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늪 빠진 대구, 전매시장도 '마피' 고개

중소단지 위주로 분양가보다 싸게 분양권 급매
520가구짜리 아파트, 청약자는 17명
지난달부터 수성구 제외 7곳 하락세 전환
대구시, 국토부에 "규제 지역서 빼달라" 요청
  • 등록 2021-12-19 오후 3:55:04

    수정 2021-12-19 오후 9:16:35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대구 분양권 전매 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일부 단지에선 분양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전매 물건이 나오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빠질 기미가 안 보이는 데다 재고주택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앞으로 전망도 어둡다.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마피로 내놔도 안 팔리는 대구 분양권

대구 중구 태평로3가 ‘대구역 경남 센트로팰리스’에선 최근 전용면적 84㎡형 분양권이 5억1650만원에 급매로 나왔다. 2019년 분양했던 값(5억2650만원)에서 1000만원이 빠졌다. 이 아파트 수분양자(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는 처음엔 분양받았던 가격에서 500만원을 깎아 물건을 내놨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하자 500만원을 더 내렸다.

중구 동인동 1가 ‘센트럴 대원칸타빌’에서도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분양가보다 싸게 전매하는 것)’ 물건이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 아파트 전용 84㎡형 중층부는 5억3400만원에 분양했는데 이달 들어선 그보다 500만원 저렴한 5억2900만원까지 전매 호가가 낮아졌다. 올 4월만 해도 같은 면적 분양권이 6억950만원에 전매됐던 것과 비교하면 8달 만에 8000만원 넘게 떨어진 셈이다.

중구 남산동 L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주택 가격이 계속 떨어지다 보니 투자용으로 분양을 받아뒀거나 잔금 대출 상환 능력이 안되는 분들이 마피나 무피(분양받은 가격대로 전매하는 것)로 물건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단지 규모가 작거나 중소형 건설사에서 짓고 있는 아파트에서 이런 투매 현상이 상대적으로 심하다. 대단지는 그나마 상황은 낫지만 무피 물건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중구 수창동 D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아직 마피 물건은 급매에 한정된다”면서도 “다른 물건들도 프리미엄(웃돈)이 피크를 찍고 내려오는 중”이라고 했다.

미분양 쌓이면서 분양권 시장 ‘찬바람’

대구에서도 올 초까진 아파트 분양권은 ‘로또’ 당첨권이었다. 당첨만 되면 많게는 수억원씩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0월 이후 분양한 광역시 ‘도시지역’ 아파트는 소유권 이전 등기 전까지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면서 전매 가능한 분양권은 더욱 희소해졌다.

상황이 바뀐 건 대구에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면서다. 10월 말 기준 대구시내 미분양 아파트는 1933가구다. 전국 시·도 중 미분양 아파트가 전남(2074가구) 다음으로 많다. 1년 전 같은 달(1143가구)과 비교하면 69.1% 늘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도 115가구 남아 있다. 청약 가점 경쟁 없이 추첨으로 당첨자를 정하는 무순위 청약을 해도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지 못하는 게 최근 대구 분양 시장이다. 이달 대구 달서구 본동에서 분양한 ‘빌리브 라디체’ 아파트는 520가구를 공급했는데 청약 신청자가 17명에 그치면서 503가구가 미분양됐다. 실수요자들이 웃돈까지 얹어가며 분양권을 전매하는 이유는 청약 경쟁 없이 새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인데 미분양 아파트가 늘면서 이런 이점이 사라졌다.

내후년에도 공급 충격 우려…대구시 “규제지역 해제해달라”

여기에 재고주택 시장도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대구 아파트값은 지난달 중순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역별로 봐도 대구시내 8개 시·군 중 수성구를 제외한 7곳이 하락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대구에선 내년, 내후년에도 입주 물량이 많다. 그때까지 시장에서 공급 충격이 이어질 수 있다”며 “수요자 입장에선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투자를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 경기가 얼어붙자 대구시는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 대구를 빼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청했다. 현재 달성군 일부를 제외한 대구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는 탓에 주택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대구 전역이 직전 3개월간 주택 매매 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3배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건을 충족한 상태다. 대구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사무소를 차린 지 얼마 안 됐는데 너무 어렵다. 정부에서 모든 걸 묶어버리니 거래 절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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