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올해 마지막 금통위 '침묵'으로 일관[금통위 스케치]

2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베이비스텝 전망 유력
이 총재 여느 때와 달리 취재진 질문에 응답 안해
  • 등록 2022-11-24 오전 9:29:52

    수정 2022-11-24 오후 1:10:44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도 화려한 무늬의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붉은색 계열도 푸른색 계열도 아닌 흰색 계열의 밝은 바탕에 김소월의 ‘진달래꽃’ 시가 쓰인 넥타이였다. 그러나 여느 금통위 때와 달리 아무런 말도 없이 회의 시작 1분 전인 8시 59분에 입장해 의사봉을 두드리는 사진만 찍을 뿐이었다. 만장일치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나중에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11월 금통위가 열리는 24일 서울 삼성본관 한국은행 17층 대회의실에 모인 금통위원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승헌 부총재가 8시 56분쯤 혼자 입장해 “너무 일찍 왔나보네”라며 멋쩍은 듯 자리에 앉으며 금통위원들 중 가장 먼저 모습을 나타냈다. 이후 조윤제 위원이 지팡이를 짚고 선두에 입장했고 나머지 위원들이 모두 착석하면서 침묵 속에서 이 총재를 기다렸다.

곧이어 등장한 이 총재는 취재진을 향한 인사도 혼잣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아야 할지 고민이 섞인 표정이었다. 그는 의사봉을 두드리는 사진을 찍었고, 한은 직원들이 장내를 정리하기를 기다리는 듯 보였다. 한 취재진이 질문을 하려고 나서자 직원들이 제지하기도 했고, 이 총재는 지난번 회의 때와는 달리 아무런 답변도 해주지 않았다.

이날 금통위에서 이 총재의 메시지에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고민도 깊어 보였다.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알려진 서영경, 박기영 금통위원이 이미 ‘대내 안정’을 강조하는 등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을 시사한 만큼 금리 인상폭에 대한 것보단 내년 통화정책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더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넘어 시장이 원하는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긍정의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여전히 5%대의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단기 금융시장 경색 마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처럼 인상 속도 완화에도 최종 금리 상단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으며 피봇(정책 전환) 기대를 완전히 꺾어 놓는 것도 위험부담이 있을 수 있다.

만일 내년 연말께는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진다고 해도 지금 당장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려야 하는 상황이란 점도 이 총재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발언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 비교적 안정세를 찾았다곤 하나 미국 연준의 내년 최종 금리 수준이 최소 5.0% 이상 올라갈 수 있는 상황에서 한미 금리 역전폭이 과도하게 벌어지는 것도 용인할 수 없기에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진단 점을 강조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데일리가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 11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내년 금리 최종 상단 전망치는 3.75%(중간값)으로 집계돼 이번 금통위에서 0.25%포인트를 올린 뒤에도 두어 차례 더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상 발표와 함께 내놓는 수정경제전망 결과에 대해서도 관심이 몰린다. 지난 8월 한은은 올해와 내년 연간 경제성장률은 각각 2.6%, 2.1%로 봤고, 물가상승률은 올해 5.2%, 내년 3.7%로 전망했지만 11월엔 이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설문 결과 내년 경제성장률은 1.8%에 그쳐 잠재성장률(2%)을 밑돌 것으로 봤고, 내년 물가상승률은 3.5%로 지난 8월 전망치보다 소폭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2.6%, 5.2%로 나와 한은의 당초 전망치에 부합했다.

한은이 내년 성장률 전망과 물가 전망치를 동시에 낮춘다면 이는 금리 인상 속도 완화에 대한 근거 재료로 해석될 수 있지만, 성장률 전망을 예상보다 낮추지 않거나 이 총재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서며 매파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시장에 큰 변동성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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