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GS25·정용진 사태 부른 이것…성별·세대·정치 ‘불편함의 시대’

정 부회장 SNS 시식평, 文 대통령 세월호 방명록 글 패러디 논란
GS25, 이벤트 포스터도 ‘남혐 의혹’ 일파만파… 불매운동도
인터넷에서 ‘불편한 감정’ 공유해 특정 대상 성토하는 문화 형성
전문가 “사회 갈등 민감도 높아져… 내부 통제 강화로는 한계"
  • 등록 2021-06-01 오전 11:01:56

    수정 2021-06-02 오전 7:19:36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극우 성향 유튜브나 강성 페미니즘 커뮤니티를 꾸준히 보고 공부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거 문제 없니 마케팅 문구 하나에도 마음 졸이는 유통가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유통업계 홍보 및 마케팅 일선 담당자들의 고민에 빠졌다. 최근 큰 의미를 두지 않은 이미지나 문양이 확대 재해석 되면서 부정적인 이슈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B2C(기업 대 소비자) 영업이 주를 이루는 유통업계 특성상 부정적 이슈가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특정 성향의 네티즌들이 어떤 문구나 상징을 사용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기업과 관련한 성별·정치적 갈등과 관련한 부정적인 이슈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혐 논란이 벌어진 GS25 이벤트 포스터.(사진 왼쪽) 논란이 일자 GS25는 이미지를 오른쪽으로 바꿨다.(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불편함’의 정서, 신세계·GS리테일 직격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시식평을 대거 수정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쇠고기 시식평을 올리며 “너희들이 우리의 입맛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라고 적었다. 이밖에도 닭새우 게시글에는 “너희들의 희생이 우리 모두를 즐겁게 했다”라며 “미안하다. 고맙다”란 글을 남겼다.

큰 의미가 없는 문구 같지만 네티즌들은 정치인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남긴 추모글에서 따왔다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며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은 바 있는데, 이를 패러디했다는 지적이다.

신세계그룹은 해당 문구가 음식 시식평에 자주 남기는 문구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은 지속되고 있다. 여권 지지자들은 정 부회장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희화화했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마트를 비롯해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이마트24 등 신세계 그룹 계열사를 이용하지 않는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남혐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GS25의 경우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GS25는 지난 1일부터 진행한 ‘캠핑가자’ 이벤트 홍보 포스터 속 ‘손가락 모양’ 이미지가 급진적 페미니즘 그룹인 ‘메갈리아’의 로고와 닮았다며 큰 비판을 받았다. 이후 포스터 이미지를 수 차례 수정했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페미니즘 상징이 추가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GS25의 경우엔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측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 페미니즘 진영은 GS25가 남혐론자들에게 굴복해 이미지를 수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남초 및 여초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GS25를 불매하자는 움직임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사회 갈등 심화 추세… 기업도 국민 정서에 공감대 형성해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남긴 시식평. 문재인 대통령 등이 세월호 분향소 방명록에 남긴 글과 유사하다.(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국내 사회갈등은 지속적으로 심화하는 추세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 및 SNS의 파급력 강화 등과 맞물려 다양한 분야에서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결집하기가 쉬워졌다”라면서 “소수의 네티즌이 형성한 이슈라도 국민적인 관심으로 부상하는 현상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충분한 토론과 의견 교환을 진행하는 대신 자신과 ‘불편한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연대해 특정 대상을 성토하는 일이 빈번해졌단 점이다. 과거에는 비판 대상이 연예인이나 유튜버 등 특정 개인에 반면 이제는 기업 전체를 겨냥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유통기업들은 내부 스크리닝 기능 강화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단 설명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GS25에서 남혐 논란이 불거진 뒤 내부적으로 마케팅 판촉물을 제작할 때도 유관 부서 및 법무팀까지 동원돼 불의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사회 갈등 이슈를 숙지하지 않는 이상 언제든 부정적인 이슈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는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 회장(단국대 경영경제학과 교수)는 “사회 갈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이나 민감도가 매우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면서 “철저한 감시도 중요하지만 기업 구성원 전체가 사회전반적인 가치관의 변화를 숙지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만 비슷한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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