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해킹·가격폭락에도 식지 않는 일본의 `암호화폐 사랑`

성장동력 약화-세수 감소 대안으로 암호화폐 육성
코인체크 해킹엔 거래소 감독 강화 정도로만 대응
日GDP 0.3% 차지…亞금융허브 지위 재탈환도 노려
  • 등록 2018-02-05 오전 9:33:39

    수정 2018-02-05 오전 9:33:39

일본의 `가상화폐 걸즈`는 암호화폐로 음반을 팔고 자신들의 수익금도 암호화폐로 받는 최초의 걸그룹이다. 이들은 최근 일본 거래소인 코인체크 해킹사고로 월급 일부를 날리기도 했지만 앞으로도 암호화폐로 월급을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아직도 현금 거래비중이 70%에 이를 정도로 ‘현금주의’의 뿌리가 강한 일본인들의 암호화폐 사랑이 뜨겁다. 특히 최근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있고 일본내 거래소가 역대 최악의 해킹사고를 냈지만 인기는 전혀 식지 않고 있다.

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같은 일본인들의 암호화폐 사랑을 기획 기사로 다루면서 이는 경제 버블(거품) 붕괴 이후 일본인들이 경험했던 ‘잃어버린 10년’의 아픔이 암호화폐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진 원동력이었다고 분석했다. 일본 경제 부활의 선봉장을 자임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막대한 국가부채 하에서 줄어드는 인구로 인한 경제 성장엔진 약화와 취약해진 세수 기반을 만회하기 위해 아베노믹스라는 성장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고 암호화폐 정책 역시 이같은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것.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세수 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중국과 한국 등 주변국의 규제를 활용해 이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라고 SCMP는 설명했다. 핀테크 스타트업 자문역까지 겸하고 있는 로럼 모리 앤 토모추네의 파트너인 켄 카와이는 “일본 관료들은 보수적이면서도 앞서 가지 않은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포함한 핀테크 분야에서 만큼은 확실히 앞장서서 육성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에서는 암호화폐 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최근에는 비트코인 채굴 등에 대한 규제까지 강화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암호화폐 투자에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고 가상계좌를 통한 신규 투자를 차단하는 등 규제를 확대하고 있는 반면 일본 정부는 대체로 암호화폐에 호의적이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4월 전세계 주요 국가들 가운데 처음으로 암호화폐를 하나의 금융자산이나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국가가 됐다. 타카시 시오노 크레디트스위스(CS) 이코노미스트는 “현 단계에서 투기 거래에 대한 우려가 있긴 하지만 암호화폐 비즈니스 덕에 개인과 기업들로부터 징수하는 자본소득세 등 세수가 얼추 1조엔(원화 약 9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며 실질적인 경제효과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최근에는 일본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체크에서 해킹사고가 발생해 암호화폐의 일종인 NEM 코인 5억달러 어치가 도난 당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여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이번 사고는 처음도 아니었다. 앞서 지난 2014년 마운트곡스라는 거래소도 4억5000만달러 규모의 해킹 피해를 겪은 바 있었다. 일본 정책당국도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감독 강화 방침을 내놓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책 스탠스에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는 않다. 사고 직후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코인체크는 기본적인 지식과 상식이 결여돼 있었다”고 비판했지만 일본 금융당국(FSA)은 코인체크 사고에 대한 전면 조사 보고서 제출과 거래소에 대한 감사 강화 방침만 밝혔을 뿐이다. 시오노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의 규제가 이전보다 강화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거래 금지 등의 강력한 규제는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사업 컨설팅업체인 프리어바운드 공동 창업주인 스캇 젠트리는 “거래소에 대한 정기적인 감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FSA가 이 산업과 기술의 성장을 가로막을 만큼의 장벽을 세우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젠트리 창업주는 암호화폐 산업이 이미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0.3%에 이르고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아주 큰 비중은 아니지만 올해 GDP 성장률이 1.5% 안팎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암호화폐 부문이 20% 이상의 기여도를 가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일본 내에서 비트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허용하고 있는 기업은 대형 저가 항공사와 대형 전자제품 유통업체 등을 포함해 1만여곳에 이르고 있다. 세계 8위 금융사인 미쓰비시UFJ금융그룹은 독자적인 암호화폐인 MUFG코인 발행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십여년간의 침체로 인해 홍콩과 싱가포르 등지에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를 내줬던 일본 도쿄는 이같은 핀테크를 중심으로 금융허브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육성이 그 첫 단추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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