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FX칼럼)더블딥인가, 어려운 조정국면인가?

  • 등록 2002-06-03 오후 12:16:49

    수정 2002-06-03 오후 12:16:49

[이진우 칼럼니스트] 5월 한 달 동안 거의 모든 금융시장의 참여자들은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그 당혹감이란 연초 혹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세라 여겨지던 예상과는 달리 움직이는 시장의 모습 때문이죠. 그 당혹스러운 시장의 모습이란 무얼 말하는지, 그리고 시장을 이토록 혼란스럽게 몰고 가는 요인은 무엇인지 한 번 살펴볼까요? ◇기대처럼 움직이지 않는 시장 이제 초등학교 4학년생인 필자의 큰 놈은 축구경기를 같이 볼 때마다 질문하는 것이 하나 있다. “아빠, 잉글랜드는 FIFA 랭킹 몇 위고 우리나라는 몇 위예요?””프랑스가 랭킹 1위라면서 세네갈한테도 져?”… 등수와 순위라는 것의 권위를 아무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아이들로서는 성인들이 기대하는 ‘개막전의 이변’이라든지 “축구공은 둥글다.”라는 스포츠인들 사이의 격언을 이해하기에는 힘들 것이다. 하물며 축구를 보면서도 그러할진대 시장에서 가격이 올라야 할 재료에 아무 생각없이 매수했다가 손실을 보거나 가격이 내려야 할 뉴스에 매도하여 혼이 난다면 우리는 순진하다(childlike 혹은 childish 어느 쪽이든 어린이에 비유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 1000포인트를 가볍게 넘고 월드컵 경기가 열릴 무렵에는 이전에 가보지 못했던 지수를 오르내리고 있지 않을까 싶었던 주가지수는 800의 붕괴를 맞았고, 금년은 당연히 금리가 오르는 시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던 채권시장은 국채선물에서 콘탱고 상황까지 발생하는 금리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질적인 선물가격의 저평가 문제에 시달리던 국채선물시장에서 선물가격이 현물가격을 상회하는 콘탱고 현상은 가히 사건이라 할 만하다). 달러/엔 환율이 135엔을 넘나들던 무렵, 미국의 경기회복세에 비해 불황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는 일본경제를 보건대 엔화의 약세는 더욱 진행되어야 하고 그 목표는 140엔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다고 하던 전망들은 우리가 귀가 따갑도록 듣던 내용들이었다. 지표상으로 나타나는 미국의 경기회복세는 탄탄하였고 FRB가 그 동안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정책을 접고 긴축으로 돌아설 시점이 6월이 될 것인가 8월이 될 것인가 하던 전망들도 쑥 들어간 채 요즘은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뉴욕 증시의 추이에 거의 전 세계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눈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 필자는 환율이나 금리를 얘기하기 전에 결국 세계 금융시장의 심장부인 월 스트리트의 주가를 한 번 살펴봐야 된다는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모건 스탠리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스티븐 로치의 이른바 “미국 경기의 Double-dip”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시기가 된 것이다. ◇미국의 선택은? 위 차트는 미국의 나스닥 지수의 주간 차트이다. 한 눈에 보아도 지난 2000년 4월부터 1년 반 가까이 이루어진 주가 폭락세가 겁날 지경이다. 2001년 들어 FRB가 꾸준히 금리를 인하하는 와중에도 나스닥 지수는 반짝 반등세 이후 9.11 테러 이후 회복세를 보이기까지 계속 하락을 거듭하는 나락에 떨어졌었고 역설적이게도 그 기간 동안 미 달러화는 일본 엔화나 한국 원화에 대해 급등세를 나타냈다.(이해하기 힘든 시장의 움직임은 이렇게 늘 이루어져 왔었다. 요즘의 이해할 수 없는(?) 장세도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이제 제기하고자 문제는 작금의 뉴욕 증시 하락세가 대세하락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작년 9월 중순 이후 시동을 건 회복세 가운데에 나타나는 아주 혼란스러운 조정국면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 향후 서울의 주가 및 금리, 그리고 환율에 이르기까지 의사결정을 위한 기초가 된다. 