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이익치 회장, 이번 위기도 넘기나

  • 등록 2000-08-07 오후 9:56:04

    수정 2000-08-07 오후 9:56:04

"IC가 또 살아났다" 경제팀을 일신하는 개각 발표가 있었던 7일 오전, 이같은 반응이 현대 내부에서 나왔다. IC(이익치 현대증권회장)가 지옥문앞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나왔다는 것이다. MH계, MK계를 가릴 것없이 이 회장의 장수비결, 구체적으로 위기탈출능력에 혀를 내두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회장이 살아났다고 단정하긴 아직 이르다"며 당분간 지켜보자는 신중한 반응도 없진 않았다. 특히 금감위, 재경부 등 현대사태 처리에 열중하다 사령관을 잃은 정부 관련 부처들은 더욱더 칼을 높이 치켜들며 현대사태의 완전한 해결을 다짐하고 있다. 현대 내부의 반(反)이익치 정서도 여전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바뀐 것은 없다?=7일 개각에도 불구, 현대 사태의 해결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당초 요구한 3개항, 즉 자동차 계열분리, 건설 자구계획 추가, 문제의 경영진 퇴진 등을 현대가 풀어야한다는 것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시장을 무시하고 사회적 책임도 내팽개친 채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현대와 오너일가의 행태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수 외환은행 부행장도 "재경부 장관과 금감위원장이 교체되었다고 채권단의 요구가 달라진 것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금감위는 특히 이익치 회장과 이용근 위원장의 기싸움에서 이 위원장이 패했다는 일부 분석에 따라 더욱 비장한 모습이다. 개각후 이날 한 일간지 신문에서 이 위원장의 낙마가 이 회장의 흔들기에 의한 것임을 시사하는 기사가 보도되자 더욱 그랬다. 하지만 경제팀의 수장인 진념 신임재경부장관과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실무자들과는 다른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진 장관의 경우 "현대문제는 일관성과 지속성을 지키겠다"면서도 "현대와 채권단은 나라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놓고 접근해야 한다"며 사태해결에 대한 명확한 처방전을 생략했다. 또 이 금감원장은 "채권단에서 할 일이다. 외환은행이 잘알아서 처리할 것으로 본다"며 현대사태와 관련해선 극도로 말을 아꼈다. 분기탱천한 금감위나 재경부 실무자들과는 달리, 수장들은 현대사태에 대한 입장은 물론, 이 회장에 대해 단 한마디도 내뱉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이 회장 문제,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개각으로 현대나 이익치 회장은 호랑이 굴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여유를 찾게 된 게 사실이다. 이익치 회장이 개각 직후 "내가 이들을 낙마시켰다"며 여유를 보였다는 소문이 그룹내에서 돌았다. "문제의 경영진"퇴진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이용근 금감위원장장의 요구에 안절부절하던 것과는 딴 판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소송제기가 정몽준 의원의 뜻으로 비쳐지면서 더욱더 궁지에 몰렸던 이 회장이다. 이처럼 현대와 이 회장이 여유를 보이는데는 무엇보다 개각으로 채권단의 요구수위가 낮춰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가 원만한 해결을 위해 오히려 이들 채권단과 정부에 "선물"를 건네거나 19일이전에 조기 해결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여줘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양측 입장을 살펴 보면 우선 자동차의 계열분리는 이견이 많이 좁혀져 핵심쟁점에서 비껴나있는 양상이다. 또 건설의 실효성 있는 자구계획과 관련해선, 유가증권의 추가매각 등의 보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선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의 매각은 현대가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회장을 비롯한 "문제의 경영진"퇴진 문제는 정부와 현대가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선에서 타협, "없었던 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 중공업이 가장 큰 변수다. 이번 기회에 조기 계열분리를 약속받아야 한다는 현대중공업은 "올해라도 계열분리하는데는 문제가 없다"며 자동차와 동반 계열분리를 원하고 있다. 2001년 분리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심정이다. 일각에선 현대중공업이 다시 한번 조기 계열분리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 회장을 겨냥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은 "채권단과 구조위가 합의점을 찾더라도 현대증권과 이 회장이 우리의 손실을 보상하지 않는 한 소송을 취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함께 현대 사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선 이 회장 스스로 퇴진을 결심해야 한다든가, 정몽헌 의장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이 회장을 퇴진시켜야 한다는 내부 여론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또 이 회장을 보는 오너 일가들의 시각도 차갑기가 여전하다. 이 회장은 8일 아침 정몽헌 의장을 보필하며 김윤규 건설사장, 김충식 상선사장 등과 함께 소떼 500마리를 몰고 방북, 건재를 과시할 예정이지만 방북후 상황은 매우 불투명하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