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출발 때부터 트렁크 두 개 끌고 가긴 싫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텅 빈 큰)가방 속에 (필수품 넣은 작은) 가방 넣어 가기. 배씨가 미리 싸 본 여행 가방. 그런데 참 많이도 가져간다 싶다. 선글라스는 왜 2개? 화려한 미니 백이나 하이힐은 왜 필요하지? 벨트에, 액세서리에, 화장품도 파우치에 한 가득이다. “여행할 때 쉬지 않고 사진을 찍는데, 늘 똑같은 선글라스 차림이면 지루하니까요.” 여행지에서 여행자 같아 보이지 않기 위해, 또 예쁜 매장에 운동화 신고 돌아다니기 싫어 작은 백과 구두를 준비한다(때문에 안에 쿠션처럼 대는 깔창도 필수).
●패션지 기자 출신인 배정현씨는 서울 신촌 아트레온 영화관 13층 갤러리에서, 런던에서 9파운드에 산 하얀 가죽 구제 부츠, 7.99 파운드짜리 호피 무늬 주방용 솔 등등을 전시 중이다. 전시회 제목은 ‘배정현의 런던 쇼핑전’(17일까지). ‘런던에서 빈티지 구두가 제일 많은 집’ 등 환상의 쇼핑 정보로 가득하다. 쇼윈도부터 부티크 호텔과 플라워 숍에 이르기까지, 쇼핑 마니아의 눈높이에 충실한, 솔직하고 감각적인 사진으로 전시장 벽을 빙 둘렀다. “영국 디자이너 매튜 윌리엄스가 디자인한 코카콜라 병. 런던에서 판매 일주일 만에 매진! 한국에서 단 한 병뿐인 ‘윌리엄스 코카콜라’를 전시장에 오면 구경할 수 있다.” 배씨의 말에 귀가 솔깃한 사람에게는 흥미 만점의 전시. ‘무슨 소리야? 웬 콜라 병?’하는 이들에게는 그저 잡동사니 가득한 전시.
스타일에 실속까지 모두 챙겨 담으셨나요?
“뿔테안경·스카치 테이프… 이건 꼭 가져가죠”