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현대차,확장이냐 내실다지기냐

  • 등록 2000-09-01 오후 7:17:55

    수정 2000-09-01 오후 7:17:55

"확장경영에 나설까, 내실 다지기에 들어갈까" 독립 그룹이 된 현대차의 향후 경영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소그룹에서 탈피, 진정한 그룹체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선 금융부문 등의 보강이 절실하다. 반면에 무리한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면서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새로운 대기업 집단 형태를 보일 필요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개월간의 경영권 분쟁끝에 3부자 퇴진 압력마저 거부하며 탄생한 독립그룹인 만큼 재계는 물론, 정부와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어 향후 진로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선진적 기업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의 탄생을 바라는 시대적 상황도 현대차 그룹의 또다른 부담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일단 "자동차 전문기업"을 표방하며 몸을 낮추고 있지만 현대특유의 공격성과 저돌성을 없애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룰 수 없는 내실 다지기=재계, 정부와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 현대차는 일단 몸을 바싹 엎드리고 있다. 선단식 경영을 지칭하는 말이 되버린 "그룹"이라는 표현도 쓰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1일오후5시부터 한일관에서 열린 정몽구 회장 주재 이사대우 이상 참석한 만찬에서는 계열분리를 자축하면서도 웃음소리가 크게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할 정도다. 현대차는 계열분리에 맞춰 그룹 경영의 방향을 "내실과 전문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발표를 추석이후로 미루고 있다. 그룹은 일단 5대 핵심업종의 분리라는 현대의 구조조정 취지에 맞춰 업종 전문화를 더욱 강화, 자동차 전문기업으로서 세계 5위로 도약하는데 전력 투구한다는 방침이다. 9월중 다임러크라이슬러에 10% 지분을 넘겨, 확고한 파트너 관계를 맺은 후 선진기술 도입과 함께 월드카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경영권 갈등으로 인해 일반 주주들을 실망시켰던 점을 반성, 주주가치 경영에 보다 큰 비중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현대차의 적대적 M&A에 대비, 대주주의 지분율을 꾸준히 높여 안정지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중 하나다. 독립 그룹 출범을 계기로 계열사간 역할 및 위상 재정립도 시급한 사안이다. 자동차, 자동차 부품, 철강 등 소재로 나눠져 있는 계열사 구성에 따라 총 매출중 내부거래매출이 35% 안팎으로 계열사간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현대차에 대한 직접적인 의존을 줄이면서 각자의 독립성을 제고시켜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계열사간 협력을 위해 총괄 조직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시책에 따라 이를 만들진 않을 것"이라면서 "현대차의 기획총괄본부가 포스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그룹은 일단 현대건설 등 현대그룹과 함께 쓰고 있는 사옥을 당분간 이전하지 않을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서두를 일은 아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확장경영의 필요성=볼륨을 중시하는 현대의 경영기질이 현대차 그룹으로 분리됐다고 변할 순 없다. 확장 필요성은 우선 자동차 부문을 받쳐줄 금융부분이 너무 취약하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현대차 그룹의 금융부문은 자동차 할부 금융을 맡고 있는 현대캐피탈이 유일하다. 이 회사는 지난 연말기준으로 자본금 3000억원에 자산 총액은 3조3180억원(매출 5046억원)나 되는 적지 않은 규모다. 그렇지만 이같은 금융자산은 현대/기아차의 매출 22조2000억원에 비해 15% 정도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자동차 판매 확대를 위한다면 할부 금융부문 확장이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가 크게 두가지 방법으로 이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수신위주 서비스를 하는 현대캐피탈이 여신 기능을 갖춤으로써, 자산을 크게 늘리는 방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같은 방법은 법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어느 정도 검토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또다른 방법은 금융 회사의 인수다. 올 하반기에 은행의 2차구조조정을 중심으로 2금융권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현대차는 이 기회를 이용, 금융권 구조조정의 가시적 성과에 다급한 정부의 양해아래 금융회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또 중소기업규모의 계열사가 4개나 된다는 점에서도 확장 경영의 필요이 제기되고 있다. 그룹 계열사중 대기업수준을 갖추지 못한 회사로 현대우주항공은 자산이 현대차 등 계열사에 흡수돼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오토에버닷컴과 이에치디닷컴은 자본금이 50억원, 10억원으로 올해 설립된 구색뿐인 회사다. 또 인천제철강원산업의 합병에 따라 함께 따라온 삼표제작소는 건설기계를 제작하는 회사지만 자본금 29억원에 매출은 176억원에 불과한 회사다. 이들중 우주항공, 삼표제작소는 청산과 추가 계열분리를 통해 그룹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두개 회사에 대해선 분명한 자리매김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그룹 내외부의 상황에 따라 현대차가 내실경영과 확장경영중 어느쪽에 무게 중심을 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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