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들은 출입구를 하나로 통일하고 방문한 신도의 체온을 모두 측정하는 등 방역대책을 시행했지만 인파가 몰리면서 정부가 강조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일부 관찰됐다.
|
앞서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부처님 오신 날 주요 행사인 ‘봉축 법요식’을 다음 달 30일로 연기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무색하게 주요 사찰에는 신도들이 모여들었다.
30일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엔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를 쓴 신도들이 모여들었다. 조계사 측은 입구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 간 거리를 넓혀 달라’는 내용의 안내판을 설치하고 신도와 방문객들의 참여를 부탁했다. 신도·방문객들은 사찰 측 지침에 따라 체온을 측정한 뒤 방문자 명부에 인적 사항을 써야만 극락전 등 기도 공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울러 스님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기도하고, 방문객들에게 비빔밥 대신 떡을 나눠주는 등 예년과 다른 이색적인 모습도 관찰됐다. 이날 조계사를 찾은 불교 신도 박모(70)씨는 “코로나19 탓에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놀랐다”며 “스님도, 신도들도, 방문객들도 다 마스크를 끼고 있어 예년과는 좀 달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대형 사찰인 봉은사에서도 사찰을 방문하는 신도·방문객들을 입구에서부터 통제하고 있었다. 이날 봉은사 측은 사찰 출입로를 하나만 개방하고, 체온을 측정하고 인적사항을 적은 신도·방문객들의 입장만 허용했다. 또 봉은사는 신도들의 사찰 방문을 최대한 막기 위해 바자회 등의 행사도 대폭 축소하고, 이날 열린 입재식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
그러나 인파가 몰린 탓에 곳곳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입재식이 시작된 뒤 뒤늦게 참여한 일부 사람들은 빈 의자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한곳에 몰려 다닥다닥 붙어 앉은 것이다. 사찰 건물 안에서도 원래 거리를 두고 놓여 있던 방석의 틈에 들어가 기도하는 신도나 방문객도 있었다.
구청 측은 사람이 몰리는 만큼 각 사찰이 정부의 예방·방역 지침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날 봉은사에서 만난 강남구청 관계자는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손 소독제 구비 등 정부 지침을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며 “이러한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을 시엔 사찰 관계자에 이를 따르도록 권고 조치한다”고 밝혔다.
한편 방역 당국은 주요 행사를 연기한 불교계의 조처에 고맙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사찰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방역 지침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불교계의 자발적 결정에 다시 한 번 감사하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사찰을 방문하는 이들은 마스크 착용, 손 소독, 1~2m 거리 유지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