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불판 들고 나와라~ 밖에서 굽자

  • 등록 2006-09-14 오후 3:30:00

    수정 2006-09-14 오후 3:30:00

[조선일보 제공]


▲ 사진 왼쪽부터 용두동 `주꾸미골목`, 마포 `갈매기 골목`, 왕십리 `곱창골목`

가을은 ‘독서의 계절’? 음식 좋아하는 이들에겐 ‘구워 먹는 계절’이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선선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바깥에 불판 놓고 고기나 해물을 구워먹고 볶아먹기 딱 알맞다. 싸고 맛있는 서울 시내 구이·볶음골목 3곳을 소개한다.

마포 '갈매기골목'
갈매기살?새가 아니라 돼지고기 입니다

지하철 공덕역 8번 출구를 나오면 오른쪽으로 골목 어귀가 보인다. 해 질 무렵,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좁고 낡은 골목은 드럼통 테이블로 가득 찬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손님은 대부분 직장인. 회사 동료들과 잘 구운 돼지 갈매기살에 소주 마시는 모습이 풀어헤친 넥타이처럼 편안하다.

서울 마포 ‘갈매기골목’이다. 과거 용산선(線)이 지나던, 서울 마포구 공덕동과 도화동이 만나는 경계선상에 있다. 1978년 ‘부산갈매기’(02-718-5462)를 시작으로 ‘정대포’(02-713-0710), ‘마포갈매기’(02-712-0655), ‘장수갈매기’(02-716-6070) 등 갈매기살을 주로 내는 고깃집 네 곳이 모여 골목을 이뤘다.

이 골목 대표메뉴인 갈매기살은 돼지의 횡격막과 간 사이에 있는 근육질 힘살이다. 하늘을 나는 갈매기와는 아무 상관 없다. 횡격막은 흉강과 복강을 나눈다 하여 ‘가로막’이라 한다. 이 ‘가로막살’이 ‘가로매기살’로, ‘가로매기살’이 다시 ‘갈매기살’로 변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기를 주문하면 미역냉국, 소금기름, 파채, 상추, 깻잎, 마늘, 쌈장 등이 나온다. 시뻘겋게 달궈진 숯 위로 불판을 얹으면 준비 끝이다. 소금과 후추, 기름으로 가볍게 양념한 갈매기살은 쫄깃쫄깃 폭신하고 느끼하지 않다. 스테인레스 밥공기 가득 담겨 나오는 신김치를 함께 구워 먹으면 더 맛있다.

갈매기살 1인분 8000원. 달착지근하게 양념한 ‘돼지갈비’(7000원), 목살에 굵은 소금을 듬성듬성 뿌린 ‘소금구이’(7000원), ‘삼겹살’(7000원)도 싸고 푸짐하다. 어떤 고기나 최소 2인분은 시켜야 눈치 주지 않는다. 식사는 ‘공기밥’(1000원) 뿐이라 아쉽다.

정대포는 ‘리치골드’로도 알려졌다. 고기를 먹고 있으면 종업원이 노란 양은주전자를 들고온다. 주전자에 담긴 달걀물을 불판 가장자리 오목한 부분에 부어준다. 손님들은 여기에 파채, 김치 등을 더해 ‘달걀찜’을 만들어 먹는다. 달걀찜으로 노란 테두리 두른 불판이 피자점 ‘리치골드 피자’와 비슷하다. 공짜 서비스라 더 기분좋다.

용두동 '주꾸미골목'
주꾸미를 매운 카레에 찍어 먹는다고?

서울 용두동 농협 뒤 '주꾸미골목'은 역사가 길지 않다. 먹자골목으로 형성된 지 3~4년 정도. 골목 어귀 '나정순할매쭈꾸미(호남집)' (02-928-0231)가 원조 격이다. 사장은 "문을 연 지 40년쯤 됐는데. 우리 집이 잘 되자 주꾸미집들이 옆에 생겨났다"고 했다. 이 골목에 있는 주꾸미집 7곳 모두 성업 중이지만, 역시 나정순할매쭈꾸미가 가장 손님이 많다. 저녁이면 가게 앞에서 10여명씩 테이블이 나기를 기다린다.

