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공모규모로 기록될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자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하이일드펀드들이 공모주 우선배정 효과를 노리고 투기등급인 BBB급 회사채를 담으면서 저신용 회사채 발행이 부쩍 늘었다. 신용도와 가격이 따로 노는 현상이 발생하고, LG엔솔을 담기 위해 기관투자자들이 미리 보유주식을 처분하면서 증시는 맥을 못추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LG엔솔 상장으로 주식과 회사채 시장 수급 균형이 무너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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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발행이 늘어난 것은 LG엔솔 공모를 노린 하이일드 펀드나 코스닥벤처 펀드가 저신용 회사채들을 담으면서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펀드는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 등을 45% 이상 담을 경우 공모주 5% 우선배정 혜택을 누릴 수 있다. LG엔솔 공모주 투자를 노리고 하이일드 펀드로 시중 자금이 유입되면서 펀드들도 요건을 갖추기 위해 앞다퉈 저신용 회사채 매수에 나서고 있다. 발행여건이 좋아지자 BBB급 회사채 발행도 늘고 있는 것이다. 이번주에도 현대로템, 두산, 한진 등 BBB급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증시에서는 LG엔솔이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수급 기반이 약해진 모습이다. LG엔솔 공모규모는 역대 최대다. 공모가가 희망범위 최상단으로 정해질 경우 12조8000억원을 끌어모으게 된다. 이는 기존 역대 최대규모였던 삼성생명의 4조8800억원의 세배 가까이 되는 규모인데다 역대급 공모주 열풍이 불었던 작년 한해 총 공모규모 16조4600억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최근 코스피지수 하락 배경으로 LG엔솔 상장 타격이 거론되는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도 줄줄이 대어 상장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현대오일뱅크 등 덩치가 큰 기업들이 공모에 나서면 이같은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LG엔솔로 인해 증시 수급이나 저신용 회사채 금리 면에서 시장이 다소 왜곡되는 모습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어들의 상장 시기를 다소 분산하는 미세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