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31일자 32면에 게재됐습니다. |
경제전문지 `포천` 지 선임기자인 저자가 애플의 껍질을 깎고 알맹이를 내보인다. 최고위층부터 말단 엔지니어까지 애플의 직원을 인터뷰하고 탐사취재했다. 그리고 `상식 밖`의 내용을 꺼내놓는다. 혁신의 아이콘 애플의 바탕에 깔린 ‘비밀주의’다. 애플은 흔히 대학 MBA과정에서 가르치는 방향에 철저히 반한다. 정보 공유? 없다. 상사와 부하 간 소통? 없다. 조직과 구성원의 상생?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있나. 오로지 애플만 있다. 저자는 애플이 조직보다 상위개념이란 것에 주목한다. 조직원에게 “애플보다 가치있는 건 없고 애플 브랜드보다 비싼 건 없다”고 주장한다.
책의 의도는 현대경영학 이론을 거스르고도 세계경제를 휘어잡는 `애플 패러독스`를 파헤치는 거다. 가령 이런 거다. 최근 기업들에선 투명성이 화두지만 애플에선 철저한 보안이 우선이다. 권한을 내주는 리더십이 화제지만 애플 직원들에겐 제한된 권한만 부여한다. 이윤 창출을 최대가치로 삼는 경영환경에서 애플은 돈 앞에도 초연하다. CEO 외에 누구도 손익을 걱정하지 않는다.
애플 철학의 근간은 역시 디자인이었다. 디자인이 제품의 시작이란 판단을 고수했다. 애플에선 디자이너의 비전에 따라 조직이 움직이는 `디자이너 우선주의`를 견지한다. 제품계획이나 마케팅전략이 나온 후 디자인이 결정되는 다른 기업과는 다르다.
애플의 성장세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봤다. 애플은 잡스가 미래를 내다 본 통찰력으로 오랜기간 승화시킨 조직이기 때문이란 거다. 더구나 새 CEO 팀 쿡은 잡스를 뒤집기보다 더 살려내려는 경영자다. 그러면 10년 후에도 애플은 세계 최고기업으로 남을 것인가. 저자는 그건 아무도 모른다고 에둘러 피해간다. 잡스의 아우라가 얼마나 살아남아 있을 것인가에 달렸다는 생각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