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하기 힘든 변수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전망이다. 시장에선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잇따라 발표되자 `다음엔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탈리아 채권만기 등으로 촉발된 `9월 위기설`도 변수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입과 향후 미국의 재정위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도 지켜봐야 한다.
◇ 신평사는 다음엔 누굴?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신용등급을 차례로 강등시키자 이제 시장의 관심은 깐깐해진 신용평가가 트리플 A국가들 중 어디로 향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나라는 프랑스. 그리스, 포르투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 주범국가에 4532억유로(1분기)를 빌려준 게 문제였다. 이는 유럽 국가들이 네 나라에 갖고 있는 채권액 1만2633억유로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그만큼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크다는 것. 제로성장(5년 평균 0.8%)과 대외부채(GDP대비 213.7%), 재정적자(-7.0%) 등으로 따져 봐도 다른 트리플 A국가들보다 취약하다.
영국도 안심할 수 없다. 영국의 익스포저는 1490억유로로 프랑스보단 작지만, 경제 펀더멘털로 보면 더 안 좋다. 영국은 성장률(0.4%), 대외부채(613.4%), 재정적자(-10.1%) 등의 지표가 모두 프랑스보다 저조하다.
◇ 위축된 심리 `위기 확산의 촉매`
경제가 불안할 때는 부채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위기설이 터진다. 이번에는 9월 위기설이다. 이탈리아 국채 390억유로가 9월에 만기돼 다른 달보다 만기되는 부채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 국채가 약 2조유로(6월말)에 달하기 때문에 그에 비해선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위기설이 과장됐다는 얘기다.
위기설의 가장 큰 문제는 위축된 심리가 다른 돌발악재를 만나게 되면 위기감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스페인,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이 악화되면 `미래 상환능력 불능`이라는 판단이 확고해져 프랑스 등 다른 나라로 위기가 전이, 유럽계 은행의 달러유동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 美 지방정부 디폴트 가능성
미국도 큰 변수다. 우선 26일 잭슨홀 회의에서 버냉키 의장이 어떤 대책을 꺼낼지가 관심이다. 제3차 양적완화보단 연준이 보유한 단기 증권을 매도하고 장기 증권을 매입하는 일명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시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추가 양적완화 기대로 상승세를 탔던 세계 증시가 실망감에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더 큰 문제로 미국의 지방정부 채무를 꼽기도 한다. 올 연말 내에 미국 지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부채상한을 증액하는 대신10년간 2조5000억달러의 지출을 감축키로 한 부분이 문제다. 지출 감축으로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전되는 보조금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디폴트 가능성이 있는 미국 지방정부는 2003년 3개주였으나 최근에는 42개주로 늘었다"며 "보조금이 약해지면 디폴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조세수입이 GDP대비 15% 정도로 낮아 증세 등 정치적 결정만 따라주면 재정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카드가 아직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