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조용한 가족 `삼성`

비자금 특검 영향 그룹 `침묵`
공개행사 취소·그룹전략 발표 없어
  • 등록 2008-01-09 오전 11:08:34

    수정 2008-01-09 오전 11:08:34

[이데일리 박호식기자] 9일 `자랑스런 삼성인 상` 시상식은 외부와 차단된 채 치러졌다.

지난해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지난해엔 호암아트홀에서 공개행사로 치러졌고, 수상자 가족 등 600여명이 참석해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올해는 이건희 회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외부인의 출입이 차단된 태평로 삼성 본관에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주재로 조용히 치러졌다.

창립 70주년인 2008년, 삼성그룹의 침묵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의 경영전략을 읽어내기도 쉽지 않다. 오는 10일 본격화되는 비자금 특검의 영향 때문이다.

매년 새해 그룹의 방향을 제시하던 이건희 회장은 2일 시무식에도, 9일 `자랑스런 삼성인 시상식`에도 참석치 않았다. 1월9일이면 사장단과 함께 하던 생일행사도 없다.

올 한해 그룹이 집중해야 할 전략도,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되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라인 하나 증설에도 조단위 자금이 투입된다"며 "그룹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역량을 집중 투입해야 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며 볼멘소리다.

그룹의 전략이 반영돼 매년 1월 둘째 주에 실시하던 정기 인사도 미뤄지고 있다. 삼성 관계자들은 "그룹의 전략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선 인사 또한 구체화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물론 주요 경영진이 특검에 얽혀있다는 점도 지금 인사를 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그룹 내부에서는 2월말부터 시작되는 계열사 정기주총 개최 이전에는 소폭이라도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총 관련 이사회에서 이사 임원에 대해 연임 여부를 정해야 하는 등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룹 일각에서는 이사회 임원들도 큰 변화가 없고 전반적으로 소폭의 인사가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이사 임원은 강호문 삼성전기 사장, 이중구 삼성테크윈 사장 등 5명 가량이다.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할 신제품 출시 행사도 작은 규모로 조용히 치러지고 있다. 올들어 가장 먼저 이뤄진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에서부터 뚜렷이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올 에어컨 전략상품을 발표했다. 지난해 신라호텔에서 떠들썩한 발표회를 가졌으나 올해는 `튀지말라`는 방침에 따라 서울 태평로 기자실에서 홍보 설명회를 가진게 전부다.

경쟁사인 LG전자는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설명회를 개최한다. 전자업체들의 신제품 발표회는 치열한 마케팅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어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행사를 마련해왔다.

삼성그룹의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다.

지난해 초 이건희 회장은 `창조경영`을 신년 화두로 던지고 변화를 요구했다. 또한 이를 구체화 할 `10대 중점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창의적 인재육성과 글로벌경영체제 구축, R&D 강화 등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어 사상최대인 472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용 전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07`에 깜짝 등장해 삼성전자의 CCO(최고고객책임자)로서 경영전면에 나섰음을 알렸다.

이후 이 전무는 베트남 휴대폰공장 설립 타진 등 해외사업을 점검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는 출국금지 돼 움직이기도 불가능하다.

삼성그룹의 이같은 분위기는 다른 그룹과도 대비된다. 지난해 압수수색이나 구속 등 어려움을 겪었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은 경영일선에 복귀, 그룹의 경영방향을 제시하며 연초부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그룹 자동차 판매 및 매출 목표를 제시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미래를 대비하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8일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 신차 발표회에 2년여만에 참석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연초부터 기아차 SUV `모하비`를 출시하는 등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김승연 회장도 새해들어 경영일선에 복귀해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성장동력을 찾아내라"고 요구하며, 투자 확대 등을 독려했다.

10일부터 최대 105일 동안 이뤄질 삼성 비자금 특검이 시작된다. 특별검사에게는 짧은 시간이, 삼성그룹에는 긴 시간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삼성은 몸을 낮추고 지켜보고 있다. 외부에서는 이번 특검이 삼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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