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정보 공유' 檢, 영장판사를 유출자로 '황당 기소'…결국 무죄 확정

대법,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무죄확정 판결
'법관수사정보' 문서 발견돼 수사…檢이 상당수 제공
"檢 정보제공, 몰랐다면 무능…알았다면 악질 기소"
유해용 前판사 이어 두번째 확정…1~3심 모두 무죄
  • 등록 2021-11-25 오전 10:33:21

    수정 2021-11-25 오후 4:16:26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검찰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영장청구서에 담긴 수사정보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유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신광렬(사법연수원 19기)·조의연(24기)·성창호(25기) 부장판사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의 짜 맞추기식 억지 기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소위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 중 유해용(19기) 전 부장판사에 이은 두 번째 무죄 확정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5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가 지난 1월 2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후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와 영장전담 부장판사 시절인 2016년 4~6월 사이 전·현직 판사가 연루됐던 정운호 게이트가 터지자 법원행정처 지시를 받고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영장청구서 내 수사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2019년 3월 재판에 넘겨졌다.

檢수사팀, 수사상황 법원에 공유…공소장엔 언급 없어

검찰이 이들 현직 부장판사 3명을 재판에 넘기며 제출한 핵심증거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USB와 법원행정처에서 발견된 문서 파일들이었다. 해당 파일들 일부에는 검찰의 수사 상황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으며 ‘대응 방안’에 대한 의견도 담겨 있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법원행정처가 현직 법관에 대한 수사 확대를 막고 검찰을 압박할 목적으로 당시 형사수석부장판사였던 신 부장판사에게 수사정보 유출을 지시했고, 조·성 부장판사도 이 같은 지시를 전달받아 순차적인 공모가 있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드러난 진실은 검찰 주장과 전혀 달랐다. 법원행정처의 관련 파일에 담긴 수사정보 중에는 영장청구서가 아닌 임 전 차장 등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이나 신 부장판사가 검찰의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당시 수사를 이끌었던 부장검사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과 40회 이상 통화하며 수사 진행 상황을 수시로 전달했고, 수사를 총괄했던 차장검사도 신 부장판사에게 압수수색영장 청구 예정 사실이나 수사보고서 일부 내용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진행돼 왔던 조치였다. 하지만 검찰 공소장에는 이 같은 검찰 수사팀 관계자들의 행위에 대해선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법원은 일부 법원행정처 보고서 내용의 출처가 영장청구서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통상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행정처에 대한 신 부장판사의 보고, 신 부장판사에 대한 조·성 부장판사의 보고가 일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두 행위 모두 각각 적법하게 별개 사안으로 진행됐을 뿐 ‘법원행정처 지시를 통한 수사 방해 목적’을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영장판사→수석부장 보고 “檢·언론 대응 위해 필요”

특히 영장전담판사들의 수석부장판사에 대한 보고는 영장재판 결과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도 불가피하다고 봤다. 실제 중요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영장재판 결과는 사회적으로 큰 이목이 쏠린다. 검찰 역시 영장기각에 대한 비판 입장을 수사팀 고위관계자 명의로 수시로 발표하기도 한다.

법원은 “영장판사를 사회적 비난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필요성으로 형사수석부장은 기각 결정에 반발하는 검찰에 대응하거나, 오보나 추측성 기사를 방지하는 후속 역할을 수행해왔기에 처리 결과를 보고하는 실무 관행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검찰의 기소로 자신이 직전까지 자신이 근무했던 법원의 피고인석에 앉아야 했다. (사진=뉴스1)
사실판단과 별개로 법리상으로도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신 부장판사로부터 수사정보 등을 전달받은 임 전 차장의 경우도 법원행정처 실무 전반을 총괄하는 직책으로서 비밀엄수의무를 부담하는 공무원인 만큼 공무상비밀누설의 법리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이었다.

법원은 아울러 ‘수사정보 보고서’의 목적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 방해 목적’이라는 검찰 주장을 일축하고 ‘비위 법관에 대한 감찰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정운호 게이트 당시 부장판사 출신이었던 최유정 변호사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수십억 원의 수임료를 받으며, 정 대표가 재판을 받던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에 대한 로비를 언급한 상황이었다.

수사방해 목적 정보 수집?→“비위법관 빠른 조치 위해”

법원은 당시 법원행정처 등이 재판 영향 등을 우려해 비위법관에 대한 감찰 등의 빠른 조치를 취하기 위해 이 같은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이는 정당한 사법행정의 일환이라고 결론 냈다. 원심은 “사법행정 담당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을 받고 있는 법관이 누구이고 그 혐의가 사실인지를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는 것은 정당한 사법행정사무의 수행일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사법행정의 역할 중 하나”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에서의 이번 무죄 확정 판결로 검찰은 짜 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운호 게이트 수사팀이 직접 수사정보를 건넸던 것을 검찰이 몰랐다면 무능한 수사이고, 알았다면 악질적 기소로밖에 볼 수 없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은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 사건 중 유해용 전 부장판사에 이은 두번째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재직 시절 연구자료를 퇴임 시 가져갔다는 이유로 공무상비밀누설·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과 ‘절도죄’ 등으로 기소됐던 유 전 부장판사는 1·2심 무죄에 이어 지난달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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