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성공의 힘은 `비밀주의`

구성원 간 소통 대신
철저한 보안 고수
정예멤버만 정보 독식
롤모델로는 부적절
…………………………
인사이드 애플
애덤 라신스키|304쪽|청림출판
  • 등록 2012-06-01 오전 11:36:00

    수정 2012-06-01 오전 11:36:08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31일자 32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이 회사에 목수가 나타나면 직원들은 뭔가 중요한 일이 시작됐다는 걸 직감한다. 벽과 문이 생기고 보안장치가 마련된다. 투명했던 창문은 코팅처리된다. 아예 창문이 없는 경우도 있다. 직원들은 비밀스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란 짐작만 할 뿐 그것이 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들은 알아야 할 것만 알게끔 돼 있다. 마치 퍼즐의 한 조각 같다. 모두 끼워 맞췄을 때의 모습은 단 한 사람 CEO만 안다. 그 CEO가 말한다. “그것은 애플 매직의 일부다. 나는 그 비밀을 밝힐 생각이 없다.” 그렇다. 이 기업은 애플이다.

경제전문지 `포천` 지 선임기자인 저자가 애플의 껍질을 깎고 알맹이를 내보인다. 최고위층부터 말단 엔지니어까지 애플의 직원을 인터뷰하고 탐사취재했다. 그리고 `상식 밖`의 내용을 꺼내놓는다. 혁신의 아이콘 애플의 바탕에 깔린 ‘비밀주의’다. 애플은 흔히 대학 MBA과정에서 가르치는 방향에 철저히 반한다. 정보 공유? 없다. 상사와 부하 간 소통? 없다. 조직과 구성원의 상생?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있나. 오로지 애플만 있다. 저자는 애플이 조직보다 상위개념이란 것에 주목한다. 조직원에게 “애플보다 가치있는 건 없고 애플 브랜드보다 비싼 건 없다”고 주장한다.

책의 의도는 현대경영학 이론을 거스르고도 세계경제를 휘어잡는 `애플 패러독스`를 파헤치는 거다. 가령 이런 거다. 최근 기업들에선 투명성이 화두지만 애플에선 철저한 보안이 우선이다. 권한을 내주는 리더십이 화제지만 애플 직원들에겐 제한된 권한만 부여한다. 이윤 창출을 최대가치로 삼는 경영환경에서 애플은 돈 앞에도 초연하다. CEO 외에 누구도 손익을 걱정하지 않는다.

물론 장점도 있다. 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일에만 열중할 수 있다는 것. 덕분에 애플에는 사내정치라는 것이 없다. 대신 싸움은 있다. 최고의 제품을 위해 타협은 없으며 필요하다면 팀들끼리 인신공격도 불사한다. 애플 내부엔 이런 것도 있다. `DRI` `톱 100` `DEST`. 프로젝트를 직접 책임지는 사람(DRI), 스티브 잡스가 나서서 챙긴 극비의 최정예멤버(톱 100), 관리자 책임에서 자유로운 엔지니어그룹(DEST) 등. 핵심멤버는 이처럼 따로 추려진다. 이 모두를 감내해야 하는 애플 직원들은 행복한가. 저자가 직접 물었다. “일이 즐거운가.” 어떤 대답이 나왔을까. “그렇다”고 대답한 직원은 거의 없었다. 그들을 움직이는 건 하나다.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다.

애플 철학의 근간은 역시 디자인이었다. 디자인이 제품의 시작이란 판단을 고수했다. 애플에선 디자이너의 비전에 따라 조직이 움직이는 `디자이너 우선주의`를 견지한다. 제품계획이나 마케팅전략이 나온 후 디자인이 결정되는 다른 기업과는 다르다.

이런 애플을 모방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저자는 오랫동안 굳어진 실리콘밸리의 불문율을 끄집어냈다. 애플을 따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정설이었다는 거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모든 회사가 애플을 모방할 수는 없다는 데 방점을 찍는다. 애플의 문화는 잡스라는 천재의 힘에서 비롯됐다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애플의 성장세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봤다. 애플은 잡스가 미래를 내다 본 통찰력으로 오랜기간 승화시킨 조직이기 때문이란 거다. 더구나 새 CEO 팀 쿡은 잡스를 뒤집기보다 더 살려내려는 경영자다. 그러면 10년 후에도 애플은 세계 최고기업으로 남을 것인가. 저자는 그건 아무도 모른다고 에둘러 피해간다. 잡스의 아우라가 얼마나 살아남아 있을 것인가에 달렸다는 생각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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