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FX칼럼)누가 누구를 탓하랴

  • 등록 2002-03-28 오후 1:00:39

    수정 2002-03-28 오후 1:00:39

[edaily 이진우 칼럼니스트] 관심을 모았던 1335원의 돌파는 또 한참 기다려야겠습니다. 계산하기 편하고 알아듣기 쉽도록 1335원은 달러/엔 환율이 135엔을 넘어야 가능할 것 같군요. 지난 번 칼럼에서 밝혔듯이 무엇을 논한다는 자체가 우스운 시장 가지고 맞지도 않을 얘기 풀어 나가느니 오늘도 한담이나 나눌까 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와 한바탕 소나기를 퍼붓고 난 뒤 다시 맑아진 하늘 한쪽에 무지개가 큼직하게 걸렸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떠오른다. 짧은 시간에 사방이 어두워졌다가 물동이로 퍼붓듯 쏟아지던 비는 온데 간데 없고 햇살이 다시 비취는 가운데에 일곱 빛깔 무지개가 영롱하게 떠오르던 그 그림… 아마“시장”에 뛰어들어 시시각각 급변하는“가격”의 움직임에 승부를 거는 자들이라면 그 쏟아지는 빗줄기를 용케 피했다가 다시 맑아진 하늘 쳐다보며 느끼는 그 개운함과 성취감 때문에 매일매일의 피 말리는 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그 전쟁터 한 구석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화끈한 것 좋아하는 국민성을 반영하듯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는 새롭게 도입되는 상품마다 금방 시장다운 시장이 형성되고 뉴욕이나 런던 못지않은 변동성(Volatility)을 갖춤으로써 나라 밖의 돈과 손님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일국의 경제 펀더멘털이나 개별 기업들의 수익성 혹은 장래성이, 그리고 금리라는 것이 하루 사이에 뭐가 그리 달라질 게 있을까? 그러나 주식시장과 금리를 두고 다투는 채권시장은 어떻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니라 할 수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연일 천둥 번개가 치다가 맑게 갠 하늘이 비치다가 하는 드라마틱한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달러/엔 시장만 해도 그렇다. 불과 보름 만에 원위치를 했지만 135엔을 위협하던 환율이 순식간에 126엔대까지도 밀렸다가 다시 되튀어 오르기도 하는 등 게임에 참여한 선수들이나 관전자 할 것 없이 한시도 눈을 떼기 힘든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면서 흥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달러/원 시장은?… 한 마디로 가랑비에 옷 젖는 시장이다. 일반적인 시장에서 관찰되고 형성되는 “시장의 속성”이란 것이 척척 맞아 들어갈 경우는 아주 예외적이다.(그 속성이 정확하게 적용된 경우를 찾으려면 재작년 1140원 돌파 이후 작년 4월4일 1365.30원의 고점을 찍을 때 까지의 차트를 한번 살펴 보시길… 흔히 말하는 패턴이나 파동, 피보나치 비율에 따른 조정레벨 등이 기막히게 맞아 들어가는 시기이다). 아마 2주 전 달러/엔의 급락을 정확하게 예측했던 사람들이나 최근 1330원의 돌파를 예측했던 사람들이나 큰 재미를 못 보았던지 오히려 낭패를 본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애꿎은 스탑(손절매)에 시달리며 시장이 싫어지거나 스스로가 미워졌을지 모를 일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깊숙한 얘기는 알 만한 위치에도 있지 못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함부로 얘기할 수도 없고, 그저 짐작되어지는 것만 얘기해 본다. 우선 늘 하는 얘기지만 서울 외환시장은 너무 작고 엷다. 참여자의 숫자가 적고 그 와중에 플라이급에서 헤비급까지 체급 구별 없이 한꺼번에 들러붙어 싸우니 게임의 승패가 뻔하다. 시장이 작고 엷다는 의미에는 실제 시장 내 달러수급에 있어서도 최근 들어 어느 한쪽으로의 방향성을 고집하기엔 너무 팽팽한 면이 있다는 점도 포함된다. 