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학창 시절인 2000년대 초만 해도 도로 위에 SUV는 드물었다. 세단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이다. 국산차 중에선 쌍용차의 코란도를 제외하곤 SUV는 왜건과 해치백 만큼 비주류였다. SUV라는 용어보다 '찝차'로 통했다.
자동차 역사 130여년 중 50년 이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모델은 극 소수다. 사람의 인생도 한 우물만 파기 힘들건데 다양한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 한 길만 고집하기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시승한 원조 SUV 지프 랭글러는 참으로 대단한 아이콘이 아닐 수 없다.
FCA코리아에 따르면 '랭글러' 이름을 제외한모든 부분을 변경했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할 얘기가 많다. 마니아 눈에만 보일 수 있는 요소도 있지만 크게 바뀐 외관 디자인과 호화로울 정도의 인테리어는 압권이다. “왜 진작부터 이렇게 만들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실내는 정말 고급스러워졌다. 파워트레인 보강을 비롯해 안 보이는 곳곳까지 업그레이드 됐다. 랭글러하면 떠오르는 오프로드 성능이 더욱 강력해진 것은 말 안해도 될 정도다.
신형 랭글러는 국내에서 '올 뉴 랭글러'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스포츠, 루비콘, 루비콘 하이, 사하라 등 총 4가지 트림으로 세분화된다. 가격은 각각 4940만원, 5740만원, 5840만원, 6140만원이다.
지프는 새로운 랭글러를 통해 다시금 업계를 선도하려 한다. 신형 랭글러에는 이제는 구형이 된 JK 루비콘에 탑재했던 '락 트랙' 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했다. 기존과 같이 운전자의 의도대로 제어가능한 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을 새롭게 적용한다.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의 경우 엔진의 회전수 대비해 바퀴가 굴러가는 비율인 크롤비가 무려 77:1인 게 인상 깊다.
랭글러는 위풍당당하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유유자적 코스를 주파해 나간다. 풀타임 사륜구동도 훌륭하지만 이럴 땐 주행 속도에 맞춰 컨트롤 가능한 파트타임 사륜구동이 제 맛이다. 루비콘의 경우 전자식 스웨이바까지 분리 가능하다.
파워트레인은 대폭 개선됐다. 미국 등 해외의 경우 가솔린 및 디젤 등 V6 엔진과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국내의 경우 후자인 4기통 2.0리터 싱글터보 가솔린 엔진만 들어온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로 기존의 V6 가솔린 엔진 대비 부족함이 없다. 기존에 다소 아쉬웠던 5단 자동변속기는 첨단 8단 자동으로 대체됐다. 파워트레인에서 신차다운 모습을 갖춘 셈이다.
계곡을 가볍게 주파한 이후 온로드에 나섰다. 아쉽게도 고속도로와 같은 장거리 구간은 달려보지 못했다. 포장된 도로를 잠깐 달려보며 느낀 점은 이제 더이상 오프로드에 국한된 모델이 아니라는 점이다. 새로운 파워트레인이 상당한 만족감을 준다. 투박하거나 거칠지 않다. 여기에 최첨단 전자 장비가 더해졌다.
랭글러는 2017년 전세계에서 23만 4990대가 팔렸다. 지프는 올 뉴 랭글러를 통해 2018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대 중이다. 국내의 경우 2017년 1425대 판매된 바 있다. 현재 지프 딜러마다 30~40대 가량이 사전예약이 된 상태다. 지프의 아이콘 답게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인기 덕분에 할인은 일절 없다. FCA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신형 랭글러는 현재도 프로모션이 없지만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췄다. 지금 계약하면 다음달 혹은 다다음달 출고될 것으로 보인다.
장점 : 오프로드 뿐만 아니라 온로드까지 좋아졌다. 너무 조용하다.
단점 : 무려 1000만원 비싸진 가격. 왜 이렇게 올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