할 정도였다. SK텔레콤이 5개 국립대학과 손잡고 만든 ‘엑스칼리버’는 이런 고민에서 탄생한 인공지능(AI) 기반 수의영상 진단 보조 솔루션이다.

부족한 영상의학과 전공 수의사, AI가 보조 역할

엑스칼리버를 활용하고 있는 인천SKY동물메디컬센터를 방문해 기자의 강아지 ‘대박이’를 진단해봤다. 유기견이라 나이가 정확하지 않은 10세 이상의 말티즈다. 엑스레이 기계로 대박이의 흉부와 관절을 촬영한 뒤, 진단실로 돌아오자마자 컴퓨터 스크린으로 방금 찍은 대박이의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의학과 전공의인 오 원장은 기존 ‘사람’이 하던 영상판독 방식과 엑스칼리버를 활용한 영상판독 방식을 비교해서 보여줬다. 강아지가 가장 걸리기 쉬운 심장병인 심장비대증은 흉추와 심장길이의 비율(VHS)을 측정해 판단한다. 이를 위해서는 심첨부(心尖部)와 심저부(心底部)의 길이, 척추 크기 등을 의사가 일일이 선을 그어 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을 어떻게 긋느냐에 따라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오 원장은 “이전에는 엑스레이 이미지에 종이를 겹쳐 점을 찍어서 길이를 측정했다”고 말했다. 최근은 마우스로 이미지 자체에 점을 찍고 컴퓨터가 자동으로 직선거리를 재어준다. 그러나 이 역시 사람이 찍는 점인 만큼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AI는 수백, 수천 장의 사진에도 똑같은 기준으로 VHS를 측정한다. 그것도 15초 만이다. 오 원장이 컴퓨터에서 버튼을 누르니 약간의 로딩 후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정상’. 오 원장의 진단과 같았다.

엑스칼리버는 VHS 외에도 흉부질환 10종, 근골격계 질환 7종에 대한 판독 결과를 즉각적으로 판단해 확률로 제시해준다. 과거 원격판독 자문서비스를 이용하면 하루 정도 걸렸던 일이다.

대박이는 왼쪽 고관절 아탈구 가능성, 슬개구 탈구 가능성 등 20가지 소견이 나왔다. 오 원장은 “20개의 AI 판단을 의사가 다 믿을 수는 없다”며 “의사는 경험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축적했고 실제 강아지를 보면서 판단할 수 있지만 AI는 이미지만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의사와 AI의 소견이 일치하면 의사는 더욱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고, AI는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만큼 의사가 미처 생각치 못했던 질병을 발견해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5일 출시된 엑스칼리버는 한 달도 안 돼 50여개 병원과 계약을 완료했다. 연말까지 100개 병원으로 고객이 확대될 전망이다. 원격판독 자문서비스는 장당 1만 5000원에서 2만원을 받지만 엑스칼리버는 한 달에 30만원 정액제로 운영된다. 대신 분석 의뢰가 가능한 장수는 무제한이다. 설치 역시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간단하다. 직접 이미지를 업로드하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 로그인을 위한 계정만 발급받으면 된다. 엑스레이 장비에서 찍은 이미지를 즉시 클라우드로 연결하는 데에도 30분 정도만 소요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AI학습량 늘어날 수록 의견일치율 늘어날 것…해외 진출도 검토

정확한 진단이 엑스칼리버의 가장 큰 효용이지만, 이로 인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부가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의사의 빠르고 자신감 있는 판단을 도와줘 엑스레이를 덜 찍게 된다는 것이다. 엑스레이 한 장당 2만~3만원의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이는 고객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이어진다. 엑스레이 찍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강아지가 받는 스트레스가 커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대박이의 흉부를 엑스레이 촬영하는 모습 (사진=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현재 엑스칼리버와 의사들의 VHS에 대한 의견 일치율은 97%, 관절 질환에 대한 의견 일치율은 84%이다. SKT는 동의를 받아 엑스칼리버를 활용한 분석 의뢰 데이터를 다시 AI의 성능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엑스칼리버를 사용하는 병원이 많아질수록 AI 성능 역시 향상되는 구조다. 엑스칼리버는 조만간 강아지를 위한 복부 엑스레이, 고양이 엑스레이도 판단 가능하게 된다. 오 원장은 “엑스레이로 봐야 하는 것은 대부분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SKT는 장기적으로는 해외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AI 기반 수의영상 진단 보조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는 엑스칼리버를 포함해 전 세계에 3개가 있다. 미국의 시그널펫(Signal PET)과 베톨로지(Vetology)다. 양쪽 모두 아직 스타트업인 데다가 경쟁자가 적은 만큼 SKT는 해외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이 발달한 북미와 유럽, 호주, 일본 등의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김성택 SKT 혁신사업개발2팀 매니저는 “AI를 이용해 병이 커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면 반려인들의 의료비 지출이 크게 절감될 것”이라며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엑스칼리버를 쓰는 병원이 어느 곳인지 고객들에게 안내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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