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유전자 편집 기술로 급성 백혈병 치료

  • 등록 2022-12-11 오후 10:01:36

    수정 2022-12-11 오후 10:01:36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영국 의료진이 치료가 어려운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을 앓는 소녀에게 사상 처음으로 DNA 염기편집 기술을 적용, 한 달 만에 증상이 크게 호전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AFP 통신과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사진=픽사베이)
11일(현지시간) 현지언론에 따르면 영국 런던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어린이 병원(GOSH) 의료진은 T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소녀 ‘얼리사’(13)가 DNA 염기가 편집된 T세포 치료를 받은 지 28일 만에 관해(寬解.remission) 상태로 호전됐다고 밝혔다. 암 치료에서 ‘관해’는 증상이 완화되거나 사라진 상태를 뜻한다.

얼리사는 지난해 T세포 ALL 진단을 받고 화학요법과 골수이식 치료 등 기존 치료를 받았으나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고통 완화치료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연구팀이 처음 시행하는 염기편집 T세포 치료법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가장 일반적인 어린이 암 중 하나로 B세포와 T세포 등 면역계 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기편집 T세포 치료법은 건강한 사람으로부터 기증받은 T세포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DNA 염기 하나를 다른 염기로 바꾸고, 거부반응 등을 일으키지 않도록 조작한 뒤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단백질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는 아데닌(A), 티민(T), 시토신(C), 구아닌(G) 등 4가지 DNA 염기로 돼 있는데, 유전자가위 기술 등으로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위치의 특정 염기를 다른 염기로 바꿀 수 있다.

얼리사는 GOSH 연구팀이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염기편집 T세포 치료법 임상시험에서 처음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2015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진과 함께 B세포 백혈병 치료를 위해 개발한 T세포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했다. 또 세포 생산 과정에서 암세포를 인식, 공격하도록 설계된 T세포가 서로를 공격해 죽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염기편집 기술로 여러 차례 DNA를 편집했다.

얼리사는 염기편집 T세포 치료를 받은 지 28일 만에 관해 상태로 호전돼 면역계 회복을 위한 2차 골수이식을 받았으며, 이후 6개월째 잉글랜드 중부 레스터에 있는 집에서 생활하며 후속 치료를 받고 있다.

GOSH 의사 로버트 키에사 박사는 “얼리사에게 이 실험적 치료 외에는 고통완화 치료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앞으로 몇 달간 치료 효과를 더 지켜보고 확인해야겠지만 상태 호전은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며 “이것은 새로운 의학 분야이고 우리가 면역체계를 암과 싸울 수 있게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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