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방폐장은 `부록`인가

  • 등록 2005-04-15 오후 4:04:56

    수정 2005-04-15 오후 4:04:56

[edaily 김상욱기자] 최근 정부가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선정을 위해 민간위원들로 구성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거 부안사태를 기억하는 사람들로선 별탈없이 부지선정이 이뤄지고 공사가 시작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다행히 여러 지역에서 방폐장 유치를 원하고 있다는 소식들도 들려오는데요. 이 과정에서 왠지 씁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는군요. 경제부 김상욱 기자가 전합니다. 여러분들은 방사성폐기물처분장에 대해 어떤 시각들을 가지고 계신가요?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내 집에서는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일 겁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생각과 달리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서로 방폐장 유치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리더군요. 국가적 차원으로 보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이겠습니까만은 그동안의 진행과정을 되짚어 보면 반드시 그렇게 좋아할 만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근 정부는 이른바 부안사태를 경험삼아 고준위와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통상 고준위라고 불리는, 즉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폐기물을 제외한 나머지만을 처분하는 부지를 우선 선정하겠다는 것이죠. 여기에 엄청나다면 엄청나다고도 할 수 있는 `당근`까지 추가됐습니다. 정부는 관련법까지 제정해가며 중·저준위 방폐장을 유치하는 지역에 우선 3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폐기물 처분량에 따른 수수료도 보장했습니다. 관련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의 이전도 약속했습니다. 3000억원이라는 거금과 약 한해동안 50억에서 100억원으로 예상되는 반입수수료, 그리고 공공기관의 유치까지,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재투성이`로만 보이던 방폐장이 하루아침에 근사한 `신데렐라`가 된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건이 되는 지자체들은 앞다퉈 방폐장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동안 방폐장에 무관심하던 지역들이 정부가 내세운 조건을 보고 나서 입장이 바뀐 것이죠. 여기에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의 이전과 방폐장 유치를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은 또 다시 반대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다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상황을 보고 있자니 왠지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치 최근에 월간지 등에서 고가의 선물을 `부록`으로 끼워주면서 판매에 나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잡지의 내용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끼워주는 선물이 탐이 나서 잡지를 사는 거죠. 방폐장은 꼭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나 주민들로부터 외면받아온 시설입니다. 현재 우리들이 소비하는 전력의 30%이상은 원자력을 통해 얻고 있고 발전소 가동에 따르는 폐기물은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책임져야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폐기물이 싫다고 해서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또 병원 등에서 나오는 각종 폐기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자들의 진단에 필요한 시설들을 없앨 수 있겠습니까. 얼마전 방폐장 선정업무를 하고 있는 관계자는 푸념섞인 말을 하더군요. 그는 국민들이 원자력발전소와 폐기물처분장에 대해 무관심과 막연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며 "한 일주일정도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마 전기때문에 난리가 나겠지만 원자력발전소의 역할에 대한 국민들 인식은 높아지지 않을까요"라고 말입니다. 다른 나라와 한번 비교해 볼까요. 저는 최근 스웨덴 포스마크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관계자들을 만난 저는 적지 않게 당황스러운 상황을 겪었습니다. 처분장 건설을 위해 해당지역에 정부가 어느정도의 지원을 해줬냐는 질문에 그 담당자는 "처분장을 건설하는 지역에 왜 보조금을 줘야 하냐"고 되묻더군요. 한마디로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는 "포스마크지역에는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중이고 주민들은 원자력발전소 덕분에 값싼 전기료 혜택을 받고 있다"며 "특별히 보조금을 줘야할 필요도 없었고 주민들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과 상당한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두 나라간 차이점은 원자력이라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차에서 생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들에게 방사성폐기물이란 혐오스러운 위험물질이라기 보다 편하게 생활해 나가는 데 필요한 일종의 대가라는 것이죠. 우리는 어떻습니까? 개인적으론 이번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 유치조건을 보고 걱정거리가 하나 늘었습니다. 위험도가 낮은 중·저준위 처분장에 이정도의 지원이 이뤄졌는데 앞으로 위험도가 높은 고준위 폐기물 처리를 위해선 또 얼마나 많은 조건을 내걸어야 할까요. 이미 `고기 맛`을 본 지자체들이 웬만한 조건에는 꿈쩍이나 하겠습니까. 버티면 버틸수록 더욱 많고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아직 고준위 폐기물 처리방식이나 정부방침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지 않겠습니까? `첫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격언이 자꾸 머리속에서 맴도는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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