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초선의원 `박관용 환영사` 집단 불참

  • 등록 2004-05-13 오후 12:44:39

    수정 2004-05-13 오후 12:44:39

[오마이뉴스 제공] "반평생 국회에 있으면서 반쪽 국회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는데... 이런 모습 안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17대 초선의원 연찬회에서 환영사를 한 후 행사장을 나서는 박관용 국회의장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취재진들이 소감을 물었지만, 굳은 표정의 박 의장은 이 말만을 남기고 검정색 관용차에 올라탔다. 기념관 밖에서 박 의장의 연설이 끝나길 기다리던 열린우리당 초선의원 20여명은 싸늘한 표정으로 박 의장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의장님, 자업자득이네요" "말년에 스타일 구기셨습니다"라는 말들이 새어 나왔지만, 박 의장의 귀에까지 들리지는 않았다. 김현미 열린우리당 당선자가 처음 제안한 "박관용 연설 보이콧"은 전날 언론보도를 통해 이심전심으로 당내에 동조세력을 확산시켰다. 그 결과, 108명의 당 소속 당선자중 72%에 달하는 78명이 박 의장이 연설하는 동안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박 의장은 10여분간 연설을 하는 동안 "대통령과 국회가 상호 견제하는 시스템을 가질 때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다"고 역설했지만 탄핵이나 보이콧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박 의장은 "토론문화가 정착돼서 의견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국민이 권위주의적 국회를 용납하지 않는다. 초선들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박 의장이 연설을 하는 동안 열린우리당에서 강창일 백원우 우상호 최규성 등 재야파 의원들이 대거 불참했고, 김재홍 박명광 박영선 조성래 등 비례대표 당선자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염동연 서갑원 이광재 등 이른바 친노그룹 당선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일찌감치 행사장에 나타난 장향숙 당선자는 "존경받지 못할 행동을 한 사람은 존경할 필요가 없다. 네티즌들사이에 누가 자리를 지키는 지 지켜보겠다는 의견들이 많더라"며 막상 연설이 시작될 때는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김형주 당선자는 "답답한 얘기를 들을 필요가 있나? 오늘 저녁에는 국회의장 주최 리셉션이 있는데, 그곳에도 가지 말자는 의견들이 있다"며 냉랭한 분위기를 전했다. 권선택 변재일 서재관 안병엽 등 관료·전문가출신들은 보이콧에 응하지 않고 박 의장의 연설을 경청했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정치권의 대선배인 국회의장에게 너무 하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내 이름을 기사에 넣지는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하는 당선자도 있었다. 김선미 당선자는 전날까지 보이콧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가 막판에 마음을 바꾼 케이스. 전날까지 "처음부터 의장의 환영사는 안 들을 생각이었다"고 말한 김 당선자는 행사장에 와서는 "탄핵은 국민들이 이미 심판하지 않았나?"며 의장 연설을 경청했다. 행사장을 찾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당선자들은 열린우리당 초선들의 보이콧에 불쾌하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탄핵철회론을 제시했던 3선의 김문수 의원은 이번에는 원내총무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그러나 김 의원은 "그쪽은 그쪽대로 우리는 우리 식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지 않겠냐?"며 퉁명스런 표정을 지었다. 박세일 당선자는 "헌법기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다. 국회가 내린 개별적인 결정에 반대할 수는 있어도 헌법기관 대표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일로 인해 국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갈등의 소지가 생기는 게 아니냐?"고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비온 다음에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과도기에 일어난 일이니 상생의 정치를 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제시했다. 민주당 손봉숙 당선자는 "내가 한 일도 아니고, 16대 국회에서 한 일인데... 싸우면서 17대 국회를 시작하고 싶지 않다"고 안스러워 했다. 총선 전에는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던 민주노동당은 노회찬 사무총장을 제외한 9명의 당선자들이 전원 참석했다. 취재진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권영길 대표는 "내게 그런 걸 묻지 말라"고 애써 논평을 거절했지만, "필요한 대응은 해야겠지만, 굳이 의장 연설과 연결할 필요가 있나? (심상정)" "우리는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연락받은 것도 없는데... (강기갑)"라는 당선자들의 반응이 나왔다. 민주노동당이 연설 보이콧에 응하지 않은 데에는 ▲ 열린우리당과 공식적으로 공조할 사안이 아니고 ▲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의 흐름에 편승할 경우 "여당 2중대"로 공격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최초로 아이디어를 낸 김현미 당선자는 박 의장이 떠난 후 15분 정도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좀 늦었네요"라고 너스레를 떤 김 당선자는 "의장주최 리셉션에는 갈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연히 안 가죠"라고 잘라 말했다. 박 의장이 연설하는 동안 행사장을 지키지 않은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불참자(78명) : 강기정 강성종 강창일 강혜숙 구논회 김교흥 김기석 김낙순 김동철 김명자 김영주 김재윤 김재홍 김종률 김태년 김혁규 김현미 김형주 노영민 노웅래 문학진 민병두 박명광 박상돈 박영선 박찬석 백원우 복기왕 서갑원 선병렬 신중식 신학용 양승조 염동연 오시덕 우상호 우원식 우제창 유승희 유필우 윤원호 윤호중 이경숙 이광재 이광철 이기우 이목희 이상경 이상락 이시종 이영호 이원영 이은영 이인영 이철우 이화영 임종인 장경수 장복심 장향숙 정덕구 정봉주 정성호 정청래 조경태 조성래 조정식 주승용 지병문 채수찬 최규성 최규식 최성 최재성 최재천 최철국 한병도 홍미영 참석자(30명) : 강길부 권선택 김맹곤 김선미 김우남 김진표 김춘진 노현송 문병호 박기춘 박홍수 변재일 서재관 심재덕 안민석 안병엽 양형일 오제세 우윤근 우제항 유기홍 이계안 이근식 이상민 전병헌 정의용 제종길 조성태 한광원 홍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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