둘째, 고스톱 판에서도 기본 3점은 줘 가면서 손님 자리 뜨지않도록 이끌어 가야 판이 이어지는데 이건 독식이 너무 잦고 오래 간다. 월남뻥으로 비유하자면 솔(1)과 장(10)이 뜨길래 몰빵을 질렀는데 번번히 솔이나 장이 나와 그 피 같은 돈을 잃는 형국이니 판이 오래 가긴 글렀다.(달러/엔 환율의 2 Big 가까운 급락세나 거액의 외국인 순매도라는 재료를 안고 1330원 같은 10원 단위의 레벨이 돌파되는 형국은 솔과 장이 뜨는 경우나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셋째, 선 굵게 딜링하는 사람들이 시장 내에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7~8년 전 딜러들이 며칠간 모여 함께 어울리는 Forex 세미나에서는 밤마다 포커판에서 웬만한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들의 자기앞 수표가 왔다갔다 했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20만~30만원씩의 판돈 들고 바들바들 떨며 게임을 하는 데에다 왕왕 룰에 익숙치 못해 닭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도 있어 크게 민폐를 끼치기도 한다. 정말 시장이 가야 할 방향을 이끌어 내는 선 굵은 딜이 아니라 그저 3~4원 범위 내에서 남의 꼬인 포지션 끌어내는 스탑 따먹기에 안주하는 딜링 패턴이 요즘의 장세에서 자주 발견된다.(이 대목에서 나올 반론이 충분히 짐작된다. “선 굵게 놀다가 찍소리 못하고 실려 나가려고?”… ◇1335원은 못 넘는 것일까? 환율을 논하는 칼럼이지만 솔직히 환율 방향성을 얘기하기가 싫다. 예전 같은 열정으로 미국의 3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엄청 올라 주식이 어떨 것 같네, 달러/엔이 향후 어찌 될 것 같으니 우리도 어떻게 대비하자느니 하는 식의 가열찬(?) 논리를 풀어 나가기에는 시장이 너무 어렵고 지금 당장의 시장은 증시나 환시나 기존의 지식과 상식으로 접근해서는 당해내지 못하는 시장이다. 특히 필자같이 차트를 중시하는 사람으로서는 이미 차트가 차트로서의 기능을 감당하지 못하는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에서 그 방향을 함부로 짚어내기가 두렵다. 지금 주식은 뉴욕이나 서울이나 위태위태하다. 뉴욕은 본격적인 어닝 시즌(Earning season:기업실적 발표기간)을 앞두고 과연 최근 나타나는 경제지표의 호조를 상승장으로 연결해 나갈 수 있을지, 서울은 종합지수 900 포인트에서의 주춤거림이 본격 조정을 앞두고 마지막 불꽃을 사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짧은 기간조정 이후 전무후무한 강세장을 계속 펼쳐 갈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 달러/엔은 4월 들어 결국 상승세(엔화가치 약세)를 재개하여 140엔을 향해 슬금슬금 올라갈 것인지 135엔이 넘어서기 힘든 꼭지로 작용할 지가 아직은 불투명하고, 국내 경기의 회복세도 슬슬 논쟁이 시작되고 있는 거품(bubble)이 들러붙은 회복세인지 실제 체력이 뒷받침 된 회복세인지의 검증기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얼추 시장 분위기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수출의 확연한 회복세가 감지되거나 외국인 직접투자자금 같은 가시적인 달러공급물량이 나타나기 전에는 달러/원 환율은 하방경직성을 보일 것이라는 점과, 달러/엔 환율이 135엔을 넘어서야 1335원의 연중고점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 이후에는 아주 조금씩 엔화약세를 반영하며 함께 못 이기는 척 따라 갈 것이라는 점 등이다. 환율의 안정이 좋은 사람들도 물론 많다. 그러나 필자는 시장이 활발해지길 기대하는 사람 중의 한 명으로서 바라는 바는 비록 종가 기준으로는 그다지 큰 움직임이 없는 시장이라 하더라도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처럼 일중 변동성은 어느 정도 보장이 되어 시장 참여자들이 항상 고민하면서 좌절 끝에 희열도 맛 볼 수 있는 시장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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