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본격화…속내 복잡해진 롯데·삼성

그룹 지배구조 개편 가속화…계열사별 득실 관심
현대차, 모비스 지배회사 체제로…글로비스 수혜
‘순환출자 해소’ 롯데, 오너 부재·사업 부진 고민
삼성, 금산법·금융그룹통합감독 관건…대응책 관심
  • 등록 2018-03-31 오후 8:54:37

    수정 2018-03-31 오후 8:54:37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지목되던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오너의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자금을 들여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하는 기업들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 기업 집단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롯데그룹은 각각 다른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 중이거나 고심 중이다. 개편 시나리오에 따라 계열사 자금 부담이 늘어나거나 사업 지위가 상승하는 등 득실이 엇갈릴 수 있으므로 이해 관계자들의 관심은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사업재편 구조.(이미지=NICE신용평가 제공)
◇지주사 포기 현대차, 금융계열사 품고 간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8일 현대모비스(012330)를 인적분할하고 모듈·AS부품사업부문을 현대글로비스(086280)가 흡수합병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분할합병 후 대주주와 계열사간 지분 양수도를 통해 현대모비스-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현대모비스로 이뤄진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을 통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기됐지만 이를 포기하고 현대모비스 지배회사 체제로 방향을 정하며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이나 세금 부담을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주식 양수도 과정에서 1조원 이상의 양도세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재벌 총수들의 꼼수 경영 승계 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냉담해진 상황에서 정공법을 택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업계는 평가했다.

또 지주회사 체제로 가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현대캐피탈이나 현대카드 등 금융 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게 되는 데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요건 충족을 위해 추가로 지분을 사들여야 하는 등 걸림돌이 많은 상황이었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수직 계열화 된 현대차그룹 특성상 업무 밀접도가 높은 금융계열사들을 포기할 수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오너 일가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30% 가량 보유하면서 그룹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자동차 산업 업황이 정체기를 겪으면서 수익성 저하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는 신용도 영향이 크게 없다는 판단이다. 최중기 NICE신용평가 기업평가1실장은 “현대글로비스는 채산성이 우수한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사업을 흡수 합병해 사업안정성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이 예상되고 기아차는 존속모비스 보유 지분 합병글로비스 지분을 교환하는 형태의 지분매매를 진행할 예정으로 재무안정성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현대모비스는 사업안정성 약화가 불가피하지만 계열 내 최상위 지배회사로 지배구조적 중요성이 크게 강화된 점을 감안할 때 최종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2018년 4월말 기준 롯데그룹(예상) 지분구조도(%).(이미지=한국기업평가 제공)
◇롯데지주, 비금융·금융 계열사 지분 처리 고민


경영권 분쟁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까지 유독 풍파를 겪은 롯데그룹은 정부 정책에 부응해 일찌감치 지배구조 개편을 선언했다. 오너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다수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거미줄 같은 순환출자 고리가 질타를 받자 재빨리 대응에 나선 것이다.

먼저 롯데그룹은 롯데건설과 롯데쇼핑 등의 계열사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롯데제과(280360), 롯데쇼핑(023530), 롯데푸드(002270), 롯데칠성(005300)음료 4개 계열사를 분할·합병해 지주회사인 롯데지주(004990)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400개 이상의 순환출자 고리를 18개로 크게 줄였다. 이달 1일 기일로는 롯데지알에스, 대홍기획,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한국후지필름의 투자회사를 분할해 롯데지주에 합병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그룹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되지만 앞으로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갈 길은 멀다는 평가다.

우선 지주회사 전환일(작년 10월 12일)로부터 2년 내 기준 이상 자회사 주식보유와 자회사 외 국내계열회사 주식보유 금지, 금융사 주식소유 금지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롯데지주가 최대주주가 아닌 계열사를 모두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가정할 때 상장사인 롯데칠성음료 지분 0.7%와 롯데제과 지분 8.5%를 추가 취득해야 한다. 비상장사 롯데인천개발, 롯데인천타운, 롯데로지스틱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건설 지분도 추가 매입하는 것이 숙제다.

또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93.8%, 롯데캐피탈 지분 25.6%, 롯데멤버스 등 기타 금융계열사 지분과 BNK금융지주 등 투자 목적으로 들고 있는 금융회사 지분을 처리해야 한다. 롯데지주 입장에서는 금융사 지분을 매각하면서 매입해야 하는 계열사 지분 교환을 통해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오너인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되면서 추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불씨가 남아있는 점도 부담이다. 지배구조 개편의 열쇠를 쥔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나 중국 롯데마트 매각 등도 단기간 내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그룹 전체 신용도 방향성 측면에서 지배구조 개선은 긍정적이지만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수익성 저하 등 사업경쟁력 약화도 부정적 요소다. 유준기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비상경영체제에서 호텔롯데 상장에 도전하는 무리수를 던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중국 할인점 철수 같은 중요한 문제도 매각 관련 주요 사항이 변경될 경우 신속하고 탄력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금융그룹 지분구조(%).(이미지=NICE신용평가 제공)
◇이재용 돌아온 삼성, 삼성생명 움직임이 ‘키’


삼성그룹은 현대차·롯데그룹과는 달리 아직까지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지 않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물산(028260)-삼성전자(005930)-삼성SDI(006400)-삼성물산 등 여러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입원할 때만 해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경영권 승계 도구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당초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하던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이 중단됐다. 이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난 만큼 다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단 공정위 지시에 따라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1% 가량을 처분하면 상당부분 순환출자 고리는 해소된다. 다만 삼성그룹은 순환출자 뿐 아니라 금산분리와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등의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만큼 셈법이 복잡한 편이다.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약 8.3%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 약화를 막기 위한 거액의 지분 매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판단과 각 계열사 움직임에 대한 시장 관심은 높아질 전망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전자 지분 취득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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