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현학적인(?) 월가 전략가들

  • 등록 2002-02-18 오후 12:21:35

    수정 2002-02-18 오후 12:21:35

[edaily] 월가 전략가들은, 당연한 얘기겠지만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다. 이들 시장 전략가들은 대체로 수치나 차트, 전문용어들로 시장에 대한 자신들이 갖고 있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알린다. 그러나 때로는 재치있는 문구나 문학적 암시를 이용하기도 한다. 개별수치들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정글 속의 고릴라(Gorillas in the Mist)", "빌딩을 떠난 아르키메데스", "더이상 헐벗지 않은 사슴, 그러나 여전히 알마니(Almaini)를 입은 것도 아닌..." "세계 전망은 슬픔에 잠긴 강과 같다" 등 문학적, 철학적 암시가 뛰어난 표현들도 많다. 어떤 면에서 보면 마치 이런 문구들은 시(詩), 혹은 영화학교 프로젝트의 제목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표제들은 모건스탠리의 미국 투자전략부문장인 스티브 갈브레이스의 주간 전망 보고서에서 나온 것들이다. 크데리스위스 퍼스트보스턴(CSFB)의 톰 갤빈은 이번주 보고서의 제목을 시트콤의 제목을 원용, "아이 러브 루시(I Love LUCI)"라고 달았다. 여기서 "루시(LUCI)"는 시트콤의 주인공인 루시의 이름이 아니라 " 기업채권지수 유동성(Liquid U.S. Corporate Bond Index)"의 앞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이런 전망들이 재치있고 없고를 떠나 월가 전략가들이 내놓은 전망 자체가 엉터리라는 비난도 없지 않다. 뮤추얼 펀드를 운용하는 써드 애버뉴 펀드의 회장인 마틴 휘트먼은 "이들의 전망을 통해 투자자들이 시장을 해석하지만 그들은 지난해 S&P500지수가 몇백 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13% 떨어지는 등 정확한 진단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누가 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가. 아무도 없다"고 단언한다. 루더포드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대표인 윌리엄 루더포드는 "그들의 예측이 때론 명백하고, 이해하기에 쉽지가 않다"고 전제하고 "그들은 종종 도움이 안되는 의견을 내놓는다. 나는 차라리 심각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90년대 강세장은 골드만삭스의 애비 조셉 코언, UBS워버그의 에드 거스너, CSFB의 갤빈과 리먼브러더스의 애플게이트 등이 강세장을 예언한데 힘입은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월가 전략가들의 전망 자체가 함축하고 있는 가치있는 전망이 많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 갈브레이스의 예를 들자면 "정글 속의 고릴라"는 지난 88년 시고니 위버가 출연했던 영화로, 유인원들이 갖고 있는 상대적인 장점을 부각했었다. 즉, "경쟁자들이 주춤할때 강세를 띨 수 있다"는 의미를 표현해 준다. 지렛대의 원리를 발견해 냈던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를 원용한 것은 미국 기업들의 높은 부채로 인해 기업들의 실적이 변동되기 쉬움을 비유하기 위한 것이었다. 갈브레이스와 같은 전략가들은 이처럼 특히 엘리트 독자층-대형 투자가들과 핵심 머니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현학을 휘두르고 미디어에서의 권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패널토의에 참석시키기도 좋으며 투자자들을 위한 파티에도 제격이기 때문이다. 프론트 배넷 어소시에이츠의 회장인 마샬 프론트는 "월가의 현학적인 전략가들은 케이블 TV나 TV네트워크의 뉴스 앵커와도 같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많은 정보와 소식을 전한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설명한다 많은 금융사들도 이런 이유에서 현학적인 멘트를 하는 전략가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수사(修辭)가 아니라 현실적인 수치"라는 지적도 잊지 않는다. 프론트 배넷의 프론트 회장은 "나는 그들의 발언에 의거해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그들은 매우 흥미로운 전망을 던져주고 있으며 때때로 숙고할 필요가 있는 화두를 던져주곤 한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