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3세인 김기영씨는 허리와 양다리 통증때문에 병원을 찾을 때마다 한결 같은 대답을 들어야했다. 5년 전부터 시작된 통증은 점점 심해져 최근 1년간은 바로 눕지도, 다리를 펼 수도 없었다. 바로 설 수 없으니 걷지도 못했다.
주사 치료만 수십 차례, 더 이상 호전이 없었기에 가족들은 김씨의 MRI 영상을 들고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으나 “나이가 너무 많아서 수술이 안된다”는 말뿐이었다. 김씨와 가족이 부산우리들병원에서 희망을 찾은 건 오현민 원장의 수술 해보자는 한마디 덕분이었다.
병원에 내원할 당시 김씨는 요추 3/4, 4/5, 5/천추 사이 세 군데에 걸쳐 심한 척추관 협착증이 있었고, 오랫동안 병이 지속돼 양 다리 근육이 약해진 상태였다.
보편적인 척추관 협착증 수술은 현미경을 보면서 두꺼워진 인대나 자라난 뼈를 제거해 신경 주변을 넓혀주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수술 시 불가피하게 제거되는 뼈와 관절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서 척추 불안정증이나 전방전위증 같은 병이 추가로 생길 수 있다. 최근에는 협착증의 원인이 되는 인대만 일부 제거하고 끈 모양의 인공인대를 삽입해 흔들림을 잡아주는 인대재건술로 치료한다.
이상호 박사가 개발한 이 수술법은 정상적인 뼈와 근육 등은 최대한 보존하면서 척추뼈와 뼈 사이에 난 구멍을 통해 두꺼워진 인대만 제거한다. 최소한의 절개만으로 수술이 진행되고, 관절이나 뼈를 광범위하게 제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고 고혈압, 당뇨가 있는 고령 환자에서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집도를 맡은 오현민 원장은 “환자의 나이는 더이상 척추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지 않는다”며 “김씨의 경우처럼 낫고자 하는 환자의 의지가 분명하다면 수술 전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파악하고 혹시 있을 수 있는 위험요소를 미리 대비해서 안전한 방법으로 수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술 후 2개월 뒤 김씨가 내원했을 때 오 원장은 회복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6,70대와 90대의 회복속도가 같지는 않지만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근육의 힘을 꾸준히 길러주면 다시 잘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8년에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인구의 14%를 초과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에는 20%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고령 환자의 수술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성한 데 없고 아픈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졌던 시대가 바뀐 것이다.
최근 10년간 부산우리들병원에서 수술 받은 90세 이상 고령 환자는 모두 72명이다. 그 중 약 11%인 8명이 전신마취 하에서 수술을 받았다. 전체 척추수술 환자 중에서는 매우 적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환자가 고령인 경우 의사나 보호자가 수술을 꺼렸지만 최근에는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아프다고 누워지내면 근육이 약해지고 욕창이나 혈전증, 2차 합병증으로 인해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걸을 수 있고 움직이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고령 환자의 안전한 수술과 치료를 위해서는 수술 전 충분한 검사와 함께 내과, 마취과와 협진으로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수술법을 결정해야 하며, 수술 후에는 전문적 간호와 재활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갖춘 의료진의 역량도 중요하다. 척추수술이 점차 환자에게 부담을 적게 주고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바뀌고 있지만 그만큼 의료진에게는 기술적인 숙련도를 요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유리한 치료법일수록 의료진에게는 까다롭다.
부산우리들병원 전상협 병원장은 “척추관 협착증의 가장 확실하고 재발 없는 치료법은 수술이다. 만약 나이 때문에 망설이는 환자가 있다면 얼마든지 치료 가능하다고 알려주고 싶다”며, “앞으로도 고령 환자에게 보다 안전하고 나은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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