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에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존폐 논란이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간 대전시는 지역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폐지에 무게중심을 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정부 예산안에 관련 국비가 갑자기 반영되면서 매칭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이장우 대전시장이 대전시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
|
1일 국회, 행정안전부, 대전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정부와 대전시는 올해 본예산안에 지역화폐 관련 예산을 단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여·야 막판 조율로 관련 예산 3000억원이 부활했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갑자기 지역화폐 관련 예산이 살아나면서 당장 대전시는 비상이 걸렸다. 사실상 지역화폐를 없애거나 축소하려던 계획에 돌발변수가 생긴 셈이다. 지역화폐 주무부처인 행안부가 각 시·도별로 국비 배정 규모를 확정, 내려보내면 대전시는 이를 반납하거나, 국비에 상응하는 재원을 확보해 지역화폐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 대전의 지역화폐인 대전사랑카드 캐시백 이벤트 포스터. (사진=대전시 제공) |
|
대전시는 2022년 민선8기 출범과 동시에 지역화폐 캐시백을 중지하거나 단계적으로 축소했다. 같은 해 8월 지역화폐의 캐시백 혜택을 10%에서 5%로 낮춘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4월부터는 캐시백 적립률을 5%에서 3%로, 충전한도도 매월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각각 줄였다. 캐시백 조정과 대전시의 미온적인 집행 등으로 이용률은 급감했다. 지난해 대전시는 국비 83억원을 포함해 290억5000만원의 지역화폐 예산을 편성했지만 70%에 달하는 200억여원 가량을 소진하지 못했다. 이에 국비 83억원 중 60억원을 다시 반납해야 할 상황이다. 지역화폐를 발급한 저소득층 등 복지대상자도 전체 30만명 중 1만5000명 수준에 그쳤다. 특히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역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 시장은 여러차례 공개 석상에서 “지역화폐는 경제적 약자가 아닌 부자가 더 많은 캐시백을 가져가는 선심성 정책으로 제도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며 “지역화폐에 들어가는 재원을 소상공인이나 일자리 창출 등에 직접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전시가 올해 지역화폐 시행에 대해 내부 검토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시에 대해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논평을 통해 “대전시가 지역화폐 국비예산 83억원 중 60억원을 반납할 상황”이라며 “일반시민은 지역화폐의 비현실적인 충전금과 낮은 캐시백으로 대전사랑카드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민생예산인 지역화폐 예산을 부활시켰는데 이 돈도 대전시는 거부하고 반납할 것인가”라며 “이장우 시장은 지역화폐 정책 원래 취지를 살려 불투명한 경제 전망 속에서도 지역 경제와 시민이 버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올해 행안부가 지역화폐 관련 국비 지원 규모를 지역별로 확정하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현재 내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