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설 선물 상자에 그려진 그림이 한센인들 작품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한센복지협회가 대통령실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 일부 작품에는 특정 종교를 나타내는 그림과 문구가 있어 논란이 일자 사과하며 오해가 풀리기를 바랐다.
|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설 명절 선물을 공개한 가운데 선물상자에는 한센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국립소록도병원 입원 환자들의 미술작품을 소개했다. (사진=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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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한국한센복지협회장은 2일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대통령실의 설 선물에 우리 한센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외면당했던 우리 인생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그저 행복하고 황송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우리 그림 속 십자가로 인해 상처받는 분들이 생긴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소록도에만 살다 보니 소록도 근처 문화재를 그림에 담은 것뿐인데, 그 그림이 다른 분들에게는 또 하나의 편견으로 보였다니 안타깝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선물상자에 한센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극복하고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국립소록도병원 입원 환자들의 미술작품을 소개했다. 소록도병원 환자 작가들은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소록도의 풍경과 생활상을 담은 작품 활동을 통해 세상과 소통해왔다.
하지만 일부 그림에는 교회와 성당, 십자가 등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동봉된 카드에 소록도병원 입원 환자의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멘”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자 불교계에서 종교 편향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그림 속의 십자가는 외로움을 채우고 버틸 수 있게 하는 우리에겐 걷기 위한 지팡이였고, 누군가가 내밀어 준 간절한 삶의 손길 같은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서 찾아와준 분들 덕분에 우리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퍼져 나가 많은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이상 소외되고 외면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면서 “소록도 주민뿐만 아니라 모든 한센인의 간절한 바람은 우리 그림으로 인해 벌어진 모든 분들의 오해가 풀리고 다툼 없는 행복한 설날을 맞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