1등 자리를 노리며 애쓰는 야심찬 2등은 어디나 있다. 나정순할매쭈꾸미 바로 옆 '용두동쭈꾸미'(02-925-3127)가 그런 2등 같다. 이 집에서는 주꾸미를 주문하면 특이하게도 카레가 함께 나온다. 이 식당 방은이 사장은 "카레에 주꾸미를 찍어 먹어보라"고 권했다.
시뻘겋게 볶아 그렇잖아도 매운 주꾸미를 매운 카레에 또 찍어먹는다? 속는 셈치고 따랐다. 희한하게도 덜 맵고 부드러웠다.

"매울 때 매운걸 먹으면 덜 맵잖아요. 주꾸미가 매워서 못 먹는 분들을 위해 개발했어요. 해물 육수에 카레를풀었어요. 하얀건 순두부인데요. 카레와 의외로 잘 어울려요."

이집에는 '달?찜'(3000원)도 있다. 매운 카레가 주꾸미 매운맛을 상쇄하는 '이열치열' 효과를 낸다면, 부드러운 달걀찜은 주꾸미 매운맛을 중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주꾸미'1인분 (1만원)은 550g쯤으로, 어느 집이나 비슷하다. 2인분이 기본이다. 주꾸미를 포장해 가는 손님도 많은데, 1인분 1만원으로 가격은 같지만 양은 약 1kg으로 휠씬 많다. 포장은 1인분도 가능하다. 주꾸미는 약한 불에 살짝 볶아야 질기지 않다. 국물에 '떡사리'나 '국수사리'(각2000원)를 넣어 먹기도 한다. 식사로는 '볶음밥' (1000원)을 많이들 시킨다.

왕십리 '곱창골목'
연탄불 위 곱창, 고소한 연기에 입맛 도네~


 
황학동사거리에서 왕십리쪼긍로 뻗은 마장로는 저녁이면 연기에 휩싸인다. 돼지 또는 소 곱창에서 배어나온 기름이 연탄불에 떨이지면서 뿜어나오는 고소한 연기다. 여기에 매콤달콤한 양념 냄새까지 섞여 지나가는 손님들을 불러들이고 테이블에 붙들어 앉힌다.

왕십리 곱창골목은 한때 공구가ㄱ게들로 가득했다고 한다. 그러다 20여년 전부터 동대문 근처 곱창가게들이 하나 둘 이사해 이제는 공구보다 곱창으로 더 유명한 골목이 됐다.

이 골목의 주력 메뉴는 '돼지양념곱창'(9000원)이다. 돼지 곱창을 연탄불에 초벌구이하게나 물에 삶은 뒤, 한입 크기로 잘게 잘라 준비해둔다.

주문이 들어오면 양념장에 버무려 연탄불에다시 볶아 뜨거운 불판에 담아 손님상에 낸다. '소곱창'(1만5000원)도 있지만, "구색 갖추기"(거북곱창' 이경숙 사장)라고 한다.

돼지양념곱창은 어느 곱창집이나 쫄깃하면서도 매콤달콤한 맛이 기본이나, 가게마다 나믈의 노하우를 더해 개성을 살린다. '거북곱창'(02-2231-6567)은 양념이 매콤한 맛보다 닷맛이 강한 편이다. 여기에 새콤한 맛이 더해져 자칫 느끼한 곱창을 상큼하게 끌어올린다. '중앙곱창'(02-2291-7353)은 처음에는 달착지근하다가,씹을수록 매운맛이 여운처럼 남는다. 식사로는 '공기밥'(1000원)도 있지만 '볶음밥'(2000원)을 더 많이 주문한다.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한다. 대부분 가게가 하루 24시간 영업하고,매달 두 번째 화요일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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