앞으로도 미국 주가가 더 떨어진다면 우리 주가도 종합지수 1000포인트 등극에 앞서 좀 더 깊은 조정을 거쳐야 하고 당장의 추가 금리인상도 물 건너가게 된다. 환율 또한 미 달러화의 약세국면이 이어지면서 결국 1200원 이하까지의 환율을 구경하자고 덤비게 될 것이다. 반면, 더블 딥을 우려할 정도의 아주 헷갈리는 장세가 장기간 이어졌을 뿐 미국 경기가 결국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뉴욕 증시가 상승랠리를 재개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리 주식도 다시 머리를 치켜들게 되고 채권시장은 다시 긴장하게 될 것이다. 환율은 조금 어려운 문제가 되겠는데 수급으로 보나 펀더멘털 요인으로 보나 달러/원 환율의 점진적인 하락 추세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가운데에 달러/엔 환율의 반등에 따라 우리 환율도 조정을 거쳐가는 국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정말 어려운 시장에 대해 필자는 지금 너무 쉽게 거침없이 쓴다. 지면의 한계나 논리 전개의 단순화를 위한 것임을 양해하시길…). 그리고 또 하나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는 증시의 추락과 달러화의 급락이라는 두 가지 어려운(?) 문제를 접한 미국의 의중이다. 어려운 다음에 퀘스천 마크를 붙인 것은 이따금씩 필자는 미국이 이러한 국면을 스스로 조장하고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9.11 테러를 미리 알고있지 않았느냐는 국내 언론과 정치권의 압력에 봉착하여 아주 궁지에 몰린 듯한 모습이다. 누군가 곧 2차 테러를 일으켜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향후 발생 가능한 테러위협을 과장하며 스스로가 뉴욕 주가를 떨어뜨리는 데에다 그에 따라 달러화 마저 맥을 못 추고 있다. 도대체 오사마 빈 라덴은 지금 살아 있는 것인지 죽은 것인지도 불투명하고, 후세인이나 김정일은 얌전히 있다가도 “악의 축”이라며 미국으로부터 한 방 얻어맞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이 정도에서 접는 것이 낫겠다. FX칼럼이 자칫 김진명씨의 소설같이 될 수 있는 데에다 서울의 일개 선량한 시민이 건드리기에는 주제가 너무 무시무시하다. 다시 환율로 돌아가자). 지금 뉴욕 주가의 하락세는 달러급락을 부추기고 달러가치의 하락은 다시 달러표시 자산의 가치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 체제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 외환시장에 이르기까지 지난 5월 한 달간은 금년 1/4분기 동안 구축되었던 포지션들을 꺾는(unwinding) 현상으로 인한 장세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주식은 생각했던 만큼 잘 안가고 금리도 생각했던 만큼 잘 오르지 않는 데에다 환율은 갑자기 미 달러화가 천덕꾸러기로 전환한 국면이란 얘기다. “세계적인 미 달러화 약세 국면”이 지난 4월 12일 이후 100원 넘게 환율이 빠진 장세를 설명하는 제 1 요인이다. 그렇다면 환율 만큼은 향후로도 미 달러화의 세계 주요통화 가치 등락에 좌우될 것이다.(주식의 상승랠리 재개와 직접투자자금을 비롯한 달러공급물량에 주목하는 수급장세로의 전환 가능성도 다분히 존재한다). 나스닥을 비롯한 뉴욕 증시의 제반지수들이 추락을 거듭하고 달러화도 계속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할 만큼 세계 금융시장의 자본이동이 가속화 될 것인지, 외롭게 달러가치 하락저지에 나선 일본을 미국이 옆에서 거드는 상황이 발생할 것인지를 앞으로 1~2주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모든 시장이 변곡점(變曲點)을 맞았고 뭔가 크고 놀라운 움직임이 이루어지고는 있는데 정확하게 그것이 무엇인지는 설명을 못하겠다”는 것이 대다수 시장참여자들의 느끼는 바일 것이다. 이번 주는 상당히 중요한 한 주간이 될 것이다. 아쉽게도 시장에 집중하기에는 월드컵이라는 변수가 방해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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